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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Y Aug 17. 2020

[예능]나 혼자 산다 358회

-'나 혼자 산다'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필요하다

[예능]

13.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산다'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필요하다


예상을 벗어난 기안84 행동

기안 84의 문제 행동이 터진 후 첫 번째 금요일이 됐다. 마지막 프로그램, 그것도 금요일 마지막 프로그램 모니터링 할 때면 뇌에 진흙이 낀 것처럼 생각이 더뎌지는데 그날은 그래도 정신이 들었다. 기안 84가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과하겠지?' '어떻게 사과할까?' '그래도 그 정도론 안 돼'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을 담을 수 있는 마지막 예약 기사도 기안84 행동에 초점을 맞추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나 혼자 산다'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에서 한 행동은 예상 밖이었다. 사과하지도, 움츠려 있지도, 오버하지도 않는 평상시 모습이었다. 평소와 다른 기안84의 행동을 다루고 싶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예상과 다른 진행에 예약 기사 주제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예약 기사에 프로그램 내용밖에 담지 않았다. 굳이 한 게 있다면 제목에 '기안84'를 넣은 정도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기안84 논란을 잊지 않길 바랐다. 사건의 본질을 짚지 못한 사과문으로 모든 행동을 정당화한 기안84에 대한 찝찝함은 더욱 커졌다.


기안84가 예상을 벗어나게 한 건 '나 혼자 산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288회 방송화면 캡처 

시간이 갈수록 기안84가 아닌 '나 혼자 산다' 제작진에 찝찝함이 생겼다. 기안84가 아무 말 않게 둔 것일까. 어쩌면 아무 말 하지 않게 했을 수도. 기안84 논란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그럴 때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에서 사과했다. 지난해 4월 기안84가 패션쇼 도중 런웨이에 있는 성훈의 이름을 부른 뒤 '나 혼자 산다'에서 사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안84와 '나 혼자 산다' 관계가 보이는 지점이다.


'방송인 기안84'를 만든 '나 혼자 산다'

기안84 문제를 왜 '나 혼자 산다' 제작진에 묻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기안84는 성인이고 '나 혼자 산다'와는 계약으로 맺어진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인 기안84 캐릭터의 탄생에는 '나 혼자 산다'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의 '대충 사는 남자'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캐릭터는 기안84의 온갖 논란 행동을 정당화했다. 대충 살기 때문에 패션쇼 도중 소리를 칠 수 있고, 타 방송국 시상식 중 자신과 관계없는 여자 연예인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만든 것. 타인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는 행동의 근거를 만들고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나 혼자 산다'가 만든 캐릭터가 없었다면, '나 혼자 산다'가 한 연출이 없었다면 그 일들이 그렇게 생각되진 않았을 것이다.


'나 혼자 산다'의 잘못된 기안84 양육법

말하자면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의 양육자 같은 것이다. 심지어 '나 혼자 산다'의 황지영 PD는 기안84를 '아픈 손가락'에 비유하기도 했다. 부모가 자녀를 표현할 때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나 혼자 산다'는 방송인 기안84를 창조했고 양육했다. 방송인 기안84의 문제 행동을 방관해 온 '나 혼자 산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288회 방송화면 캡처

'나 혼자 산다'가 기안84를 양육하는 방식은 감싸기와 침묵이었다. 누가 내 편을 혼낼 것 같으면 내가 더 크게 혼내서 꾸중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건을 가볍게 만드는 방식의 감싸기, 논란에 대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번 기안84 논란이 생기고 사람들은 '나 혼자 산다'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했다. 이전처럼 장난처럼 사과할지, 사건이 큰 만큼 무게 담긴 사과를 전할지, 아니면 하차시킬지. 네티즌들은 농담 같은 사과를 예상했다. 박나래가 "아휴 기안씨~"로 시작해 타박하면 기안84가 사과하고 출연진들이 용서한 후 방송을 시작한다는 것. 그러나 '나 혼자 산다'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358회 방송화면 캡처

심지어 기안84를 게스트 곽도원과 연결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방송은 곽도원이 등장 할 때부터 기안84와 비슷하다는 식으로 진행됐다. 곽도원이 휘어진 안경테를 대충 고쳐 쓰는 장면이 나온 이후에 기안84는 곽도원의 안경을 받아 쓰는 장면이 나왔고 여기에는 '곽기안'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이후에도 '대충 사는 남자' 평행이론, 곽도원의 덥수룩한 모습이 기안84와 비슷하다는 연출 등 기안84가 없어선 안 될 흐름이 이어졌다.  논란이 점점 커지고 출연진의 진심 어린 반성이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이런 침묵은 '기만'으로까지 느껴지게까지 했다. 과거 패션쇼 논란 때는 '초딩84'라는 자막으로 기안84 행동에 정당성을 만들었다. 이와 같은 대처는 두 가지 문제를 만들었다. 성인 남자의 무지한 행동에 방패를 만들어준 데에 1차 문제, 기안84가 스스로 그래도 된다고 느끼게 한 데에 2차 문제가 발생했다.


'나 혼자 산다'의 양육법은 달라져야 한다. E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아이 문제 행동 원인을 부모의 행동에서 찾는다. 부모를 변화시키며 아이가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지금 '나 혼자 산다'에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필요하다. 진심 어린 반성을 하게 해 논란점을 제거하거나 방송에 등장시키지 않으며 '나 혼자 산다'의 입장을 표명하는 식이다.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앞장 서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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