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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Oct 05. 2020

어쩌면 카페의 얼굴, 에스프레소 머신 이야기

커피보다 디자인에 반하는 순간들...

 커피 관련 책을 소개한 글에서 언급했던 <커피 아틀라스>의 저자인 제임스 호프만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 하나를 업로드했다.


[James Hoffmann 채널-The Eagle One 소개 영상 링크]

https://youtu.be/BV506qOTkco

에스프레소 머신 명가인 이탈리아의 빅토리아 아르두이노와 협업으로 개발한 새로운 에스프레소 머신 E1 Prima(이원 프리마 또는 이글원 프리마라고 부른다)를 소개하는 영상이다. 해당 영상을 보다가 이번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졌다. 카페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매장 안의 전체적인 분위기일 것이다. 그중 커피 바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용적으로도 커피 바에 있는 기구들 중 가장 고가의 물품이니 카페를 계획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말 그대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데 사용하는 기구이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지금은 전 세계의 모든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에스프레소라는 음료가 짧은 시간 안에 9 기압의 뜨거운 물로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해내기 때문에 이러한 추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에스프레소 머신의 역할이다. 9 기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력장치(모터 펌프), 그리고 뜨거운 물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열원(보일러)이 있어야 한다. 밀크 베버리지에 사용할 스팀밀크를 만들 수 있는 스팀을 만들어내는 장치 그리고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온수 탭을 모든 에스프레소 머신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기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머신의 가격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9 기압의 추출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원하는 (일반적으로는 93도) 물 온도를 수십 잔의 에스프레소를 연속적으로 추출해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여기에 더해서 요즘 에스프레소 추출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고민으로 다양한 원두 프로세싱으로 저압에서 에스프레소 추출과 추출 과정에서 인퓨전도 중요시되고 있고 물의 흐름을 컨트롤해야 하는 부분까지 가능한 하이엔드급 머신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너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걸 다 다룰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머신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빅토리아 아르두이노의 대표 머신 Black Eagle, 하단의 색이 있는 버전은 2017년 WBC이 서울에서 진행될 발매된 스페셜 에디션]

 하이엔드 머신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는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회사가 만든 ‘Black Eagle’이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 공식 머신으로 사용이 되고 있을 만큼 가장 인정을 받고 있는 머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블루보틀 매장에 가면 이 머신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다.(물론 다른 카페에서도 볼 수 있는 머신이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부분을 그룹 헤드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분쇄된 원두를 담는 포터 필터를 장착하게 된다. 이 그룹 헤드가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가는데 하이엔드 머신들은 각 그룹 헤드 별로 추출 압력과 물의 온도를 다르게 설정을 할 수 있고, 블랙이글의 경우 에스프레소를 받는 잔을 올리는 트레이에 센서가 있어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의 추출양은 물론 다양한 정보들을 그룹 헤드에 달려있는 스크린을 통해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카페의 인테리어나 커피 바의 활동 용이성 등을 고려해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배치하는데 워낙 고가의 머신이고 머신 자체만으로도 아우라를 뿜어내기 때문에 주로 뒤쪽 팬널 부분이 고객들에게 보이도록 놓아두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멋진 동작들을 볼 수 없는 단점이 있어서 뒤쪽 팬널의 디자인을 포기하고 추출을 하는 쪽을 고객들이 볼 수 있게 놓아두는 곳도 많이 있다. 이런 블랙 이글과 같은 하이엔드급 머신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본인이 선호하는 추출 방식에 맞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다.

[SYNESSO의 MVP Hydra]
[KEES VAN DER WESTEN의 Spirit]
[Slayer의 Espresso]

 다양한 하이엔드급 머신 중에 자주 볼 수 있는 것들로는 미국의 시애틀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Synesso의 MVP Hydra, 네덜란드 회사인 KEES VAN DER WESTEN의 Spirit, 미국의 또 다른 업체인 Slayer에서 만든 Espresso 등이 있다. 다들 하이엔드 급이라서 섬세한 추출 변수 조정이 가능하고 약간씩의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안정적으로 압력과 유량, 온도 조절 등을 기본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명품에 맞는 유려한 외관 디자인으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에스프레소라는 추출 방식이 이탈리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드는 회사들 중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곳은 대부분 이탈리아 회사인 경우가 많다. 카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인 라마르조꼬(La Marzocco), 라 심발리(La Cimbali), 란실리오(Rancilio), 시모넬리(Simonelli) 등 이들 모두 다 이탈리아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를 자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 우리나라에 에스프레소가 들어왔던 게 스타벅스에서 유행시킨 이탈리아식의 에스프레소인 영향이 크고 이탈리아 내에서 보급형으로 많이 판매가 된 기종들이 들어와서 이기도 하다. 이런 회사들이 하이엔드급을 만들지 않는 건 아니다. 초창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의 공식 머신으로 라마르조꼬의 제품이 10년 가까이 사용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가 생활의 일부인 이탈리아이기에 이 제조사들이 중급형의 좋은 머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La Marzocco의 리네아 PB]

이들 중 국내 카페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머신으로 라마르조꼬의 PB 리네아를 들 수가 있다. 라마르조꼬 머신들은 PB, GB, FB와 같은 단어가 모델명에 들어가는데 모두 머신을 디자인한 사람의 이름 약자를 의미한다.(PB는 머신 디자이너 Piero Bambi의 약자이다) 90년대에 처음 소개된 모델은 ‘PB 리네아 클래식’이었는데 2013년에 업그레이드된 리네아 PB가 나와서 여전히 인기가 있는 모델로 유명하다. 명가답게 안정적인 추출을 할 수 있는 머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름값 때문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인기가 많은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머신도 라마르조꼬에서 스타벅스의 요청에 맞춰서 별도로 제작해서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측이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영향으로 라마르조꼬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맛이 가장 익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라마르조꼬의 리네아 PB 모델과 같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모델로 FAEMA e61(훼마 e61) 있다. 카페를 자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아래 사진에 있는 빨간색과 흰색의 조화가 아름다운 에스프레소 머신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 봤을 때 이 머신의 뒷면을 보면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다.

[FAEMA의 E61 에스프레소 머신]

하지만 이 기계의 역사를 알게 되면 조금은 놀랄 수 있다. 이탈리아의 FAEMA e61의 뒤에 붙어있는 숫자 ‘61’은 이 머신이 개발된 1961년에서 유래한 것이다. FAEMA의 다른 머신들도 이런 전통을 따라서 이름이 붙여지고 있다. 이렇듯 1961년에 개발된 머신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머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머신은 현대적인 에스프레소 머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모토 펌프를 이용해서 일정한 9 기압의 추출 압력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처음 소개했고(이전에는 여타 머신들은 스프링을 사용해서 압력을 만들어 냈다), 열교환 시스템과 물 순환 장치 등 현재 모든 에스프레소 머신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하고 적용해서 시장에 내놓은 머신이다. 이후 디자인과 기술적인 작은 변화 등은 있었지만 초기의 모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60년 가까이 현역으로 사랑을 받는 모델이다. 특히나 최근 국내에 인스타 감성을 지향하는 카페들이 많아지면서  FAEMA e61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느낌이다. 가격도 위에 소개한 머신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안정적인 추출이 가능하고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해서 많은 선택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Dalla Corte의 XT 에스프레소 머신]

 마지막으로 소개할 머신의 위에서 소개한 FAEMA e61과 연관이 있는 머신이다. FAEMA e61의 물순환 장치 개발 및 개선 작업을 주도했던 에스프레소 머신 엔지니어인 Bruno Dalla Corte가 이후 그의 아들과 같이 만든 회사인 Dalla Corte(달라 코르테)에서 2000년대 후반에 내놓은 Dalla Corte XT 모델은 그룹 헤드 별로 유량 조절이 가능하게 한 첫 번째 머신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국내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진 국가대표 바리스타 중 한 분인 김사홍 바리스타가 이 머신으로 여러 카페쇼나 유튜브를 통해서 시연을 보여주면서 국내에 Dalla Corte XT 머신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지지 않았나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 소개를 길게 했는데 사실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제부터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은 정말 다양하지만 제일 먼저 소개했던 하이엔드급 머신들은 3천만 원 아니면 그 이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이엔드급 머신이 있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가 반드시 맛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이엔드급 머신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도 바리스타가 본인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커피의 맛을 정확히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이엔드 머신의 값어치를 에스프레소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이엔드급 머신이 있다면 그 카페가 커피맛에 더 많은 신경을 쓰려고 하는 매장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반대로 중저가의 머신이 있는 카페라고 해서 커피맛이 떨어질 거라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커피의 맛은 원두와 물에서 90% 이상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추출 도구인 에스프레소 머신은 추출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바리스타라면 큰 변수가 될 정도의 요인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긴 연휴가 끝나고 이제 카페에 갈 기회가 생기다면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를 어떤 루틴으로 추출하는지 눈여겨 지켜본다면 조금은 더 재미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이디. 오늘도 즐거운 커피 생활이 같이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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