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뭐라고 - 권리, 권위, 권력, 교사라는 권좌
그냥 유리하다 싶으면 갖다 쓰는 교권
'교권'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다.
확실히 예전에는 없던, 적어도 잘 쓰지 않는 단어였는데 몇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사용이 늘었다.
'교권침해'라는 말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데, 아마 이런 말도 들어보셨을 거다.
교권추락
초등학교나 중학교 국어시간에 배우고, 시험까지 치르는 '어울리지 않는 서술어 고르기'문제를 아시는지.
자, 문제다.
다음 중 ''교권'과 어울리지 않는 서술어를 고르시오. (정답 2개)
1. 교권을 침해당하다
2. 교권을 보호하다
3. 교권을 회복하다
4. 교권이 추락하다
모두 들어본 말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시는 분을 위해 자료를 준비했다. 국민신문고의 교육부 답변이다.
교육부의 답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교권 =교육권
그렇다면, '교권을 회복하다', '교권이 추락했다'가 말이 되는 소리인가?
뭐, 우기고자 하면 우길 수도 있겠다. '교육권을 회복하다', '교육권이 추락했다'...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말이다.
교권 = 교사의 권위
로 생각하면 너무도 어울리는 말이다.
실제로 교사들이 교권회복을 하자며 힘을 모으는 동안, 그들이 원하는 것이 진짜 학생들을 위한 교육권을 강화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교사의 권위를 강화해서 학생도 찍소리 못하고, 학부모도 찍소리 못하고, 교육청도 찍소리 못하고, 문제가 생겨도 처벌받지 않고, 성실하지 않아도 지적받지 않고, 편하고 부유하며 여유 있고 평생의 안위를 보장받는 '귄위'를 세우고 싶어 하는 것인가?
전교조는 교원의 평가가 '교권을 침해한다'고 하였다. 교육권이 평가와 무슨 상관인지? 교사는 평가받지 않을 '귄위'와 '권력'을 원한다
'이때다!'하고 올린 전교조의 수당요구서. 인상폭이 어메이징하다. 참고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행직의 경우 유치원을 겸임하면 5만원. 그외 시설업무나 각종 관리자 업무는 무료봉사
'교권'이라는 말이 원래는 학생을 위한 교육권의 보장인데, 마치 '교사의 권위'처럼 두루뭉술하게 써서 온갖 요구를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다는 얘기는 다음 편에서 좀 다뤄보고, 오늘은
교권이 뭔지
를 좀 고찰해 보자. 우선 교권의 정의는
교사가 가르치고 교육할 수 있는 권리
1. '교사'여야 한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여러 가지를 배운다. 배움에는 보통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으로 나뉘게 되는데, 잠깐 요령을 알려주는 수준은 '교육'이라 말하기 어렵고, 일정기간 동안 일정 수준까지 이끌어주는 것을 교육이라 할 만하다.
대표적으로는 직장에서 직무교육이 있다.
그런데, 직장에서 직무교육에는 '교권'이 성립되지 않는다. 가르침을 받는 쪽이 싸가지없게 빈둥댄다고 '교권침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교권'은 교사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
교권이 교사에게만 해당되는 이유는
교사가 높은 신분이어서 일까요?
아니면
가르치는 대상이 학생이기 때문일까요?
교권은 학생을 위한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도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교권보호나 교권회복을 위한다는 정책이나 요구사항이 정말 학생의 학습권과 상관이 있던가? 내가 보기엔 '교사의 권위'를 지키고 '교사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2. 교육하고 가르치는 권리다
교권은 교사가 '교육하고 가르치는 권리'이다.
즉, 교권은 '교사'라는 대상에 적용되는 권리가 아니라 '가르치고 교육하는 행위'에 귀속되는 권리이다.
다시 말해, 가르치고 교육하는 중이 아니라면 교권이 발동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권보호'를 이렇게 써서는 안 된다.
실정법을 위반하여 교사가 피해를 보았다면, 해당 법령에 의해 피해를 구제하고 가해자를 벌해야 하는 것이지 교사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교권'을 적용하여
더 보호받고
더 보상받고
더욱 강한 법적 사회적 인프라는 독점한다면
이게 신분제가 아니고 뭔가
다들 '교권'이 뭔지도 모르고 대강 쓰고 있으니, 위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긴다.
교권이랑 교사의 병가에 대한 행정처리가 무슨 상관인가?
교사 사회에서 이미 교권이란 '교사의 권리', 즉 교사라면 누려야 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그곳엔 학생은 없다
3. 교권은 교육권이다.
정의대로 교권은 '교육권'이다.
교권이 침해당하는 일은 '교사가 능력을 발휘하여 양심껏 가르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어보자.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건 교사의 업무범위일까? 아닐까?
수업 외 시간이라도 학생 간 다툼에 대해 지도하는 건 교사의 업무 범위일까 아닐까?
교사가 학생지도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면책을 요구하고, 학교폭력 등에 대해서는 교사가 아닌 외부에 맡기자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교권침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연구하고 대응방법을 개발하고 훈련하여 학생을 지도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하는 '전문가'이다.
'전문가'가 행한 지도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중대한 과실이나 악의가 없다면, 모든 '전문가'들이 그러하듯 우리 사회는 문제 삼지 않는다
매달 교원연구비를 주고, 전문적 학습동아리를 지원하고, 41조 연수 등 각종 연수의 혜택을 주어
가르치는 일 좀 잘하라고
매년 수천억을 쓰는데,
아이가 손가락 욕을 했다고 교권침해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했다고 외부위탁
학폭처리 부담스럽다고 '교권회복'위해 경찰에게 맡기잔다.
나는 이게 뭔 일인지 이해가 안 간다.
세상 모든 전문가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더구나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고, 가르치기 위해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매달 연구활동으로 돈을 받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후배 50만 명이 있다. 교사 사회 안에서 해결 못하는 일은 드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시간에는
아니, 체벌을 못해서 교권이 추락했다고요?
와 같은 내용을 다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