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건 작품의 퀄리티 문제 때문인데요, 사실 이전부터 조금씩 반복되어온 문제가 이제 터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취사병 전설의 되다는, 강성재라는 흙수저 청년 성재가 우연한 계기로 어떤 능력을 얻게 되고 그 능력을 이용해 요리를 잘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남자들이 공감하는 군대요소, 그리고 게임의 성장 시스템을 결합한 재미 요소가 풍부한 웹툰입니다.
하지만 이 만화는 어느 순간부터 스토리 연출 방식이 고정되어버렸습니다.
1. 군대 식단에 문제가 생긴다.
2. 간부들이 문제를 제기한다.
3. 처음에는 원인을 찾지 못한다.
4. 그 때 성재가 등장해, 스킬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한다
5. 성재는 군대에서 인정받고 포상휴가를 받는다.
이 포맷이 1화부터 현재 96화까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웹툰이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미 많은 유저들이 유탈했을 연출입니다.
네이버 웹툰 취사병 전설이 되다 16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본래 취사병이 전설이 되다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게임적 요소'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적 요소란, 성장 / 스킬 / 흥미로운 퀘스트, 이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취사병이 전설이 되다에서는 흥미로운 스킬들이 나오죠, 요리 동작을 2배 빠르게 해준다거나 (게임 - 공속, 이속 증가) / 요리사의 눈을 사용해 상한 식재료를 분리해낸다거나 (게임으로 치면 상대방or 몬스터 정보 스캔 스킬) 등등이 있었습니다. 이런 스킬을 얻거나 활용해서 퀘스트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독자들은 즐겼던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떻나요. 성재와 성재 여자친구의 연애 에피소드,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부조리 에피소드 등. 분명 재밌고 공감가는 요소이며, 작중 배경이 군대이기에 필요한 요소이기는 합니다만, 본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살리는 에피소드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우리는 생각해봐야합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 요소들 - 주변 인물 / 배경 / 위기 / 위기 해결 요소가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하는데, 현재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이 요소들이 잘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일종의 병목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를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 취사병전설이 되다는 옴니버스 스토리 웹툰인지 성장형 스토리 웹툰인지 독자가 보기에 애매합니다. 읽기에 애매하면, 작품의 매력은 떨어지고, 독자는 굳이 매력이 떨어지는 작품을 볼 이유가 없습니다.
출처 : 예스24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웹소설 재벌집 막내 아들을 쓴 산경 작가의 [실패 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옴니버스는 양날의 검이다. 옴니버스는 캐릭터가 중요하다 .초반에는 반짝이는 스토리로 주의를 끌 수 있지만, 이후에도 연재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빛나는 캐릭터가 필요하다. 캐릭터가 빛을 잃으면 옴니버스 스토리의 연재는 어려워진다. 44p - 45p
제 개인적으로 봤을때, 취사병이 전설이 되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나름의 매력이 다 있습니다. 설정도 어느정도 잡혀있고, 그 캐릭터들 간에 벌어지는 스토리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스토리가 너무 단조로워 이제는 한계에 다달아 보입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14화
이제 웹툰 진행의 포커스를 주인공인 성재에게 맞춰야할 때입니다.
일단, 성재를 스킬적으로 / 내면적으로 충분히 성장시키고 / 어느정도 주변 환경을 변화시킨 이후에 다시 옴니버스로 돌아와 스토리를 진행시켜도 됩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바뀐 환경 속에서 등장 인물들은 새로운 상호작용을 보일 것이고, 독자들에게는 그렇게 생겨나는 스토리가 신선하게 다가갈 겁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제가 참 좋아하는 웹툰입니다. 주인공 강성재도 참 좋아하구요. 그래서 일까요, 성재의 성장이 그려지지 않는 요즘, 이 웹툰을 클릭하는 순간이 전 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