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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들의 학교 Jul 16. 2024

교사들의 잡무는 정말로 많을까?

교사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어떤 직업군에 대한 신뢰란
그 직업에 대한 존경과
평소의 헌신에 대한 감사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직업은
그 직업에 속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거나
함구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허위의 사실도 그럴싸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나는 교육행정직을 그만두었다.

그만둔 이유야 여러 가지이지만,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이다.

학교가 이상하다는 것.


당신들의 학교말이다.




교사의 행정업무 (또는 잡무)


조금 지난 자료지만, 교사들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가져왔다.


https://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2  교사들이 아주 많은 '잡무'를 하고 있다는 근거자료를 이렇게 내민다. 세상에.

한 줄 한 줄이 주옥같으니, 잘 음미해 보자.


참고로 이 자료(기사)의 제목은 무려


눈을 의심케하는 제목이다. 비슷한 문장으로는 '야근이 많은 식품회사, 위생을 따지지 마라!' 정도가 있겠다.

표를 잘 보며 음미해야 하는 기사이므로, 필요한 부분을 잘게 잘라가며 읽어보겠다.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기 앞서, 전체적인 소감을 우선 말하자면


유치해서 죽을 것 같다.




이 기사는 '대강 훑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교사의 잡무가 상당히 많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그 방식이나 내용이 참신하지도 않고 수준도 낮아서 잘 통하지 않은 것 같다. (기사 원문의 댓글은 대부분 질책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이러한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50만 명(사립교원을 제외하면 40만 명)에 이르는 단일 직업 최대 인원이라는 무기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그 방법이 아무리 유치하고 얄팍하더라도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나의 독자들이 이런 거짓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


정확히 말한다



교사의 업무는 과중하지 않다. 결코.





이제, 하나씩 파보도록 하자.


알림장 쓰기야 초등 저학년의 경우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정통신문을 집집마다 직접 전해주는게 아니고서야 배부와 수거를 따로 시간계산하는건 선을 넘었다.


1. 가정통신문 배부, 수거, 추가연락

일단 '가정통신문 배부'를 별도의 업무로 잡아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학창 시절의 경험을 기억해 보자. 가정통신문의 배부가 정말로 따로 구분되는 업무로써 주당 시간까지 잡아먹을 일인가? 저것은 '글자 늘리기'에 불과하다.


2. 가정통신문 수거, 추가연락

교사들은 이 업무를 '아주 엄청난 업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것은 모든 종류의 업무가 가지는 '피드백' 성격이며, 혼자서 굴을 파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은 발생한다.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일이 가져오는 다양한 문제 또한 처리한다는 것이고, 새로운 문제가 감당하기 어렵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하라는 방침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교사들에게는 이런 것이 없나?


다시 꺼내보는 전설의 짤. 필자는 '어미어마함'이라고 이 업무를 평가했다. 행정실 업무 체험으로 스쿨뱅킹이라도 한번 돌려보라하면 산재신청하겠네.



3. 작품전시

무슨 업무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겠다. 설마 미술시간의 학생작품이나 만들기 과제 등을 교실 뒤에 '놔두거나' '꽂아두는 것'말인가?


이제 첫 세 줄을 읽었을 뿐인데, 유치함에 몸이 베베 꼬인다. 그래도 다음을 보자. 우리는 교사들이 무슨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언듯 보기엔 문제없어 보인다. 주당 할애하는 시간이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그냥 넘어가자.

빈약하기 그지없는 자료를 가지고 '있어 보이는' 보고서를 쓰려면 항목을 잘게 나누고, 티 안 나게 항목별로 조금씩 부풀려야 한다.


모두 '생활지도'항목에 넣어도 무리가 없지만, 생활지도로 주 8시간을 쓴다는 게 겸연쩍었는지, 업무를 표로 보여주는데 표가 너무 짧아질 것을 우려했는지 저렇게 늘려놓았다.


초등학교 특성상 학생 상담시간이 따로 잡히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자.

 


응?


우유급식지도는 뭐고 남은 우유 버리기는 또 뭐고 학기 중 우유 신청을 영양사에게 보내기는 또 뭔가.


아마 영양교사는 '각 학급 우유 신청서 받기'항목으로 주 5시간쯤 잡아도 되겠네.


그저 '칸 늘리기'로 보이는데, '우유급식지도'에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 우유를 먹는 동안 장난치지 않도록 자리를 지키는 일인가? 초등학교 우유급식 시간에 학급 담당교사는 교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넘겨짚어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하다. 그러니 그냥 유치한 칸 늘리기였다 정도로 이건 마무리.



알레르기 식품 어쩌고 하는건 좀...

이것 또한 칸 늘리기.


하지만 이건 경험해 봐서 아는 것인데,

교사가 급식 지도를 한다는 것은 반의 반만 맞는 말이다. 인솔하고 (초등의 경우다) 같이 먹는 건 대부분 맞는데, 저학년을 제외하고는 딱히 '지도할 부분'이 없다.

1학년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인솔해서 급식실에 들어오는 것까지만 하고 '교직원급식실'에서 밥을 먹는 학교도 경험해 본터라, 교사의 급식지도 업무 부분은 좀 미심쩍게 생각하고 있다.



어라, 이게뭐야. 이것이 뇌절인가?

그래... 어쨌거나 '청소'에 주 4.2시간을 쓰네...


경험에 입각해 말하자면 (그러니까 확실히 진실이나 모두 그런지는 모르겠다는 말)


복도, 연구실은 환경미화원이 청소하고, 특별실(과학실, 컴퓨터실 등)은 해당 공무직이 청소하고, 분리수거와 쓰레기 버리기(유치해서 진짜..)에 교사가 나오는 걸 맹세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쓰레기는 환경미화원이, 분리수거는 학생들이 들고 왔다.


내 경우에 비추어서는 이 항목은 거의 삭제해도 된다.



소계 53.5시간. 총합은 53.5×43...? 왜 43주지?


그렇게 눈물겨운 노력으로 주 40시간을 훌쩍 넘긴 주 53.5시간이라는, 지옥 같은 근무환경을 증언하는 업무시간의 통계가 완성되었다. (수업시간은 주 14시간이라는 점을 밝힌다)


이상한 점이 있다.


마지막 '연간 총 소요시간'이라는 것인데, 53.5 ×43이라는 계산을 해두었다. 응? 1년은 52주고, 명절을 제한다 해도 이 정도로 주수가 작아지지 않는데?



와...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방학 때 논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다. 방학을 뺀 것이다.


교사는 교육공무원으로 방학이건 뭐건 근무의 의무가 있다. 방학 때 노는 것이 아니고 놀아서도 안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루겠다.


어쨌거나 방학 때는 일을 하나도 하지 않는다는 자백(?)을 한 셈이다. 게다가 앞서 지적했듯이 부풀리고, 지어내고, 항목을 쪼개는 등 갖은 방법으로 만들어낸 53.5시간 중에 진짜 근무 시간은 얼마나 될까?


금요일 오후가 되면 텅텅 비어버리는 학교 주차장을 오래도록 보아온 나는, 업무시간 말고 근무시간으로 잡아도 35시간을 넘기 힘들거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하다, 수많은 교사들의 항의에 밀려버린 사건을 소개한다.


인원 많아서 좋겠다. 무슨 얘기를 해도 수로 밀어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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