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육_24.12.17
<붉은 단심>을 애청하는 시점에 교육을 들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그런데 나는 그걸 잘 들키는 편이다. 생각이나 마음이 쉽게 상대에게 읽히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는 내 속이 훤히 보여서 화가 난 건데, 나는 사실 그걸 잘 대처하지 못한다. 서로 속이 보이는데, 그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내 입장을 전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최근에 드라마 <붉은 단심>을 봤다. 사극인데 멜로이고, 그 안에 정치적 싸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너무 잘 묘사되었다. 나는 정치를 싫어해서 관심도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나와 달랐고, 아이를 낳고, 사회에 나가보니 정치는 너무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리더를 잘 세우는 것이 국민들의 몫이고,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이건 일을 하던 일을 하지 않던 누구나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최근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참 가정에서도 밖에서도 우리가 모두 정치를 하고 있구나 생각이 되었다. 정치는 생각보다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었고, 심지어 내 옆동료에게, 내 자식에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에서 드러난다.
어제 학부모교육이 있었다. 본질적인 부모교육을 하고, 이후에는 학교의 차후계획과 부모님들의 물질적 후원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셨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사실 지원받는 돈이 없다. 그래서 뜻이 있는 부모님들끼리 모여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등록금이 학교운영자금의 전부이기 때문에, 그 외적으로 학교가 무언가를 계획하면 부모님들이 2차적으로 그에 따른 필요경비를 내야 하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되나, 실제 느끼는 재정적 부담은 힘들다. 이건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틀린 말 하나 없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난 이제 마음이 말라버린 건지. 동떨어지게 느꼈을까. 그때 교육을 듣는 나의 눈빛을 봤다면, 아마 죽은 눈빛이었을 것이다. 교육이 끝나고 첫째 담임선생님께서 나의 얼굴을 보더니 <어머니 괜찮으세요?> 하실 때 <안 괜찮아요>라며 급하게 빠져나왔다.
국민들이 지금 왜 화가 났을까? 정치인들이 자기의 뱃속만 불리고 국민들을 위한 자가 없어서 아닐까? 나는 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여겼나 보다. 사실 우리 학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예치금이 필요하다. 1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내고 입학해야 하니,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귀족학교가 맞을 수도 있다. 학교의 뜻과 방향은 기독대안학교이니만큼 <하나님의 말씀 따라 그 자녀답게 세상의 황폐한 곳을 다시 세울 자녀로 키우겠다>는 포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말과 행실이 그 정도 포부를 따라가지 못한다.
학교는 그동안 많은 걸 감당해 냄으로 결과를 낳았다. 보기 좋게 하는 법과 사람이 미혹당할 만큼 괜찮은 것 같은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사실 그 안의 선생님, 교직원 들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려움과 괴로움을 겪는다.(신앙과 결부되니 심적 괴로움이 더 크실 것이다) 그러면 그 화살은 다시 리더에게로 간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이라고 이런 학교의 어려움을 모를까. 난 학교의 깊숙한 내막은 잘 모른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 조차도 흔들리는데, 리더는 얼마나 괴로우랴. 정도 이해할 뿐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밑의 사람들도 이렇게 여유 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지내다 보면, 제 밥그릇 챙기기 바빠진다는 것이다. 그게 살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윗사람들도 밑의 사람들이 바쁠수록 압박이 계속되니 아마 그 심신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견디고 계시지만, 만만찮은 압박이 많았을 것이다.
사극을 보니 힘없는 군주는 본인의 세력을 키우려 하고, 군주의 자질을 점점 잃어갔다.(좋은 충신은 끝까지 군주를 바른 길로 인도하지만 말이다)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늘 필요했다.(그래서 억울하게 죽은 목숨들도 많다) 백성과 신하는 2가지 길에서 고민한다. 충신이 될 것인지 아니면 내 밥그릇을 챙길 것인지.
조선시대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지 않나.
나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양상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리더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것도 아랫사람의 몫이다. 리더와 아랫사람들의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안에서 자유와 책임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다시 한번 그런 날이 오길 꿈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