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스크돌은 사랑을 한다'의 주인공으로 본 통제 이론
0. 여는 글
통제 이론이란 한 캐릭터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심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신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면 꼭 실수를 한다. 그러니 나는 언제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에서만 이야기할 것이다. 이것은 겸손이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의미 있는 태도이다.
두려운 상황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일종의 신념을 형성하는 것, 그리고 그 신념을 기반으로 마주하는 상황들에 대응을 하는 것이 통제 이론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어떤 통제 이론을 가지고 있는지 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오늘은 [그 바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라는 애니의 주인공 고죠 와카나를 통해 '통제 이론'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내가 히나 인형을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들켜선 안돼
주인공 고죠 와카나는 히나 인형을 만드는 고등학생이다.
할아버지가 만든 히나 인형에 반해, 히나 인형 장인이 되기로 결심한 고교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인형 만들기에 몰입한다.
이로 인해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물론 친구들과 함께 어디 놀러 간 기억도 없는 그야말로 외톨이가 되고 만다.
하지만 사실, 히나인형을 만드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 외에도 고죠가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건 고죠가 어린 시절, 남자가 히나 인형을 좋아한다니 이상해!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친구들에게 다가가도 전에,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고죠에게 자리 잡게 된다.
2. 히나 인형이라니 대단하잖아!
하지만 이런 고죠의 신념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인물이 나타났으니, 바로 키타가와 마린이다.
학교에서 친구들도 많고 쾌활한 성격인 마린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코스프레 의상 제작을 시도한다. 하지만 바느질 방법조차 몰랐던 마린에게 코스프레 의상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우연히 고죠가 가정실에서 미싱을 사용해 히나 인형의 의상을 제작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고죠에게 코스프레 의상 제작을 부탁하게 된다.
생전 친구들에게 자신이 히나 인형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고교는 순간 엄청나게 당황하게 되고, 이번에도 자신에게 혐오감을 드러내겠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덜컹 주저앉게 된다.
3. 내가 사람이 입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예상외로 마린은 고죠가 히나 인형을 만든다는 것에 대단하다는 말을 하게 되고, 그에게 의상 제작을 부탁하게 된다.
히나 인형만 만들던 고죠는, 과연 자신이 사람이 입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잠시 하게 되지만 이윽고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이후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의상을 만든 결과 마린이 원하던 캐릭터의 의상을 훌륭하게 만들게 되는 고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의 어울림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고죠는 이전보다 생기가 묻어나는 히나 인형 표정 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히나 인형을 만든다는 사실을 들키면 사람들이 혐오할 것이다.'라는 고죠의 신념을 부서 준 마린이라는 인물의 등장. 그리고 마린의 의상을 만드는 과정으로 사람과의 어울림을 경험하게 된 고죠. [그 바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는 사람 간의 만남을 통해 사람이 가진 결함 혹은 근본적인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활용해서 새로운 분야에 접근하는 경우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깨달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바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는 캐릭터를 넘어서서 우리 자신이 가진 통제 이론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통제 이론은 우리 자신의 어떤 트라우마로부터 기인하는지 생각해보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