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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자 Jul 01. 2021

[아니나 필진 콜라보] 서로의 웹툰 픽 공유해보기

[해당 포스팅은 제가 애니메이션 웹 매거진 <아니나>에서 연재하고 있는 연재분을 가져온 것입니다.]

 

0.    합동 원고를 작성하게 되면서 

어찌 보면 가장 자신감 있을 때가 위험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에서 글을 반년 가까이 연재를 해오면서 이제는 글 쓰는 방식도 정착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글 상태에서 크게 개선할 것도 없겠지 라고 생각했었던 찰나에,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보고자 동료 필진인 레몬 샤베트님과 합동 원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원고 작성을 통해서 저는 보다 섬세하게 웹툰을 분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몰랐었던 재밌는 작품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이 글을 읽는 여러 분들에게도 이 글이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하는 마음에서 이번 원고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추천작 이유 by 레몬 샤베트님


1-1.       < 구름이 피워낸 꽃 > 

출처 : 네이버 웹툰 구름이 피워낸 꽃 

<구름이 피워낸 꽃>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수묵화에 가까운, 특이한 느낌의 채색법 때문이었습니다. 흑백의 선을 중심으로 부분마다 들어간 색조의 조화는 이 작품을 한층 더 동양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다음 웹툰 중 보리 작가님의 <실>과 <밤의 향>이 떠오르지만, <구름이 피워낸 꽃>은 이 작품들보다 한층 더 깔끔하고 선명한 느낌의 그림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구름이 피워낸 꽃>이 처음 접한 독자들을 특색 있는 그림체로 끌어냈다면, 그 독자들을 작품에 계속 빠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이 작품 특유의 담백한 서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궁중 로맨스 장르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한 장르입니다. 정말 정직하게 자신이 선택한 장르의 클리셰, 법칙을 잘 따르는 이 작품은, 오히려 왕도를 걷는 작품이 적어지고 퓨전 판타지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착실하게 밀도 높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1-2.       < 블랙 베히모스 > 


출처 : 다음 웹툰 블랙 베히모스

다음으로 추천드린 <블랙 베히모스>는 다음 웹툰 플랫폼에서 꽤나 오랜 시간 연재 중인, 판타지, 능력자 배틀 물 장르의 작품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경쟁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의 <신의 탑>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아마도 이는 두 작품 모두 <헌터x헌터>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강점을 꼽자면 크게 매우 복잡하고 잘 설계된 세계관, 그리고 이 작품만의 개성 넘치는 능력의 묘사와 액션 연출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현재 410화까지 연재 후 휴재 기간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정말 때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된 복선과 이의 회수를 잘 해내는 작품입니다.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스포일러가 되어 설명해 드리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과장을 보태 작중 복선을 뿌리고 회수하는 것의 쾌감을 주는 데 있어 이 작품보다 뛰어난 작품은 없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설계된 세계관의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 추천작 감상 by 광자

2-1. <구름이 피워낸 꽃 : 색채로 드러낸 인물의 성격과 대비 >

출처 : 구름이 피워낸 꽃 

평소에 레몬 샤베트님이 웹툰을 보는 안목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웹툰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교류할 때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추천해주신 구름이 피워낸 꽃과 블랙 베히모스 작품을 접하면서 레몬 샤베트님에게 더 믿음이 갔습니다. 


앞선 레몬 샤베트님의 추천 글에서 웹툰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미 많이 나와서, 저는 다른 부분에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먼저 구름이 피워낸 꽃 같은 경우에는, 레몬 샤베트님 말씀처럼 그림체가 독특한 웹툰입니다. 일부분만 채색하고 나머지는 수묵화처럼 흑백으로 남겨두어서, 독자들에게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인지시킵니다. (그림체로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죠) 그리고 채색을 통해서 인물들의 성격이나 특징들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출처 : 구름이 피워낸 꽃 

예를 들어 작품의 주인공이자 홍련의 약혼자인 양도운은 어려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흑발로 묘사되고, 입는 옷 또한 꽤 무게감 있게 묘사됩니다. 중간중간 홍련과 같이 옷을 맞출 때는 비교적 화려한 색채의 옷을 입히나, 그런 상황을 제외하고는 분위기 있는 색체의 옷을 대체로 입는 편입니다. 


반면 홍련을 짝사랑하는 홍련의 호위무사 백한은 시종일관 백발의 푸른색으로 묘사됩니다. 양도운과 정반대의 색깔로,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대체로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는 백한이라는 인물의 티 없이 맑은 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도운이 있는 무게감 있는 옷과 대비를 주어 도운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임을 색을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실 백한에게 이런 푸른, 마치 하늘과 같은 색의 옷을 입힌 것은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제목에서 나오는 구름이 피워낸 꽃의 구름은, 양도운(雲)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연상시키는 색은 백한에게 몰아주고, 마치 비가 오는, 먹구름이 잔뜩 낀 색채는 양도운에게 몰아줬으니, 어쩌면 이는 작가가 사람 관계에 존재하는 모순됨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 또한 듭니다. 

 

2-2. <블랙 베히모스 : 오랜만에 예전 만화책을 읽은 느낌, 그때 그 향취 >

출처 : 경향신문

혹시 만화책 방 가는 것 좋아하시나요. 만화책 방에 가면 예전 만화책들이 꽤 많이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그런 예전 만화책들을 사람들이 많이 찾죠. 그때 그 만화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거니와, 지금은 사라진 그 당시의 만화책들이 지닌 고유의 특징 같은 것들이 있거든요. 


그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만화책 맨 끝에 부록처럼 나오는 만화책 속 세계관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 글입니다. 예를 들어, 와인을 소재로 한 유명 만화 ‘신의 물방울’의 경우 만화책 각 권의 끝에 해당 권에 등장했던 와인과 그 와인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본편에서의 내용이 에피소드인 것과 다르게, 마치 와인 강의를 듣는 톤으로 진행이 되어서 신선한 재미가 있습니다. 

출처 : 블랙 베히모스

블랙 베히모스도 그래요, 한 화가 다 끝나고 나면 맨 밑에 웹툰 속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나, 그 화에서 나온 개념 중 조금 더 꼼꼼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작가가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때 방식이 독특합니다. 작중 신문 기자의 컨셉을 가진 캐릭터를 활용해 마치 뉴스 기사를 내보내는 것처럼 작성하거나, 한 교수 캐릭터의 입을 빌려 강의를 하는 것처럼 내용을 풀어냅니다. 만약 이런 컨셉 없이 그냥 줄글로만 내용을 써 내려갔다면 지루해서 세계관 설명이고 뭐고 잘 안 읽혔을 거예요. 

 

3. 필진 콜라보 후 느낀 점 : 웹툰도 기획이 중요하구나.

출처 : 블랙 베히모스

정말 오랜만에 웹툰 작품을 두고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단순히 재밌었다, 좋았다가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여타의 웹툰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기에 이런 감정을 독자가 느끼게끔 했는지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레몬 샤베트님과의 대화가 저에게는 참 의미 있었습니다. 


이번에 레몬 샤베트님과 웹툰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좋은 웹툰은 좋은 설계가 밑바탕이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구름이 피워낸 꽃에 쓰인 색채는 아마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었을 겁니다. 이 인물에게는 빨간색, 이 인물에게는 검은색 이렇게 미리 색을 정해두고, 그 색을 정한 이유를 작가 나름대로 미리 구상을 해뒀을 겁니다. 마치 좋은 집을 짓기 전에 치밀하게 설계도를 짜두는 것처럼요. 


블랙 베히모스의 하단부에 추가적인 세계관 설명을 넣은 것도 그렇습니다. 아마 작가 자체도, 단순히 인물들의 대화만으로는 이 많은 양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는 없으니, 추가적인 공간을 빌려서 독자들에게 이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겠죠. 그 방식이 신선해서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가게 된 거고요.  


이 두 작품만을 보더라도, 웹툰을 통한 재미나 즐거움, 그리고 감동이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웹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심도 조금 생기면서, 제 스스로의 삶에도 이런 기본 밑바탕이 되는 설계를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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