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샤할머니 Jul 08. 2020

아빠 계란맘마의 비밀

꽃게탕 VS 김치찌개

다른 집도 정말 이럴까?

'한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리 다를까?'

우리 엄마가 하던 소리를 맨날 내가 하고 있다.

단 한 군데도 닮지 않은 외모부터 해서 식성이나 무서워하는 것까지 정말 다르다.

첫째는 어렸을 때부터 인형을 비롯한 모든 조형물을 무서워했다.

아주 작은 크기가 아니면 아무리 친근하고 귀엽게 생긴 인형도 무서워해서 옷가게나 음식점에 있는 마스코트 인형들을 보고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러니 동물은 어땠으랴.. 아무리 어렸을 때 가면 고생만 하지 싶어도 첫째가 좋아만 한다면야 한 번을 안 갔겠나? 에버랜드가 집 옆인데 근데 진짜 안 갔다.

둘째가 태어날 무렵부터 첫째도 조금씩 덜 무서워해서 둘째와 같이 천천히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반면 둘째는 이런데에 겁이 없다.

지나가는 고양이나 강아지에게도 잘 다가가고 무엇보다 좋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대신 소음에 지나치게 반응한다. 특히 차 소리를 심하게 무서워하는데 길을 걷다가도 차 시동 거는 소리나 오토바이 소리가 나면 크게 놀라서 울며 나에게 뛰어온다.


가장 극명하게 다른 게 음식 취향이다.

둘 다 어릴 때부터 김치를 먹었고 매콤한 정도의 음식은 먹었지만 이것도 둘만의 호불호가 정확히 있다.

첫째는 시원한 해물탕 같은 국물 요리를 좋아한다. 특히 꽃게탕이나 해물칼국수 국물, 탕 속의 생선살이나 조갯살을 좋아하고 둘째는 입도 안 댄다.

반면에 둘째는 좀 더 칼칼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아빠가 밥숟가락을 국물에  살짝 적셔 주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달달한 멸치볶음 같은 반찬을 입에 넣어 달라고 주문을 하고.

둘째는 국물만 퍼먹거나 그릇째 마시기가 일쑤라 찌개류는 따로 퍼주지 않는다. 오빠처럼 건더기 위주로 먹으면 좋으련만....

암튼 내가 주는 건 잘 안 받아먹는다는 거. 하다못해 간이 덜하거나 더 건강한 맛을 넣었거나 엄마가 주는 건 아빠가 주는 거보다 맛이 없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런 둘에게 유일하게 일치하는 음식이 있다.

그건 바로 휴일 아침 아빠가 해주는 계란 맘마이다.

나도 아이들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한 번씩 계란찜을 해주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이 정도는 아니다.

도대체 아이들이 이토록 아빠에게 계란맘마를 외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군것질을 찾기 전에 항상 아침부터 든든히 먹이던 습관 때문에 휴일에도 나에게 늦잠은 꿈만 같았는데...

아빠의 특별한 계란맘마 덕분으로 휴일 아침에 제일 늦게 일어날 수 있는 나야 좋지만 이젠 휴일이 아닐 때도 찾을 정도이니 그 레시피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계란은 몇 개를 풀었는지 그럼 물은 어느 정도 넣는지 채소는 뭐뭐 들어가는지 물어도 별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계란 두 개, 물 양은 정수기 버튼 250ml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버린단다.

아무래도 들어가는 채소에 비밀이 있나 보다 했는데 내가 요리를 하고 남은 채소들을 다시 냉장고에 넣지 않고 볶음밥이나 애들 반찬을 하려고 잘게 썰어 냉동실에 보관해 놓는 채소들을 그때그때 사용한다 했다.

그렇다. 내가 손님들이 왔을 때 쓰는 마법의 가루들을 아낌없이 넣는구나! 이것밖에 없었다.

이건 물어봐도 이실직고를 할리가 없으니 날을 잡아 불시검문에 들어가야겠다 생각했다.


남편은 항상 말한다. 애들도 맛있어야 먹는 거라고. 입맛에 맞으면 잘 먹는다고.

우리는 밥을 잘 먹는 우리 아이들에게 항상 감사하며 잘 안 먹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애들이 잘 받아먹어야 만들고 먹이는 엄마도 힘이 나지, 밥을 먹을 때마다 그렇게 안 먹는다고 실랑이를 부리면 어찌 사노..' 싶다.

애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잘 먹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아빠가 조미료를 쓴다 한들 만들어주는 정성과 잘 먹어주는 고마운 아이들을 생각해서 태연하게 넘어가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벼르고 벼르던 결전의 그 날이 되었다.

그날따라 두 아이들이 안 일어나고 버티는 나를 더욱 못살게 굴어 정말 더 누워있을라야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오늘도 역시 하루 일과의 시작을 미세먼지 체크로 하고 천천히 일어서는데 오늘이다! 싶었다.

바로 주방에 달려 나가 계란 맘마의 치명적인 매력의 이유를 목격했다.

마. 가. 린.

가끔씩 어릴 적 생각에 자작자작한 김치 볶음에 비벼 먹거나 뜨거운 밥에 올려 비벼서 밥을 먹는 남편의 비밀 무기 마가린이 비결이었다.

하다못해 채소 껍질을 벗겨 씻지도 칼질을 하지도 않았고 가스레인지를 이용한 가열도 아니었으며

정성으로 따지자면 엄마의 계란찜이 훨씬 맛있어야 하거늘.....


전자렌지 가열전/ 중간에 한번 꺼내어 뒤적거려준뒤/ 밥을 넣고 비벼서 애들이 먹기 바로 전 따끈따끈한 아빠의 계란맘마♡


최근엔 또 깡통 햄이 추가되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아이들이 여전히 나에게 아빠표 계란 맘마를 찾는 이유는 단지 마가린과 깡통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며 들고 있다.

아이들이 더 즐겁고 맛있게 먹었음 하는 아빠의 사랑 표현 방식? 이렇게 정리하고 싶었으나~

가끔씩 해주는 밥을 아이들도 좋아하는 맛으로 만들어서 아이들도 맛있게 먹고 그 시간 자체를 즐겁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

지금 아빠와 함께하는 휴일 아침 식사 시간이 아이들에게 커서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결혼 전 혼자 여행을 다니며 찍었던 사진들 중에는 아빠와 아이 사진들이 참 많다.

아빠와 함께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그저 좋았다.

어릴 적 잘 놀아주고 딸바보였던 우리 아빠와의 많은 추억을 떠올렸다거나 좀 더 나아가 객지 생활에 지쳐 아빠가 보고 싶다거나 한 게 아니었다.

나도 저런 남편과 미래의 이쁜 내 가정을 꿈꿨다거나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그 아름다운 순간을 찍고 싶었다. 간직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풍경에 눈이 가지도 않을뿐더러 더 이상 찍을 필요가 없게 됐다.

어느새 눈만 돌리면 바로 내 옆에서 늘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보지 않아서 많이 서툴지만 그래도 노력해주는 남편 고마워!





작가의 이전글 천천히 느껴보며 놀게 해주는 것이 핵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