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이제부터 내 몸은 내가 챙겨야...

by 정소민

“하나만 알려주세요.. 많이도 말고, 딱 하나만.. ”


항암이 끝나고, 3주 후.. 육회도 먹고, 사시미도 먹고, 간장 게장도 먹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막상 끝나고 보니 전혀 다른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몸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암세포들이 항암이 끝났다며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 것 같다.

불안으로 밤에 잠도 잘 수가 없다.

불안을 덜기 위해.. 주치의에게 믿을만한 식품 하나만 알려 달라고 했지만

역시나 그저 그런 뻔한 얘기.. 잘 먹고, 운동 잘하고, 잘 자면..


“석류가 좋을까요? 콩을 매일 먹을까요? 치즈는 먹으면 안 된다는데.. 우유는 어떨까요?”


어떻게든 답을 들어보려는 마음에 콕 집어 다시 물어봤지만 다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아니니

‘적당히’ 먹으란다. 개운하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진료실 문을 나섰다.

고민은 더욱 커졌고,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끝까지 말하지 않은 주치의가 원망스러웠다.


자신은 할 것 다했으니.. 이제부터 모든 걸 나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 어쩌면 맞는 말이다. 내 몸인데 누구보고 책임져 달라고 하는 건가?

유방 전절제 수술을 할 때.. 생판 처음 보는 의사에게 내 목숨을 맡겨야 했을 때...

느껴야 했던 그 기막힌 현실을 슬퍼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난 지금도 또 다른 의사에게 나를 맡기려고 한다.

수많은 선택의 길에서 누군가 선택해주길 바라는 마음.. 무거운 책임을 피하고 싶은 거였다.

나중에 혹시나 잘 못됐을 때 누군가를 원망할 통로를 만들고 싶었던 거였다.


항암은, 암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의지를 조종하고 있었다.

그 흔한 건강식품을 스스로 선택할 용기조차 없었던가?

주치의 말대로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모든 책임은 내가 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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