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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니 Jan 19. 2024

사랑이 뭔가요

LUV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해진다.
- 청년 이 씨

 올해 유난히 청첩장 받을 일이 많은데, 얼마 전 청첩장을 받는 식사 자리에서 사랑에 대한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어쩌다 결혼을 결심했냐는 나의 물음에, 이 훌륭한 새신랑은 사랑 때문이라고 했다. 어쩌다 사랑에 빠졌냐고 묻자, '아 내가 아니라, 여자친구가 날 너무 사랑해서.'.라고 말하는 친구의 눈빛을 보니, 단단히 빠진 건 오히려 네 쪽이겠거니 싶었다. 식당 음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가져갈(미래의 아내를 위해) 음식을 포장해 가면서 연신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에 흠칫 놀랐다. 사랑이 뭐냐는 물음에, 그 친구는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했다. 부디 20년 뒤에도 똑같이 말해주라.  


 

사랑을 해야 결혼을 하는 건가요?   

 회사 식사 자리에서 이 같은 질문이 던져진 이후로, 한 때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사랑이 화두였다. 아마도 저출산, 결혼 인구 감소를 두고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사랑을 안 할까 하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다. 식사 자리에는 결혼을 한 지 꽤 오래된 분들도 있었는데, 나는 정말 궁금해서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인지 묻게 된 것이다. 결혼이 사랑의 결실인 것은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상식이지만, 질문을 곱씹다 보니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정말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결혼은 현실이라며?



배우자를 사랑하나요?     

 결혼한 분들께 배우자를 사랑하냐는 발칙한 질문을 하면 생각보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부끄러워서, 혹은 새삼스러워서 답을 머뭇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어쨌든 '사랑->결혼'은 '1+1->2'처럼 엄청나게 깔끔하고 명확한 문제는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요즘 결혼   

 요즘 결혼은 좀 다른 것도 사실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당연히 하는 시대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더 중요한 것은 결혼하는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 늦춰지고 있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아무래도 보금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 것이 크다. 또한, 삶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정도의 자산과, 수입원을 확보한 이후에 결혼은 한다는 것. 즉, 직장을 어느 정도 다닌 이후 결혼을 한다는 것. 그렇다는 건, 소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보다는 인만추(인위적 만남 추구)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 젊을 때, 예를 들어 학생일 때는 같은 공동체인 학교나 동아리 내에서 짝을 찾는 게 자연스럽다.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하나 이렇게 만난 짝은.. 그곳을 벗어나 시간이 오래 흐르면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기도 한다. 더 시간이 지난 후, 직장 내에서 짝을 찾기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늦게 결혼을 할 때는 짝을 소개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점점 늦어지는 요즘 결혼은, 자연스럽게 사랑보다 현실 조건을 먼저 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필수.   

 사랑은 하면 좋은 것(nice to have)이 아니라 필수(must have)다. 사랑이 필수라는 것은 굳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진리다. 오히려, 이 말을 부정하려면 그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수많은 사상과 메지시를 부정해야 한다. 한 마디로, 인류를 부정해야 할 수준의 논리와 노력이 필요하다(일단 예수의 말을 이겨야 한다). 사랑이 뭔지를 떠나서, 일단 사랑은 인생에 필수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서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한복음 13장.



사랑은 소양이다.

 그러나 나는 또한, 사랑이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완전히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배우고 훈련하고 노력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따르면, 진정한 사랑은 엄청난 훈련을 요한다(그러니 기술, art 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의 기술 중에서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을 해야 한다. 사실 정말 결혼이 사랑의 결실인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결혼은 인간의 발명품이다. 1부 1 처제로 행해지는 현시대의 결혼이 자리 잡은 것은 생각 보다 최근의 일이며, 또한 모든 인간 사회에서 받아들여진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선택일 수 있으나, 사랑을 하는 것은 필수다. 배우고 익혀서 쉬지 않고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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