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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ka Jun 22. 2023

누칼협?

  누칼협은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를 줄인 말이다. 사람들은 '네가 선택한 것이니 불평하지 마'라고 할 때 이 말을 쓴다. 요즘 9급 공무원의 박봉을 주제로한 기사 댓글을 보면 이 말이 자주 보인다. 누가 공무원 하라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왜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냐는 것이다.

  누칼협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회피하는 것이다. 누칼협은 모든 문제를 개인 선택 탓으로 돌린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 논리대로라면 문제가 있어도 개선을 요구 해서는 안 된다. 정치에 문제가 있으면 이민을 가야하고, 노동 조건에 문제가 있으면 이직을 해야한다. 모두 잘못된 선택을 한 나의 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는 개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결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개인 차원에서 합리적 선택을 할수록 악화 된다. 예를 들어 능력있는 공무원이 모두 더 좋은 보수를 쫓아 사기업으로 이직한다면 그 자리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고 피해는 국민들이 받게 될 것이다. 

  또 누칼협은 사회 구성원 사이의 연대도 약하게 한다. 연대는 타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상대가 도와주리라는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데 '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댓글을 받은 공무원이 다른 직장인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힘을 보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무원의 어려움이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며 누칼협만 외친다면 다음에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공무원들이 누칼협을 외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칼협은 부패와 태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Adams는 공정성 이론에서, 사람은 자신의 노력대비 성과를 타인의 노력 대비 성과와 비교해 균형을 맞추려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타인보다 노력대비 적은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상을 늘리거나 노력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급여를 받지 않던 조선 시대 아전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수탈해 부족한 보상을 벌충했고, 적은 급여에 허탈감을 느끼는 일부 현대 직장인들은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며 조용한 퇴사를 하고 있다. 노력대비 보상이 부족하다는 공무원들의 요구를 무시 한다면 많은 공무원들이 부패와 태업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  


   공무원은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명감 있는 사람이 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희귀하기 때문에 많은 보상을 제시해야지만 고용할 수 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처우 개선 없이 공무원들의 희생과 노력만 강조한다면 그나마 있던 인재들마저 공직을 떠나게 될 것이다. 공무원 처우 개선 방안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4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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