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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Jan 26. 2023

회사에서 왜 혼자 밥 먹어요?

애써 삼킨 나의 답변은,

코시국이 한창이던 때,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에 도시락을 싸 다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내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게 가능한 회사였고, 그런 사람들이 별스럽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러다 거리두기가 모두 해제되고 회식과 사내 모임이 하나 둘 부활하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 문화에도 역시나 변화가 있었다. 도시락을 싸 다니던 직원들이 이제는 도시락에 신물이 났는지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점심시간이 되면 무리를 지어 식당으로 향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도 누군가의 강요에 못 이겨 식당으로 향했는지도 모르겠다. 극 내향인인 나는 내 자리에서 만끽하는 조용하고 편안한 혼밥에서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었고, 남들 삼삼오오 모여 식사할 때 꿋꿋이 도시락을 데워 자리에 앉았다. 그런 내가 어딘지 안쓰러웠는지 내 자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꼭 이렇게 물었다.


"왜 밥 혼자 먹어요?"


그런 질문에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멋쩍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아마 나는 이런 대답을 속으로 삼켰던 것 같다.






'일단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의 시작이에요. 좋아하는 메뉴는 하나인데 상대방에게 내가 좋아하는 거 먹자고 강요하는 것 같아 괜히 선택지를 세 개 만들어 제안해야 하거든요.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향하는 길,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 인파에 치이는 것부터 피곤이 밀려오고요. 긴 긴 논의 끝에 식당을 정했는데 웨이팅 있어서 다시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할 땐 머리가 지끈거리고요. 수저 꺼내고 물 따르는 게 내 포지션인데 하필 제일 멀리 앉아서 안절부절못하며 진땀 빼고 싶지도 않고요. 호출벨이 없는 식당에서 큰소리로 직원 부르는 것도 민망하고요. ('사장님'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으신데, 그렇다고 '저기요'는 듣는 사람 기분 나쁘지 않을까?)


우걱우걱 저작운동을 하며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쳐야 하는 것도, 혹시라도 말하다 음식물이 튀어나오는 불상사를 걱정하는 것도, 앞니 정중앙에 고춧가루가 낀 상대방에게 얘기를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것도 힘들고요. 하나 남은 반찬으로 눈치싸움하기도 싫고요. 밥 먹는데 그렇게 얘기가 길어지시면 다 떨어진 반찬 가지러 갈 타이밍도 못 찾겠고요. 시선을 그대의 눈에 둬야 할지 열변을 토하는 입 속 음식물에 둬야 할지 몰라 내 밥그릇으로 떨구자니 얘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하고요.


다 먹지도 못했는데 적당히 눈치 보고 숟가락 내려놓으면 남은 음식은 집 가는 길에도 생각나고요. 아니 계산은 한 번에 하자면서 나한테 시키면 그 돈 보내줄 때까지 신경 쓰이잖아요. 오늘 아침에 커피 사 왔는데 커피 사러 가자는 말에 거절 못 하는 내 자신은 한없이 초라해지고요. 지난번에 얻어먹었으니 이번엔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지난번에 사셨잖아요. 지난주 수요일이요. 네네. 그때 육회비빔밥 먹고 컴포즈 커피에서. 네네. 그니까 오늘은 제가 살게요.'






"그냥... 혼자 먹는 게 편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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