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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맑음 Feb 23. 2023

운동의 역효과

운동 시작한 후 체중이 늘어났다면 근육이 주범일까, 지방이 주범일까

작년 겨울에 필라테스를 시작했지만, 그 당시 저녁에 하는 일이 있었기에 필라테스는 한 달에 두세 번 가는 것이 전부였다. 새해가 되었고 이제 나의 저녁시간은 온전히 운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되면서 필라테스를 일주일에 두 번은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주변상황은 나의 결심을 응원해주지 않았다. 전년도 사업 정산, 새로운 사업 계획서 작성과 같은 야근 일정에 더하여 필라테스 사전 예약 시스템에 익숙해 있지 않았던 나는 일월 한 달 동안 필라테스 수업을 고작 여섯 번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라테스는 나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운동이 주는 충만함을 알게 되었다. 동작을 할 때는 고통스럽지만 끝나고 나면 오늘도 내가 나의 몸을 위해서 무언가를 했다는 뿌듯함이 몰려왔고, 다음날 아침에 느끼는, 평소 안 쓰던 근육 사용으로 인하여 생긴, 근육통마저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면서 주로 저녁 여섯 시 수업을 들었다. 보통 직장인들은 여섯 시에 퇴근하니 일곱 시나 여덟 시 대에 수강생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수강생이 몰리는 시간을 비껴서 수업을 들으면 조금은 한가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여섯 시 수업을 듣기 위해서 아침 여덟 시에 출근하고 저녁 다섯 시에 퇴근하는 시차 출퇴근제를 신청했다. 시간 외 근무도 아침 시간을 이용했다.


이월 셋째 주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계속 필라테스를 갔다. 생각 같아선 금요일, 토요일에도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금요일엔 어쩔 수 없는 저녁 약속이 있었고, 토요일 운동은 늘 제일 일찍 마감되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일 년 만 운동하면 정말로 적절하게 근육이 붙고, 지방이 빠진 이상적인 신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절로 들었다.


하지만, 운동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필라테스 수업이 계속되면서 스멀스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두 달 동안 작년에 비하여 체중이 무려 이 키로가 늘어, 생애 최대의 몸무게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범인은 바로 야식에 있었다.


필라테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은 늘 즐거웠다. 오늘은 내가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오늘도 수고한 나를 보상해 주고 싶었다. 집에 가는 길에 유혹은 많았다. 쇼핑몰을 지날 때면 쇼핑몰 지하 푸드코트에서 파는 대왕 유부초밥이며, 빨간 고추장 양념이 묻은 가래떡과 시래기가 적절히 조화된 시래기 떡볶이의 그 익숙한 맛에 절로 침이 돌았다. 케이크 전문점을 지날 때면 크레이프 케이크를 앞에 두고 한층 한층 겹겹이 쌓여있는 크레페를 한장씩 포크로 돌돌 말아먹는 내 모습이 절로 눈 앞에 그려졌다. 대형마트 앞을 지날 때면, 한때 즐겨사먹던 크림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차가운 바람이 심하게 불던 밤에는 집에 가서 떡라면을 끓여 먹을 생각에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었다.


그렇게 운동 후 늦은 저녁시간에 뭔가를 먹기 시작하니, 운동을 하지 않은 날도 버릇처럼 먹게 되었다. 여덟 시에도 먹었고, 아홉 시에도 먹었고, 열한 시에도 먹었다. 평소에 저녁을 허술하게 먹은 후 여덟 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나의 생활패턴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늦은 저녁마다 야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은 몸무게 숫자와 비례했다. 늘어난 몸무게 중애는 필라테스로 생긴 근육의 지분도 있겠지,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하지만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어도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스타일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다른 해와 비교하여 올해 새로 시작한 것은 필라테스만이 아니었다. 다이어리를 사용하며 내 생활을 체크하고 있다. 올해 엄선해서 산 다이어리는 작고 가벼워서 휴대성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해빗 트레커 칸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매달 지켜야 할 것들을 기입하고 매일매일 체크해 나가면 한눈에 얼마나 지켜졌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일월에는 글쓰기, 운동하기를 매일 체크했다. 이월에는 체크할 것이 두 개 더 늘었다. 글쓰기, 운동하기 외에 간헐적 단식, 저녁시간 책 읽기가 그것이다. 저녁 일곱 시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먹고 싶은 생각이 들 틈을 주지 않도록, 매일 저녁 조금씩 책을 읽을 생각이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가면 올해 말쯤엔 나도 체중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적절히 근육이 붙은 신체를 가지게 되길 바란다. 그때가 기대된다.


<사진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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