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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a May 20. 2022

흰죽

흰죽          

                                    이광


죽을 쑨다

흰죽을 쑨다

불린 쌀과 물만 넣고 죽을 쑨다

쑤어놓은 죽이 너무 멀겋다

멀건 흰죽 위에 멀건 내 얼굴이 가물거린다

멀건 죽은 보기에도 싱겁다

사람도 너무 멀거면 싱겁다는 말이 떠올라

계란 하나를 풀어 휘저었더니

간간이 노랗고 여전히 멀건 흰죽이 되었다.       



   

조금 예민한 성격이라 거의 2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위내시경 검사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마스크를 벗고 해야 하는 위내시경 검사를 조심하자는 생각에 하지 않게 되었죠. 그러면서 병원에 갈 일이 없도록 특별히 아프지 않고 지나기를 바랐습니다.      


돌이켜 보면 다행스럽게도 팬데믹 기간에 아파서 병원에 가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매달 어머니 약 처방전 때문에 병원에 갔던 것과 백신 접종하러 세 번 갔던 것을 제외하고 아파서 간 것은 장염과 체해서 각각 한 번씩 갔던 것이 전부였네요. 그만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에 장염을 앓으면서 죽을 먹게 되었어요. 평상시 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죽을 먹고 나면 속이 편하기 때문에 아프면 죽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전복죽, 야채죽, 버섯죽을 골고루 두 번씩 사 먹었네요. 그리고 이번 주에도 조심하자 싶어 집에서 죽을 쒀 먹었습니다. 불린 쌀과 물만 넣어 쑨 멀건 흰죽이었죠. 쑤어놓은 죽이 너무 심심해 보여 계란 하나를 풀었습니다. 그래도 죽은 간간이 노랄 뿐 여전히 멀겋기만 했어요.   

   

 결국 따지고 보면 지난주부터 2주 내내 죽만 먹은 꼴이 되었네요. 그래서인지 기운이 없습니다. 조금 전 성당에서 특별강연을 듣는 데 너무 기운이 없어 잘 듣지 못하고 수첩에 ‘흰죽’이라는 글만 지어 왔습니다. 내일부터는 당분간 죽집 근처도 안 갈 생각입니다.


내일은 그동안 미뤄둔 건강검진을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위내시경 검사받을 일이 조금 신경 쓰이는군요.

꼭 이런 날에는 평상시 먹지 않던 음식들이 떠오릅니다. 하나같이 내일 검사받고 나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음식들이에요. 피자, 비빔국수, 치킨, 얼큰짬뽕, 탕수육 등등. 하지만 나는 지금 유혹을 견디는 중이에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볼 생각입니다.


사람의 습관이란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하루에 두 끼만 먹었어요. 누구는 간헐적 단식이라고 하던데 그것을 떠나서 내가 체감하는 이로움이 많아서 그렇게 한 것이지요. 두 끼만 먹어도 몸이 가벼워서 나 스스로도 행동이 민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정신이 맑았습니다. 그러한 이로움 때문에 더욱더 몸과 마음이 가벼운 삶을 유지하기를 바랐지요.


 올해에 들어 소량이지만 다시 하루에 세 끼를 먹게 되었지요. 그런데 계속 하루에 세 끼를 먹다가 어쩌다 한 끼를 거르게 되면 허기가 지고 기운이 없어졌어요. 두 끼만 먹어도 기운이 빠진다거나 배고픈 줄 몰랐던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역시 몸과 마음은 현재의 습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네요.


'사람은 어떤 습관을 들이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봅니다.


이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어떤 방향을 설정해 두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생각 습관, 행동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 하루에 두 끼 먹는 습관을 서서히 들여볼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궁극적으로는 이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는 것입니다.


(2022.5.19. 22:00)



지난밤 브런치에 이 글을 발행할 생각이었지만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여러 편 읽고 나니 체력이 바닥나버렸습니다. 결국 제 글 올리는 것을 유보했지요.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는데 브런치에서 의사이신 작가님의 약물 부작용에 대한 글이 올라와 읽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앉아 있어서인지 약물 복용에 대해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막 읽고 나니 간호사가 나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검사를 받게 했습니다. 이상한 포즈로 사진도 찍고 피도 뽑고 소변 검사도 하고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설문도 했습니다. 그리고 수면내시경도 받았지요. 다행히도 내시경 결과는 깨끗하다고 하더군요. 다른 검사 결과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건강검진을 꼭 챙겨서 받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에는 국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비용도 얼마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건강공단에서는 친절하게 카톡으로 검진할 사항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줄 압니다. 제 큰 형님이 그랬습니다. 설마 내가 이러저러한 병에 걸리겠어? 하는 생각이었겠지요. 하지만 슈퍼맨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거지요. 제 큰 형님은 결국 암 진단받고 4개월 후에 영면에 들었습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한 번은 죽게 되어있습니다. 그것이 사람 본연의 십자가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죽을 때 죽게 되더라도 건강검진만 제때에 했다면 죽음을 가불까지 하면서 서둘러 죽지는 않았을 거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우리 삶이 힘들다 하더라도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면서 얻게 되는 혜택들이 참 많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을 잘 지켜서 삶이 주는 혜택들을 잘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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