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를 거니는 좀비들..

by 정소민

수술한 지 5일이 지났다.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통증은 많이 줄었다.

견딜 수 있을 정도의 통증만 남으니 마음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제 몸을 움직여야겠다.

병실에 가만히 누워서 주는 밥을 먹고 있자니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답답한 병실에서 빨리 탈출해야겠다. 시간이 날 때마다 복도로 나갔다.


다른 사람들도 다 나 같은 마음일까?

복도에는 걸어보려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누구는 배를 감싸고, 누구는 가슴을 움츠리며 걷는다.

같은 환자복을 입었지만 어떤 수술을 한 지 단번에 알겠다.

얼굴은 하나같이 무표정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가끔 얼굴을 찡그릴 뿐이다.


옆에는 분신처럼 하나같이 폴대를 끌고 있다.

폴대에 걸려 있는 각종 수액, 항생제, 영양제, 진통제 등등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몸과 같이 움직인다.


복도에 좀비가 나타났다!!

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걷는 환자들 모습이 딱 좀비다.

죽음에서 부활한 좀비.. 낮밤 가릴 것 없이 복도를 오간다.

몇 보를 걸어야 진정한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그 시간을 채워야만 살 수 있다는 듯이 걷고 또 걸었다.


나도 병원 좀비로 합류했다.

그들과 함께 걸음수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견디면 된다.

이제 곧 좀비에서 벗어나 병원이 아닌 평범한 거리를 진짜 사람들과 섞여 걸을 수 있겠지.

여름의 끝자락은 지나가고, 이제 가을 냄새가 좀 나려나?

이전 03화오늘부터 환자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