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미웠다._23.12.28
미움에 타당한 이유가 사라져서 요즘 혼란스러운가 보다.
과거에는 하나님을 미웠던, 타당한 이유가 충분했다.
가정 폭력.
성폭력.
단어만 들어도 굉장히 자극적이다. 이미 신을 원망할 합당한 이유를 찾았다.
그런데 요즘은 이유가 없다. 내가 가정폭력 가정에서 자랐어도 가정이라는 것을 선택했고, 내가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남자를 배우자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된 과정에는 <부실한 믿음의 과정>이라는 게 있었다. 그래도 나는 아이를 낳았고, 이것이 축복보다는 고통이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아서) 아이가, 가족이 내 삶의 이유가 되긴 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나의 감정.
<하나님에 대한 미움>이다.
밉다. 너무 밉다. 왜? 이렇게 말하면 안 되나? 목사님한테 혼날 일인가? 하나님 정말 밉습니다. 따져 묻고 싶을 정도로 인생이 괴롭습니다. 이러면 왜 안돼?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 같은 거지 같은 인생이라고 하면 미친년이라고 할 건가? 신앙을 가진 사람은 그러면 안 된다고?
나는 하나님은 정말 관대하고 생각한다. 관대의 끝이 하나님이라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그게 하나님이다. 그런데 세상이 오히려 더 정교함을 원하고 거룩함을 원한다. 세상이 더 종교적이다. 그래서 나 같은, 교회 다니는 사람은, 거지같이 느껴지는 것이다.(감정을 다 털지 못해서) 미친 세상인 건지. 아님 이게 내가 미친 건지 싶은 거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닌데, 세상이 그리스도인을 향해 기대하고 있으니, 나같이 어설픈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하지도 않은데.... 참.. 슬프다. 떠보는 뉘앙스도 그런 거 아닌가? 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허울만 좋을 뿐. 당신들처럼 하나님(신 혹은 하늘) 욕하고 삽니다.
원망을 하게 놔두는 신이야말로 사랑이 많은 거 아닌가. 그게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아닐까. 나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을 믿었다. 내 선택과 내 삶을 응원하는 하나님을 믿었다는 뜻이다.
슬픈 인생이었다. 원망을 하나님께 퍼부어봤다. 지금도 퍼붓고 있고.. 내 슬픔에 잠길 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그게 전부다. 그런데 가끔 그 장소에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느낀다. 살아야 하니까 미친 듯이 살았던 점 같던 순간들에 옆에 계신 하나님. 누가 알랴. 나의 슬픔을. 같은 상처를 가졌다고 같다고 볼 수 없다. 깊이와 고통은 다르니. 외로움은 상처의 고통보다 더 괴롭다. 그 외로움을 위로받는 듯했지만, 나는 더 원했다. 완벽하고 완전한 채움과 위로와 사랑을. <내가 보호받고 있고, 안전하다>하는 느낌을 원했다.
내가 사는 세계를 믿고 싶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었다. 그냥 보이는 모든 게 불완전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모순적이었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끝없는 이해관계와 모순이 보인다. 가족조차도.
별 수 없이 살지만 탐탁지 않다.
그래서 하나님이 밉다. 답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