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울었다.
한 소절도 듣기 전에 터졌다.
연주를 마친 네가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엄마, 임영웅이 그렇게 좋으신 거예요?
울지 마세요.
이젠 연주해달라 하실 때마다 해드릴게요."
마흔 넘긴 엄마가
연예인 때문에 우는 줄 아는
우리 둘째
연예인에는 별 관심 없던 내가
생에 첫 팬카페를 가입하는 짓도 하며
종일 그의 노래를 듣고 있긴 하다.
임영웅이 커버한 '미운 사랑'이 좋아 죽겠는데
해금으로 연주 한 번 해주면 안 되냐고 조르기도 많이 졸랐지.
넌 참 들은 척도 안 하더라.
국악을 들으면 가슴이 뛰는 엄마라
너희 삼 남매도 국악을 취미로 갖게 하고 싶었어.
그리고 너는 일찌감치 해금을 골랐지.
해금 수업 자리가 없었지만 생길 때까지 기다리겠다던 너였다.
해금 연주 영상 찾아보며 수업할 날만 기대하던
너의 반짝이는 눈빛이 아직도 생생해.
그런 네가 해금을 켜면
듣기가 참 좋았다.
안 듣는 척했지만 눈을 감고 감상했어.
해금과 아쟁이 헷갈리던 엄마는
어디서 해금소리만 들리면
귀 기울이는 버릇도 생겼지.
그렇게 해금은 너였다.
네 연주를 듣는데
날카로운 말로 널 공격하던 내가 떠올랐다.
칼갈이 한 칼로 매섭게 몰아붙이며 잘잘못을 따졌다.
네가 어떻게 나오던 나는 그보다 더 셀 거라는 눈빛을 보냈다.
반항의 책임은 다 니 몫임을 온몸으로 표현했고 경고의 메시지로 샤워를 시켰다.
엄마는 그저 피해자였다.
왜 힘들어하는 아이보다
힘든 내가 더 먼저 눈에 들어왔는지.
떨어져서 보면 이해가 될 일을
부둥켜 비비고 줄다리기 하며
파국의 끝을 달리려 했다.
널 안고 소리 없이 울었다.
내 배 위에서만 잠들던 아기가 두 팔 가득 둘러야 안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엄만 그만큼 성장했을까? 아닌 것 같아.
연습도 안 한 너의 어설픈 연주가
국립국악단의 연주보다 감동이었던 오늘을
잊고 싶지 않아 글을 남긴다.
너는 사춘기지만
엄마는 아직 갱년기가 아니라 널 이겨먹을 수 없나 보다.
겨우 초등학교 졸업한 너를 다 큰 애 취급해서 미안해.
우린 또 세계대전이 전쟁 축에나 드냐며 싸우겠지?
넌 적들의 침입도 혼자 다 막아낼 것처럼 날을 세울 테고,
난 나이가 깡패인 양 또 네 앞을 막아 서지 싶다.
그래도 다들 그러더라.
내 배로 낳은 자식 맞나 싶게 미워도
시간 지나면 내 예쁜 딸로 돌아온다고.
그때는 엄마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된다니
너무 조급해하지도
걱정하지도 않고 기다릴게.
우리 잘해 보자.
'미운 사랑' 되지 말고...
그나저나 노래 참말로 좋~다. 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