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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범 Mar 19. 2024

ep1.어떻게 시작했더라, 지방대부터 대기업 기획자

나는 지방대 출신이자 기획자이며,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제목에 쓰여있는 것처럼 지방대를 나와 에이전시 4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게임 업계 중 큰 기업에 다니고 있는 기획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는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로 인사를 시작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 쓰는 글에서도 똑같이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


나는 현재 기획자이다. 처음부터? 언제부터? 기획자가 되고 싶었나?  

나의 어릴 적 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대학 시절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지만

기획자라는 방향은 대학생 시절 생겼으니 대학교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야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어릴 적 꿈과 나를 디자인의 길로 안내해 준 신 OO 씨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길 바라본다.




'기획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나름 인복도 있고, 타이밍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획자라는 직군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단연 운만 좋았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의 용기와 노력 순간의 운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운을 어떻게 맞이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의 이야기에 앞서서 가끔 책에서 저자들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어떤 운을 만났길래 운이 좋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속으로 많은 상상과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쓰는 글의 시작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니...

그렇지만 가만히 나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다는 문장이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 같다.

내가 읽었던 책의 저자들과 비교해서 나의 운이 큰지 작은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운이라는 단어에 정의 속에서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방의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는 시각 디자인과의 학사 출신이다.

기획자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모르던 대학 시절 단순하게 디자인이 하고 싶어 디자인과를 지원하였다.

그렇게 입학을 하고 입대 후 전역 그리고 복학을 하는 20대 남자의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나의 첫 운은 대학교 3학년 때 만났던 대학교 교수님이다.

(정확하게는 시간 강사셨던 분이셨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며 종종 도움을 받고 있다.

편의상 교수님이라고 칭하겠다. 나는 이분을 아직도 교수님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당시 교수님의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수업을 통해 UX: 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용자 경험 설계... 단어만 들어도 멋있지 않은가)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목표도 없고 단순하게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으며 UX라는 단어 또한 모르던 사람이었다.

어쩠던 그렇게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UX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의 뿌옇한 기획자의 꿈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막했다. 지방대 출신에 UX라는 단어도 모르던 학생이 단순하게 서울에 있는 회사에 UX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며,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었다. 사실 기대가 없었다.

그렇게 처음 하고 싶은 분야와 꿈이 생겼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대학교 3학년! 아직은 취업이 실감 나거나 급할 게 없었으며, 친구를 만나고 술도 마시며 매주 과제를 하기에도 바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대학교 4학년이 되었고 졸업을 앞둔 가을이었을 것이다.

이 날 교수님께서 나에게 전화를 주셨다.


'학생들하고 할 수 있는 작은 UXUI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니? '


이때는 나에게 단순하게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신다고 생각을 했고 나는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그럼 프로그램이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요? 다들 취업에 걱정이 많은 시점이기도 하고...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라고 대답을 하고 전화는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머릿속에는 나도 그 학생 중 한 명이 아닌가? 나는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평소에도 이런 걱정은 수증기처럼 잠깐씩 했지만 이 날은 취업에 대한 걱정이 돌처럼 무거웠다. 그렇게 그 프로그램을 들어야겠다. 나는 대상이 아니라도 듣게 해달라고 사정이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고 교수님은 흔쾌하게 '그래 알겠다'라는 기분 좋은 답변과 함께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와서 그 순간을 생각해 보면 교수님이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것이 아니라 나에게 기회를 주시려고 질문을 던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기회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 하지만 나에게는 기회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했던 3개월 동안 교수님의 커리큘럼에 따라 프로그램을 들었고 나는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나만의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디지털 에이전시에 기획자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이때 3개월은 정말인지 너무나도 힘들었다. 코피를 흘리면서 잤던 시간이었고 내 인생에 가장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아직도 교수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 그리고 해외 출장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나의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해외에서까지 봐주셨던 것, 그리고 나의 취업을 위해 이곳저곳 알아봐 주시고 면접에 대한 피드백도 해주신 것. 결국 알아봐 주셨던 곳은 나의 능력 미달로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박 OO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첫 번째 운을 만나서 나는 기획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조금씩 회고하고 정리해보려고 한다.

누군가 이 글을 읽을지 혹은 나만의 소중한 일기장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게 찾아온 짧은 순간에 용기를 내어 운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직 운을 만날 수 없었다면, 운이 나에게 오는 길이거나 혹은 잠시의 망설임으로 인해 운이 잠시 지나갔다 돌아오는 길이라고 믿는다.

운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와 같이 곧 운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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