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올, 한 올 소중한 내 머리카락

항암으로 찾아온 탈모

by 정소민

항암하면서 다녔던 산은 어느새 짙은 가을색이다. 하루상관에 낙엽이 많이 쌓였다.

위를 올려다보니 푸른 잎들이 아직은 울창하다. 아직 단풍도 채 들지 않았는데.. 우수수 낙엽만 많다.

내일은 또 더 쌓이겠지? 그러다 곧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


내 머리카락은 낙엽이다.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탈모와 낙엽, 겨울의 민머리와 앙상한 가지..

3월이 되고 새순이 돋기 시작할 때.. 나의 민머리에서도 솜털같은 머리카락이 나겠지.

완벽한 자연과의 조우, 동화, 일치..ㅎㅎㅎ


이왕 빠질 거면 차라리 한 번에 가발 벗겨지듯 뭉텅 빠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주변에 내가 다녀간 흔적만 가득하다.

아예 삭발을 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자꾸만 줄어드는 머리숱을 보면서

남아있는 한 가닥의 머리카락이 점점 더 소중해졌다.

비니를 써도 머리카락 몇 가닥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과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그 느낌부터가 다르다.


거의 한 달 만에 빠질 머리카락은 다 빠졌다.

산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었다. 그래도 계중에 몇 가닥은 남았다.

마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떨어지지 않는 나뭇잎처럼.. 항암의 강력한 태풍 속에서 살아남은 녀석이 있다.

이제 모자의 시대..

평소 모자 쓰면 답답해서 어디서나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디서나 써야 한다. 그나마 겨울의 추위가 나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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