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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Jul 15. 2024

30도

열대야


집안이 뒤숭숭하다.

다들 힘주어 웃고 있지만, 툭 살짝만 쳐도 우울과 불안이 다 쏟아나올 분위기랄까.


아무렇지 않은 척.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속은 뒤끓고 꽉 막혀서 살려달라 소리치는데

겉으론 가면 수 십 개를 쓴 웃음을 짓는다.


버지께서 얼마 전 파킨슨이 강하게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다음주부터 정밀 검사에 들어가신다.


어머니께서는 대상포진이 오셔서 근육 하나 없는 몸으로 겨우 버티고 계시고,


본인은 이전부터 종종 밤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무슨무슨(명칭이 기억이 안 난다.)발작성 빈맥일 수 있다 하여 검사 중이다.


무언가 대차게 휩쓸고 지나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회사에선 사회적 웃음을 발끝에서부터 끌어내어 내보이고 있는 내 모습에, 무엇이 나고 무엇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인지 인지 부조화가 올 지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폭풍 속에서도 다행인 건,


지금처럼 그 와중에 다행인 점을 찾고 있는 내 모습 자체가 다행이고,


한 발 짝 떨어져서 진정 마주한 현실(현재)과 내 걱정이 무엇인지(미래) 구분하려 하는 내 노력이 다행이고,


그럼에도 오늘 잘 살면 된 거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흐름을 각종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워놓았다는 게 다행이다.


꽉 막힌 터널 같지만, 그 틈의 작은 빛을 찾아내려는 내 노력이,

지금껏 수없이 넘어지고 다치며 습득한 내 사고 회로가,

역시 더 큰 파도를 맞닥뜨렸을 때 나를 살린다.


숨을 크게 쉬고.

흐읍. 1,2,3. 휴우.


그래도 내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괜찮다.

또 괜찮다.

그럼에도, 괜찮다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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