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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l 06. 2021

바리스타들의 올림픽 WBC 이야기…

다큐멘터리 <Coffee Heroes>를 보고..

 최근 우연한 기회에 커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더 정확히는 커피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들 그리고 그들이 실력을 겨루는 World Barista Championship(WBC)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커피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2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주연 바리스타가 이 WBC에서 우승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는 WBC 우승을 한 전주연 바리스타의 인터뷰 영상이나 CF를 본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오늘은 이 World Barista Championship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처음 이 대회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자주 가던 카페에서 커다란 트로피를 보면서 이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은 세계의 여러 나라의 챔피언 바리스타들이 참여해서 자신만의 커피를 보여주는 대회인데 여기에 참여하려면 그 전 과정으로 그 나라의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 카페에서 봤던 커다란 트로피는 바로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쉽의 우승 트로피였다. 정확한 대회 명칭은 Korean National Barista Championship (KNBC)이다. 주로 가을쯤에 커피 관련 컨벤션에서 진행되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한국 챔피언의 자격으로 WBC에 참여하게 된다.

[2018 WBC 우승한 Aga와 트레이너 Sasa Sestic]

 WBC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이야기로 돌아오면, <Coffee Heroes>라는 타이틀의 이 다큐멘터리는 2018년 암스테르담에서 치러진 WBC의 준비 과정과 대회의 모습을 아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아마도 WBC와 관련해서 대회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있는 영상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대회를 준비하려는 바리스타라면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영상이기도 하다. 먼저 다큐멘터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려면  2015년 WBC 우승을 차지한 Sasa Sestic (우리나라에서는 '샤샤 세스틱'이라고 표기를 하는데 본인은 '샤샤 세스티치'라고 발음함)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 호주에 있는 ONA Coffee라는 브랜드의 수장인 샤샤 세스틱은 2015년 WBC에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이 대회에서 사용한 장비인 O.C.D (ONA Coffee Distributor)로 업계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WBC 대회의 목적 중의 하나가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그것을 확장시키는 건데 이런 영향이 국내 스페셜티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킨 적이 두 번 정도 있다고 한다. 하나는 2013 준우승을 차지한 호주 바리스타 맷 퍼거가 EK43이라는 그라인더를 사용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경우인데 이 대회 이후 거의 모든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에서 EK43 그라인더를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가 바로 2015년 샤샤 세스틱의 영향으로 O.C.D라는 디스트리뷰터를 에스프레소 추출 전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정착이 되었다. 지금은 O.C.D 툴 이외에도 다양하고 성능이 좋은 디스트리뷰터들이 개발되어서 바리스타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Sasa Sestic이 개발한 OCD(좌), 국내 회사가 개발한 BT Tool]

다큐멘터리는 이 샤샤 세스틱이 본인이 우승을 차지한 WBC에 트레이너로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꼼꼼히 따라간다. 2017년도에는 본인이 운영하는 ONA Coffee의 바리스타의 트레이너로 참여를 하는 모습도 잠깐 나오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주된 내용은 2018년 WBC에 참가하게 된 폴란드의 여성 바리스타 Agnieszka Rojewska (발음이 어려운지 모두들 줄여서 Aga [아가]라고 부른다)를 만난 샤샤 세스틱이 그녀와 같이 2018년  WBC의 시연을 준비하는 과정과(실제 대회에 사용할 원두를 찾기 위해서 에티오피아의 산속을 헤매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해서 결국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Aga의 우승을 축하해 주는 Sasa Sestic]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은 매해 세계의 여러 도시를 돌아가며 개최가 되는데 아가가 우승을 차지한 2018년도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그리고 전주연 바리스타가 우승한 2019년 대회는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되었다. 2020년 대회는 아쉽게도 코로나 여파로 진행되지 못했고, 올해 대회도 아직은 스케줄이 미정인 상태이다. 작년 세계 대회가 진행이 되지 않아서 이 대회를 준비하던 KNBC 우승자인 방현영 바리스타가 WBC로 준비하던 커피를 본인 카페 손님들을 대상으로 시연하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다시 WBC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대회의 진행 과정은 바리스타가 15분이라는 시간 안에 4명의 심사위원 제공할 에스프레소, 밀크 베버리지 그리고 시그니쳐 음료를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시연을 하고 음료를 받은 심사위원들은 바리스타의 설명을 듣고 얼마나 그 설명에 부합하는 음료가 제공이 되었는지 채점을 그리고 4명의 심사위원 이외에 바리스타의 스킬을 평가하는 2명의 테크니컬 심사위원과 전체적인 심사를 관리하는 심사위원장의 점수를 다 합산해서 순위가 매겨지는 대회이다. 각 나라의 챔피언 바리스타들이 이틀에 걸쳐서 예선 라운드를 진행하는데 (최근에는 5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상위 15등까지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뽑은 와일드카드 1명을 포함해서 총 16명의 바리스타가 세미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세미파이널은 오전, 오후로 나뉘어서 8팀씩 진행이 되고 바리스타들은 예선에서와 똑같은 시연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상위 6명이 파이널리스트로 선발이 된다. 파이널에 오르기만 해도 대단한 영광이라고 하는데 간단하게 파이널에 진출한 바리스타들에게는 ‘WBC 파이널리스트’라는 타이틀이 붙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 6명의 파이널리스트들이 다시 한번 15분의 시연을 하고 심사위원들의 채점으로 6등부터 1등까지의 순위가 발표가 된다.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바리스타들에게는 각자의 순위가 들어간 거대한 트로피가 전달된다. 물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는 상상 이상의 크기이고. 대회 설명을 읽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대회 내내 똑같은 시연을 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하는. 피겨 스케이팅 같은 경우 첫날은 정해진 루틴을 소화해야 하는 쇼트 프로그램이 있고 둘째 날은 프리 프로그램으로 다르게 준비하는데 말이다. 근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이 왜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라는 것이 워낙 예민한 재료라서 그날의 원두 상태라던지 사용하는 물이 달라지던지 아니면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공간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그 약간의 차이가 커피 맛에 큰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나라에서 챔피언을 차지한 바리스타들도 이런 큰 무대에서 실수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오는데 물을 끓이는 커피 포트의 전기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해서 커피를 내리지 못한다거나, 세팅을 마무리한 그라인더에 다른 원두를 담아서 에스프레소를 엉망으로 뽑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에피소드이지만 2019년 우승을 한 전주연 바리스타도 처음 출전한 2018년도 WBC 시연 중에 탬핑을 하지 않는 실수를 해서 예선 탈락을 했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뒷 이야기를 밝힌 적이 있는데 시연이 다 끝날 때까지 본인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서 탬핑을 하지 않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시연이 끝나고 백스테이지로 들어왔을 때 대회를 도우려 같이 갔던 동료들의 낙담을 한 표정을 보고 본인의 실수를 인지 했다고 한다. 탬핑을 하고 안 하고는 에스프레소의 맛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바리스타의 스킬을 평가하는 테크니컬 심사위원들의 눈에는 큰 감점 요인이어서 예선을 통과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Coffee Heroes>를 보다 보면 잠깐 2018년도에 참가한 전주연 바리스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여성 우승자 Aga와 다음 해 우승을 한 전주연 바리스타]

 카페에 가서 커피를 즐기는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챔피언 바리스타가 하는 카페를 간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참고로 조금만 검색을 하면 KNBC에서 파이널에 오른 바리스타들의 이름과 소속된 카페의 이름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과 관련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커피에 대해서 이렇게 시리어스 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 매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작년 WBC가 진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여전히 마지막 세계 챔피언 바리스타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고 말이다. 올해 WBC가 언제 진행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우리나라의 바리스타가 세계 무대에서 멋진 시연을 하는 모습을 여러 사람들이 같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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