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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ka Jun 22. 2023

교대 정시 미달의 의미

  며칠 전 교대 85%가 사실상 정시 미달이라는 기사를 봤다. 교권이 추락하는데다가 임용도 어려워진 탓이라고 기사는 추측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교대 정시 미달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는 댓글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무능력한 교사는 퇴출을 시켜야 한다거나 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면서, 교육과 교사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불평과 달리 어느 지표를 보아도 우리 교육은 세계 최상위 수준의 성취를 거두고 있다. TIMMS나 PISA같은 국제 비교를 살펴 보면 우리 나라 학생들은 지식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역량이 뛰어나고 창의성과 협동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평등성 측면에서도 우리 교육은 핀란드 보다 가정 배경의 영향을 덜 받으며, 프랑스와 스위스 보다는 두배나 더 평등하다.


  이런 설명에 어떤 사람들은 그게 다 사교육 때문이지 어떻게 학교 덕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다. 문제풀이 위주의 사교육으로는 PISA에서 측정하는 역량과 창의성, 협동성을 키울 수 없으며 가정 배경에 따른 교육 불평등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일부 사람들의 주장처럼 이 모든게 문제집만 주야장천 풀리는 사교육 덕분이라면 교육부는 당장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금지하고 교과서 대신 EBS문제집을 전국 학교 내려보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효과적인 교육이 어떻게 가능 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높은 교사의 질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것 말고는 입시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우리 나라 학생들이 해외 선진국 학생들 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질만한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세계적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대한민국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자 기준으로 상위 5%의 학생이 교사가 된다고 보고했다. 핀란드가 상위 20%, 싱가포르가 상위 30%의 학생이 교사가 되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이상 우수한 학생들이 교사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이나 미국처럼 고학년 수업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 가정통신문 조차 작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교사가 되면 어떻게 될까? 교사라는 직업을 다른 직업을 갖기 전 잠깐 스쳐가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여기면 어떻게 될까? 폭주족이나 일진이었던 사람이 교사가 되면 어떻게 될까?


  나의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가장 먼저 교육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높은 자본력으로 우수한 교사를 고용할 수 있는 사립학교와 달리 대부분의 국.공립학교는 괜찮은 교사를 고용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비싼 학비를 내며 사립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국.공립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학력 격차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교육비가 무섭게 치솟을 것이다.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공백을 사교육으로 벌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이나 영국의 사례처럼 유명 사립학교를 보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싼 사립초를 보낼 경제력이 안 되는 가정은 교육을 포기할 것이다. 공교육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 붕괴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뭘까? 나는 교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우수한 인재를 고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직을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주장해도 어떤이들은 무능력한 교사를 해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무능력한 교사가 지원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이어서 임용을 통과한 사람이고, 그 사람을 자르고 나면 다음에는 더 무능력한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교사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명감만으로 일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처우 개선 없이 교사들의 희생과 노력만 강조한다면 그나마 있던 인재들마저 학교를 떠나게 될 것이다. 교대 미달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교사 처우 개선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98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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