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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Jan 13. 2024

디테일하게 살고 싶지 않은데,_24.1.13

찝찝하다. 그러면 일기를 써야지.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뭔 생각만 하면 그게 내 이기적인 욕망 같아서, 나를 빛나게 하고 싶은 내 스스로의 몸부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고 겸손을 치장하자는 게 아니다.)


결국 빛나는 사람은 그냥 살다 보면 빛난다. 내 지론이다.


나 같은 경우는 시선이 늘 내가 아니라, 바깥을 향해 있고, 늘 머릿속에 그 다음 일거리에 대해 머릿속이 꽉 차 있어서.... 내 맡은 역할을 잘하지도 못하는데 헉헉거리며 하루를 살기 바쁘다. 어떤 만족감도 잘 느끼지 못하고, 어떤 성취감도 잘 느끼지 못하고, 순간을 누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살았다. 나의 감정에도 확신이 없어서 그리고 남들이 너무 신경 쓰여서(뭐 때문에 신경 쓰이지 잘 모르겠지만) 그저 일기나 쓰며 그게 낙인냥 살았다.


선택을 순간순간 잘하면 좋겠다. 매 순간이 선택이니.


그런데 오늘도 난 망한 것 같다.


<망한 일>


1. 아이가 친구랑 놀고 싶다 해서 친구집으로 갔다. 그 집 엄마가 밥을 먹고 가란다. (이미 여기서부터 내심 부담스러웠음. 난 여기서부터 이미 쉬고 싶었다.)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이가 신나게 장난을 침. 둘 다 씻지를 않음. 열이 뻗치는데, 어머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화장실을 서성거림. 난 더 서두름. 아이는 단지 목욕의자를 밟고 올라갔음.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는데, 말하면 될걸 피곤하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때림. 아이가 엄마표정을 보면서 울음을 참음. (나는 진짜 화가 나면 무표정이 됨)- 나 진짜 뭐 한 거니. 하루가 망해버림.......


2. 어머님께 말을 잘못함. <애들 자니>라고 물어봐오셨는데, 무뚝뚝하게 <왜요>라고 했다. 그러자 <왜 물어보면 안 되니> 그러셨다.- 하루가 망해버림...


3. 아이 친구집에서 자꾸 아이 친구 아버님이 호구조사를 하심. 몹시 불편.(어디 사느냐. 왜 어머님이랑 사느냐. 집이 좋은데 있는데, 고치라 어쩌라. 이런저런. 그러다 나이 이야기까지)


이게 뭔지. 이게 뭐냐. 휘둘렸다. 삶에 대한 실력이 참 없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온갖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식마저도 지겹다.- 그래서 넌 어떻게 살고 싶어- 이런 말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그래서 넌 어떻게 살고 싶어?


삶은 대부분의 얼굴이 그리 밝은 빛을 띠고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뭔가 무채색에 가까운 빛에 가깝다. 무채색을 사는 나를 검게 물들이는 일은 너무 쉽다. 밝은 빛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잘 들여다봐야 보인다. 아니면 아주 마음을 놓아버리던지.


영양제를 챙겨 먹고 오늘 하루 힘내 보겠다고 애쓴 나를 여러 가지로 무력하게 만드는 이 하루가 원망스러웠다. 동동거리며 뛰어다닌 그런 내 꼴이 너무 우스웠다. 사람들이 내게 하는 배려와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배려가 너무나 똑 닮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이기적이다. 너무나. 관심은 사랑이 아니다. 관심은 이기적이다. 상대의 처지와 관계없이 자신의 호기심, 관음증과 같은 관심은 불편하다. 신용? 신뢰? 믿음이라는 건 그런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가 없지 않나. 내가 하는 그 하찮은 일들은 깊은 관계를 이루어낼 수 없음에 좌절하는 것이다.(나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삶을 더 크게 보면 내가 악을 쓰며 하는 모든 일이 참 별거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사회의 병폐는 지나가는 사람과 대화만 해봐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기심의 끝을 요즘 느끼는 것 같다.


누가 누구의 선생이며, 누가 누구의 엄마이냐.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선인가. 내가 하는 게 맞게 하고 있는 거냐. (오늘은 확실히 잘못했다)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보며 내가 지금 사는 세상의 시스템과 오가는 대화, 생각과 신념이 비슷한 것 같아 더 절망스럽다. 이대로 괜찮을까? 아이들이 뭘 배울까. 그리고 나는 괜찮을까?


괜찮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나고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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