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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삼삼 May 25. 2023

토스의 '유난한 도전', 1인 기업이 시도해 볼 내용

책으로 배우는 프리랜서의 태도

세상에서 가장 빨리 크는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토스의 이야기를 담은 . '유난한 도전' 읽었다.


성공한 뒤에 과거를 해석하는 이야기는 편향적이라 생각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토스가 어떻게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는지, 치과의사였던 이승건(토스 대표)을 비롯해 팀의 개인들은 회사의 존폐가 갈린 위기의 순간마다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 꽤 세세한 기록들을 엿볼 수 있었다.(여러 사람의 실명도 언급된다. 마치 주인공이 여럿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나도 마치 한 팀이 된 듯 긴장하고 응원하며 벅찬 감정을 느꼈다. 이 또한 토스의 큰 그림일 것이다. 자신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 마케팅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또한 배웠다. 과정을 잘 포장해서 공유하는 것. 토스가 잘하는 일 같다.


프리랜서인 내가 책에서 배워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이렇다.


'미친 속도감'과 '다다다다 프로젝트'

스타트업, 스몰브랜드, 1인기업, 프리랜서 등 작은 규모의 팀이 덩치 큰 조직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미친 속도감'이다. 빠르게 실험하고 실패한 끝에 성공하는 것. 그리고 실패에 대한 회복탄력성.


토스 또한 여느 스타트업 팀에서 실행하는 방법론으로 일했다. 좀 다르다면 그야말로 미친 속도감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것이다. 토스의 팀 안에서도 여러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듯, 실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많이 리스트업 하고 그 안에서 영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찾았다. 토스는 이것을 '다다다다 프로젝트'라 지칭하고, 추후 이로 인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전까진, 최소한의 자원만으로 검증하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었다고 한다.(토스 X라는 내부조직은 1년 동안 41개의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프리랜서인 나는 지난 2년간 어땠나. 프리랜서를 시작할 시점에 마음먹었던 것이 있다.

‘ 딱 2년간 최대한 많은 것을 실험해 보고 실패를 기록하고 과정을 공유해 보자. 규모로는 작은 1인 기업에 불과하지만, 작은 사람의 성장을 응원할 사람은 세상에 많을 거다. 두려워 말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이 시도한 끝에 계단식 성장을 이루어가자.’


그렇게 딱 2년이 금방 지나버렸다. 나는 충분히, 빠르게 시도해 봤나?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성장했나 되돌아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신중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도 있겠고, 눈앞에 놓인 작은 기회들을 잡느라 더 큰 기회를 가져다줄 다양한 시도들을 충분히 못 해 아쉽다. 토스의 대범함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실험기간 2년을 더 연장하기로 나 자신과 합의를 봤다. 먹고살기 프로젝트를 더 빠르게, 쉽게, 다양하게 기획해 보기로. 이 과정에서 고집부리던 자아는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 괴롭다. 자아를 깨는 고통.


그래서 요즘 마인드맵을 그려보고 있다.

영업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채널, 사이드프로젝트에 대한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 등.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내 신중한 성격 스펙트럼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빠르게 해 보자.


나 말고 사람들이 원하는 거

토스 대표인 이승건도 자아를 깨는 과정이 있었다. 핀테크산업에 뛰어든 것도 그가 처음부터 금융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본인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시도했지만, 결국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몇 번에 걸쳐 만들고 실패한 뒤 토스를 만들었다.


상인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는 데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자아는 지워버리고, 이제부터는 성공하는 거 찾을래. 어깨 힘 빼자.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장사꾼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 우리가 이미 이렇게 모였고 슬프게 끝내고 싶지 않으니까.


이번주 열린 토스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봤던 내용과도 맞물려 한 가지 또 배운 점이 있다.

‘공급자’ 관점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라면 공감할 것 같다. 시안을 내보일 때 흔히 이 부분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 이 콘셉트는 뭐라고 설명할지, 이 의미는 어떻게 표현할지를 더 많이 생각한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하지만 토스는 이런 의미를 담는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이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스케치를 하고, 사용자 인터뷰를 거치고 팀원들의 많은 피드백에 마상을 입기도 하고... 그렇게 유난하게 개선해 나간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디자인을 했나.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내가 설명하기 편한 방식으로 피티하고, 기획의도보단 우선 보기 좋게. 내 포폴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았나 반성도 해본다.



수많은 기업들이 외치는 '혁신'과 '고객 중심'이라는 말은 참 듣기 좋은 허울이라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실현하려 엄청나게 고군분투한 끝에 많은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 준 토스 참 대단하다.(나 마케팅에 당한 걸까)


아무튼, 치과의사의 작은 시도에서 출발해 한국의 금융산업에 변화를 일으키기까지 토스의 유난한 도전을 참 재밌게 보았고, 나도 내 나름의 방식대로 세상 어느 구석에 작은 파장을 일으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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