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의 부작용은 왜 받아들어야 할까?
약국에서 약을 사면 복용방법, 성분, 효능, 효과 임상실험 내용 등
알아보기 힘든 깨알같은 글자들이 써 있다. 그 작은 글씨 속에는 부작용 관련 내용도 어마어마하다.
흔히 사는 소화제에도 위장천공과 같은 무시무시한 말부터 정신이상, 피부 발진 등..
별의별 부작용이 있다고 돼 있다. 그리곤, 맨 마지막엔 절대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부작용이 생기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가까운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하라’고...
가볍게 먹는 소화제도 부작용이 생기면 중단하고 의사랑 상의하라는데
왜 항암제의 부작용은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야 할까?
항암을 하기 전 교육장에서는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각종 부작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준다.
“음.. 머리카락이 홀라당 빠질 거고, 오심은 물론이고, 토하면서 피가 나올 수도 있고,
손발도 걷기 힘들 정도로 저릴 거고, 손발톱이 검게 변하거나 들리거나 아예 빠질 수도 있고,
기력이 없어 걷기도 힘들 겁니다.. 하지만 암에는 효과가 좋으니 꼭 맞으셔야 합니다”
3주에 한 번씩 담당의사의 진료를 받을 때
새롭게 등장한 부작용의 증상을 메모해놨다가 질문을 하면..
‘그럴 수 있어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맞는 게 좋아요...’
처음 겪어보는 부작용이라 걱정스럽게 얘길 꺼내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걱정 때문에 잠 못 잔 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암에 걸린 게 다 내 죄로소이다.
부작용이 생겨도 중단하지 못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무력감.
부작용이 크면 클수록 항암제가 더 잘 듣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해야만 하는 슬픈 현실..
거부하기 힘든 항암을 받고 마치 훈장처럼 몸과 마음에 남아버린 상처.
그 상처들은 자신감을 빼앗고, 두려움을 심어주고 용기를 빼앗았다.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린 항암은 최소 암세포를 없애줬으니 그것으로 된 거 아니냐며 우쭐하다.
하지만.. 항암의 대가는 참혹하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많은 시간을 스스로 다독이고 자기체면을 걸어야 했다.
항암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 암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던가? 항암을 경험하곤 드디어 그 존재를 알게 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