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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Oct 25. 2022

굳이 입 밖으로 꺼내야 아는 고마워 사랑해 최고야

엄마, 주부의 일은 인사고과나 비교대상이 없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엄마도 자신이 최고의 엄마인걸 모른다. 엄마의 가치는 가족들이 "고마워" "최고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제야 실체화된다. 어디선가 세계 최고의 엄마가 자신의 가치를 모른 채 가족들의 인정과 피드백을 기다리며 막연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해보기로 한다. 하루 두 편의 글을 쓰는데 딱 세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세 명의 독자가 식탁에 모여 앉아 글을 읽는다. 피식거릴 수도 눈가가 촉촉해질 수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읽기가 끝나면 독자는 식탁을 떠난다. 글쓴이는 혼자 남아 글을 치운다. 식탁 위에 놓였던 문장이 언제까지 기억될까? 곧이어 다음 글이 차려져야 하고, 그런 노동이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반복된다면 말이다.


그랬어도 슬아는 계속 작가일 수 있었을까? 허무함을 견디며 반복할 수 있었을까? 설거지를 끝낸 개수대처럼 깨끗하게 비워진 문서를 마주하고도 매번 새 이야기를 쓸 힘이 차올랐을까? 오직 서너 사람을 위해서 정말로 그럴 수 있었을까 모르는 일이다. 확실한 건 복희가 사십 년째 해온 일이 그와 비슷한 노동이라는 것이다." -이슬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삶이 잘 산 삶일까? 나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큰 영향을 끼친 삶이 더 잘 산 삶이라고 생각한다. 내 '잘 산 삶' 롤모델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엄마다. 엄마는 정말 좋은 엄마고 그 이전에 정말 좋은 사람이다.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지만 모든 시간을 가정을 위해서만 썼다. 그때는 풍토가 그랬고 엄마의 가족들이 그랬다. 난 엄마의 시간을 먹고 사랑받는 법, 사랑하는 법, 사람들에게서 좋은 의도와 장점을 보는 법, 공감, 긍정과 열린 마음, 배려, 용서를 배웠다.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다.


나는 엄마를 엄마로 만난  만으로도 태어나면서부터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슬아 작가의 주부의 노동에 대한 글을 읽고 엄마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이슬아 작가의 글을 읽으니 주부가 얼마나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일인지 깨달았어. 엄마라는 일을 하는 하루 하루는 성과가 보이지 않았을  같아. 엄마 덕분에 나는 너무 행복했고 괜찮은 어른이 되었어. 사회에서 개인적으로 인정받을  있는  대신 우리를 키워줘서 고마워. 가보지 못한 길이 아쉬울 때도 있겠지만 엄마가  일이 아주 중요 일이었고  엄마가  일을 너무 잘했단걸 알려주고 싶었어. 엄마가  엄마여서 행복하고 감사해.”

 

당연한 말을 굳이  밖으로 내어서 다시 말한 것뿐인데  말을 들은 엄마가 울먹였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별로 특별하게  것도 없는  같은데 좋은 엄마였다고 말해주니까 내가 잘한  같고 좋은 엄마였던  같아.  덕분에 엄마 자존감이 올라가." 당연한 말에 감동받는 엄마를 보니 슬퍼졌다. 평소에 이런걸  표현하지 않아서 엄마는 자신이 좋은 엄마인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던 거다. 엄마가 자신의 가치를 모르는 채로 엄마라는 끝이 없는 길을 하염없이 걸어왔다.


밖에서 일을 하면 돈으로 즉각 보상받고 남들과 비교하며 성과를 확인하지만 가사노동은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다. 이제 워킹맘이  나도 밖에서 하는 일은 월급과 인정으로 보상받지만 집에서 하는 더 힘든 육아는 이따금   있는 딸의 미소로 간간이 보상받을 뿐이다. 엄마들은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다. 그렇게 소중한 엄마들은 자신의 가치를  모르는 채로 식탁에 계속 밥을 차리고 사랑을 베푼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여신인  모르는 여신들이다.  쉬운 고맙다 행복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밖으로 굳이 꺼내야 그들이 인정받음에 감격해서 눈물짓는다. 매일 앉아왔던 식탁이 엄마의 식탁이라 너무 행복했다고  식탁에서 모든걸 배웠다고 자주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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