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리니 Jun 19. 2024

대만 1달 체험 후기

아~~ 집에 가기 싫다~~~~

 약 1달여의 대만 출장을 마치고 곧 귀국 예정이다. 대만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두 번 모두 출장으로 방문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이곳저곳을 누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현지인들과 매일 같이 일하며 real life를 약간은 맛봤으니, 값진 경험을 얻었다. 한국에 돌아가려 하니 솔직히 좀 우울하다. 대만에 정이 든 것일까? 모르겠다. 심경이 복잡하다.


 일을 하다 가는 것인데도, 이상하게 복귀를 준비하는 속 마음에는 감사함(+아쉬움)이 넘쳐난다. 먼저, 다정하고 친절했던 대만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든다(날이 덥고 습한데 어찌 이리 친절한가요). 그리고 이렇게 값진 출장 기회를 주신 회사의 리더 분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또한 한국인의 평판이 대만에서 훌륭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 이것은 오버가 아니라 진짜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넘치는 관심과 호감을 받을 수 있다니...




 

 대만에서 보고 듣고 느낀 재밌는 부분들을 남겨본다.

(고작 한 달가량 지내며 느낀 것들이고,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


1. 대만 거리 풍경은 일본을 닮았고, 대만인들은 대체로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 우리와 같이, 일본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 그러나 우리와 달리, 일본에 '친' 성향이 강했고 현재도 그렇다.

- 오래된 건물, 주택, 입간판 모두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


2. 최근 젊은 세대들은 한국 문화를 정말 많이 즐긴다.

- 어느 매장에서나 K-POP이 나오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 영화도 여기저기서 정말 많이 보인다.

- '그래서 넌 카리나야 윈터야?'라는 질문을 세 번 이상 들었다.


3.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다.

- 한국 식당은 채소(나물류)가 반찬으로 딸려 나오나, 대만 식당에서는 돈을 주고 사 먹는다.

- 그럼에도 대체로 사서 먹는다.

- 직접 싸 온 동료분들 도시락에도 늘 채소와 과일이 있었다.

- 과일, 채소 가격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그런가?

- 흔히 대만에 오면 살찐다고 하는데, 실제 현지인들의 식습관은 살 찌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4. 차를 즐긴다.

- 중화권의 특징으로, 커피보다 대체로 차를 선호한다.

- 대만 분들은 특히나 차를 음료로 만들어 즐기는 경향이 있다. (밀크티, 버블티, 그리고 차 base 칵테일)

- 특히 밀크티, 버블티는 현지 인들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다.


5. 체형이 늘씬한 편.

- 유난히 상체가 짧은 사람이 많이 보인다 (즉, 다리가 길다).

- 날씬한 사람이 많다 (날이 더워 입맛이 없나..?)


6. 바선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덥고 습한 탓에, 길거리에(특히 밤에) 바선생이 잘 다니는데, 대부분 이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이곳 바선생은 유난히 붉고, 길고, 빵빵하다. 반도의 것들과 비교불가) 

- 추가로, 비가 많이 온 뒤에는 간혹 거리에서 달팽이를 볼 수 있다 (심지어 꽤 크다).


7. 술을 늦게까지 마신 뒤에는 조식을 함께 한다.

- 새벽 3~4시 이후까지 함께 술을 마신 이후에는 꼭, 새벽에 여는 식당에 가 식사를 같이 한다.

- 늦게 까지 술을 마시는 그 체력에 한 번 놀라고,

- 피곤한 와중에 밥을 먹고 헤어짐에 놀랐다.


8. 오토바이가 생활화.

- 고등학교 3학년쯤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

- 오토바이는 소중하고 건전한 출근 수단이다.

- 비가 많이 오면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거나,

- 적당히 오면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타기도..

- 아무래도 추운 겨울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 보다 오토바이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

- 타이베이 외, 지방 도시에서 그 활용도가 더 높다 (타이베이는 차가 많아서).


9. 직장 내 강압적, 위계적 분위기 없다.

- 직급, 나이 차이가 나도 서로를 대하는데 크게 차이가 없다.

- 유교 종주국도 이러는데 왜 우리는..?

- 그런데 또, 비즈니스 메너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편.

   - 남자의 경우, 날이 더워도 반바지 출근은 좀 어색한 일이다.


10. 편견이 별로 없고, 자유로운 편.

- 개인의 기호, 선택에 있어 눈치를 별로 안 본다.

- 동성애 커플도 종종 보인다.

- 문신이 있거나, 노출이 심한 의상도 곧 잘 입고 다닌다 (이건 아마도 더워서?).


11. 만다린에 더해, 타이완 본토 말도 쓴다.

- 타이완 원주민들이 쓰던 언어에서 기원.

- 된소리가 많으며, 욕은 중국어(만다린) 보단 무조건 대만어로 한다.

   - 생각보다 욕을 많이 한다 (특히 카오베이! 혹은 카오! 를 많이 쓴다. 소리가 재밌어서..?)

- 타이완어를 통해 그 사람의 고향을 유추할 수 있다. (방언은 만다린 보단 대만어 억양에서 드러남)

- 타이완어는 원래 구전되어 왔으나,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교과서로 가르친다.

   - 구전으로 배운 사람들은 타이완어를 읽는 게 어렵다. (초등학교 교과서 읽기 조차 어려워함)

   - 한자를 이래 저래 조합해 쓰기 때문이다.

   - 원래 대만어는 문자가 따로 있지 않다.

- 타이완어 사용 비중은 남부지역(타이난, 가오슝 등)이 훨씬 높다.


12. 대부분 영어 이름이 있다.

- 중, 고등학교 때 영어를 배우면서 영어 이름이 정해진다.

- 직장인들은(특히 테크 산업 직장인들) 서로 영어 이름은 알아도 중국식 본명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13. 마스크가 생활화.

- 타이베이엔 마스크를 낀 사람이 많다 (특히 오토바이 탄 사람들은 거의 다).

- 코로나 이전에도 원래 많이 꼈다고 한다.

- 도심은 공기 질이 안 좋아 그런 것 같다.


14. 기술직군(특히 반도체) 종사자의 높은 연봉.

- TSMC를 비롯, 반도체 업계가 평균 연봉이 높다.

-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은 의학이 아닌 전자, 재료공학을 택해 반도체 엔지니어가 된다.  


15. 말이 부드럽다.

- 상대적으로(그곳에 비해) 말소리가 크지 않다.

- 된 소리 + '얼' 발음이 상대적(그곳에 비해)으로 약하다.


16. 전자기기 수호신 '꽈이꽈이'가 있다. 

- 봉지 과자다.

- 맛에 따라 3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녹색이어야 한다 (코코넛 맛이던가..?).

        - green = pass 이기 때문

- 실제로 정밀장비(+혹은 그냥 사무용 컴퓨터) 위 혹은 방 안에 꽈이꽈이가 꼭 있다.

- 유통기한이 다 되면 교체해야 한다. 

- 어느 대학원생의 일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이것은 꽤 오래된 전통이다.

- 그러나 과자 맛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