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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지선 Jul 15. 2021

내가 하늘을 날 수가 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어쩌다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어 한 밤중에 일어났다.

그냥 거실에서 티비보다 잠이 들어 옷을 입은 채다. 

티브는 혼자 떠들고 있고,

난 소파에 누운 채 손엔 리모컨을 쥐고 잠이 들었었구나.

주변을 살피고 시계를 보니  침대로 다시 가야 하나 하는 잠깐의  망설임

그러나 깊은 밤이 주는 적막감 공기마저 다르다 

새벽은 아직 멀어 그냥 자도 될 테지만

아니 아니 소중한  보물처럼 이 적막감과 일체가 되고 싶다.

왜 세상살이에 그렇게 예민하게 동동거렸을까? 왜 작은 일에 그렇게 노심초사했을까?

낮 시간의 그 많던 우려와 걱정들은 모두 하찮아진다..

북 아프리카 여행이 생각난다. 한밤중에 버스로 밤새 사막을 달렸었다. 사막의 밤은 검은 비로도에 구멍이 뚫린 듯 별들이 그렇게 빛이 났었지 소유했던 모든 것들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끝없는 사막의 풍경 속에 시간들이 버스 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슬로비디오 영화 장면처럼 또렷이 느껴졌었다. 

세상 모두는 잠이 들고 나 혼자 깨어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

내 집이, 내방이  낯설어지고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다른 세상엔 온 듯한 낯섦과 경이로움이 다가온다.

모두가 잠들면 호두까기 인형들이 살아나고 부엌의 그릇들도 걸어 다닐까?

평소에 생각나지 않던 순수한 동심의 이야기들이 생각나고 세상의 소음에 묻혀 시들어버린 아름다운 언어들이 살아나  나에게 다가온다.

이럴 때 역시 원두커피다 인스턴트가 어울리지 않고 천천히 내리는 맑고 투명한 갈색의 원액은 꼭 이 시간의 색깔이다.. 방안에 퍼지는 커피 향이 지금처럼 어울릴 수가 있을까

커피 향이 방안 가득 퍼지면 꽃병의 시들은 꽃들은 다시 피어나고 그동안 참 많이도 먹었던 나이는 사라지고 나는 소녀가 된다.

글을  쓸 수가 있을 것 같다. 

상상을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내가 하늘을 날 수가 있을 것 같다

아프리카 사막의 별빛이 내 창가에서 빛나고 낙타는 짐을 싣고 길을 떠난다.

어린 왕자는 푸른 코트를 입고  책상 위에 지휘봉을 들고 서 있다. 혹시 나에게 양을 그려 달라고 떼를 쓸려나

내 방의 붉은 누드 트로피도 하늘을 난다. 넓은 붓, 가는 붓, 연필들도 서로 이야기가 한창이다. ㅎㅎ 내 흉을 보려나 내 흉허물을 다 알고 있으니 

어느새. 연필과 볼펜 붓들과 나이프도 서둘러 자동차 연필통을 타고 신나게 달린다.

야호! 이렇게 즐거울 수가.....

새벽이 아침이 올 테면 오라지. 지금 우리 모두는 너무 신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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