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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Dec 28. 2023

이선균 배우가 죽었다._23.12.28

하. 진짜. 너무 슬프다.

맥주를 깠다. 인생이 너무 쓰다. 그래. 난 회피형 인간. 오늘도 돌봄에서 아이들이 정말 너무 말을 듣지 않아서(들어도 듣는 척) 하지 않아서 너무너무너무너무 화가 났다. 학습이 들어가면 팽팽한 기싸움이 되니, 아이들도 힘들거니와 나도 힘들다.


그나저나 그 와중에 이 날벼락같은 소식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잘한 거 없는 거 안다. 그의 선택을 옹호하진 않지만, 그렇지만 나는 이게 최선이냐는 거다. 그게 최선의 선택인가. 연예인의 삶의 화려함 뒷면에 보이는 쓸쓸함을 날마다 목격하는 것 같다. 연예인뿐 아니라 한 개인도 이 자본주의의 생존에만 매달려 있어 이 사회에서 날마다 치열하게 살기 위해 애쓰다가 이렇게 먼지처럼 가버리는 것 같다. 과연 제2의 이선균은 얼마나 많을지. 무명의 이선균. 어쩌면 그게 우리의 모습은 아닌가 싶어서 슬픈 거다.


씹으면 그만인 유튜브의 댓글들. 나만 잘살면 그만인 무관심들. 아무리 우리가 믿는 사람이어도 다를 건 뭔지. 예수 믿는 사람들만 잘 살았어도 아마 달라졌을 거라고 난 생각한다. 죽고 나니 갑자기 유튜브 댓글들이 이선균 배우에 대해 연민의 감정이 쏟아진다. 어이가 없다. 경찰이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다. 명성과 지위가 뒤따르면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는 게 있다. 이선균 배우는 그런 부분에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을 뿐이고, 경찰은 그걸 빌미 삼아한 개인의 삶을 파괴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불을 누가 지펴줬을까? 대중 아닌가? 그래서 무서운 거다. 여론, 대중. 지금은 완전히 판이 뒤집혀 버렸다.


나는 이선균 배우의 죽음보다 이 현실이 너무 슬프게 다가온다. 여론을 가지고 노는 사람은 따로 있을 건데 말이다. 먼지같이 가는 사람은 따로 있고, 철저히 자신의 밥그릇 챙기는 사람 따로 있다. 먼지 같은 사람은 그런 걸 구분하고, 휘말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댓글의 분위기, 여론 분위기를 감지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생명이 별 것도 아닌 양 치부해 버리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싫다.(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현실의 민낯을 보니 너무 슬펐고, 내가 이선균 배우라면 그렇게 했을까?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고민해 봤다. 마지막까지 너무 괴로웠을 것 같고, 가족이 떠올라 더 괴로웠을 것 같고, 사는 것도 죽는 것과 다를 바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차마. 그의 죽음에 대해 잘잘못을 따질 수가 없는 것이다. 너무 슬퍼서. 내가 20대라면 욕만 했겠지. 그런데 가족을 꾸리고, 돈도 벌어보고, 애도 키워봤다. 연예인의 삶과 일반인의 삶은 갭차이가 큼에도... 혼자와 가족이라는 그 무게감이라는 게 다르다는 거다. 끝없이 생각했겠지. 자신의 잘못된 과거 선택들에 대해. 그리고 남겨질 가족들에 대해. 계속. 죽기 전까지.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옹호하는 게 아니다. 아프다는 거다. 아프다고. 잘못 선택했는데, 아프다고. 힘들다고. 못 살겠다고. 왜 사람들은 그걸 모를까? 난 알겠는데.


최근에 대학동기를 만나 부부생활에 대해 얘기했다. 2명은 유부녀, 1명은 돈 잘 버는 미스다. 2명은 결혼 10년 차가 되자, 이제는 대화가 거침없다. 삶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고, 아무리 연애기간이 길었다 해도 부부생활은 녹록지 않음을 피부로 깨달은 것이다. 삶은 그렇게 쉽지 않다.


질문이 나왔다.


<남편이 바깥에 나가서 다른 여자랑 바람피웠으면 어떻게 할 거야?>


유부녀 친구: <어떤 상황인데..? 상황이 중요하지>

싱글 친구:<절대 안 되지>

나:<나는 일시적인 육체적 관계라면 괜찮아. 그런데 긴밀한 관계라면 이혼을 고민하겠어>


대답이 각양각색이다. 10년 차 유부녀들은 역시 놀라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공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별로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이런 현실이 슬픈 현실이라는 거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냐는 거다.


부부가 열심히 사는 게 죄냐. 죄는 아니지. 자본주의 사회니까. 돈 열심히 벌어야지. 자식을 키우려면. 그런데 사람은 결국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다. 판타지는 세상에 없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니 가족이라는 배가 기우뚱거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게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는 거다. 당연한 결과라고. 그런데 나는 늘 당황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되었지? 얼마나 황당하고 미련한 질문인지. 당연한 결과다.


그냥 오늘 하루 슬펐다. 미련하더라도 죽음을 뒤로 미루고 싶을 정도로 먹먹했다. 죽음은 내 옆에 코앞에 있는데,


진심은 따로 있지만... 적지 못한다. 그놈의 여론때문에. 이게 내 진심이다. 디지털인지 돼지털인지. 적응도 안되는 부적응자의 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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