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항암이 시작되다
“체력도 좋아 보이는데,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죠. 오늘 바로 시작할까요?”
담당의사는 첫 날 보자마자
독감주사를 놓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정말 의사 표정만 보면 항암이 별거 아닌 것 같다.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당신은 안 해봤으니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어떻게 감기약 처방하는 것처럼 얘길 하지?’ 얼떨결에 펀치를 맞은 것 같다.
당연히 시간을 두고 맞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당장 맞자니.. 당황스러웠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고, 주변 환경도 항암체제로 바꾸질 못했는데..
나는 사정하듯 1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손소독제도 사고, 열이 나면 큰 일 난다고 하니 체온계를 사고...
음.. 가만있자, 또 뭘 준비해야 하지? 집은 어느 정도 깨끗해야 하나? 고양이는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나?
방송일은? 그만두어야 하나? 병원에서 항암을 위한 교육을 잠깐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을 예상하는 게 쉽지 않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주의를 하라는 데 어느 정도까지 주의를 해야 하는지..
차라리 온 몸을 랩으로 싸는 게 낫겠다.
하지만 이런 건 다 핑계다.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서 두려운 마음이 없어지진 않는다.
그냥 솔직하게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고 하는 게 맞겠지.
항암을 미룬 그 시간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다.
항암이 시작되기 전.. 의식을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잠시라도 내가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잊고, 항암을 앞두고 있다는 두려움도 잊고,
사람들 틈에서 평범하게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항암의 두려움은 강릉까지 쫒아왔다.
수술이 나의 가슴을 바꿨 놨다면.. 항암은 나의 외모를 흉물스럽게 바꿔놓을 것이다.
차라리,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뭣 모르고 시작하는 게 더 나았을까?
항암을 미룬 일주일의 시간은 마음속에서 두려움만 더욱 크게 만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