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단상.
인생의 각 시기별로 어떤 역사를 경험했는가 하는 것은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은 대한민국은 세대 격차가 크고 각 세대 특성이 다양하다. 60년대생과 70년대생이 다르고, 80년대생은 또 다르다. 체험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른 모습이 되었다.
경험을 통해 삶은 다음 상태로 나아간다. 경험은 기억(memory)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흔적을 남기며, 이전의 흔적들에 더해져 삶의 상태를 나아가게 한다. 따라서, 어떤 새로운 경험을 겪은 나는 그 이전의 나와 다른 상태에 놓인다. 나는 새로운 나. 다른 나다.
상태 방정식. state-space representation, Markov Chain은 제어공학에서 흔히 적용되는 방법론으로, 시스템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필요하다. 시스템이란 하나의 세계관과 같으며, 혹은 개인의 삶 정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실제(real world) 시스템을 간단한 상태 방정식이나 state-space로 표현하기엔 훨씬 복잡하다. 그러나 몇 가지 상태, 그리고 그 상태를 오가기 위한 조건들로 시스템을 표현하는 것은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근사적(approximate) 도구로서 매우 유용하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우리의 삶 또한 상태를 나아가는 과정으로 단순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등교, 첫 출근, 첫 이직, 결혼, 출산 등 큼직큼직한 사건을 겪으며 우리는 얼마나 다른 내가 되는가. 하물며, 타지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들을 통해서도 삶은 나아간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은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곳에서의 일들은 새로운 내가 감당할 것이다. 해외에 나가서 잘 적응해 살 수 있을까? 직장을 옮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을 앞두고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 나는 새로운 내가 되어 감당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힘을 발휘해 잘 해낼 것이다.
더불어 드는 생각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특히, 새로운 삶이 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좋다. 삶의 구석구석을, 혹은 더 멀리 뻗친 상태로 나아가며 느낀 것들을 기록할 수 있다면 훌륭한 작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