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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Nov 30. 2021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 2021 뒤늦은 후기...

팬데믹 이후의 커피에 대한 고민들...

 조금은 지난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요즘 가끔 생각이 나면 되돌려 보고 있는 영상들이 있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전에도 한번 관련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매해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를 선발하는 공식 대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사의 이름은 World Coffe Championships (WCC)이고 올해는 지난 10월 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진행이 되었다. 행사 기간 동안 최고의 바리스타를 두고 경쟁을 하는 World Barista Championship, 최고의 브루잉 테크닉을 겨루는 World Brewers Cup, 그리고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맛을 선별해 내는 능력으로 대결을 하는 World Cup Tasters Championship 이렇게 3가지의 대회가 진행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세 개의 대회 중에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WBC)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WBC의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챔피언들이 예선을 거치고 (올해는 총 37개국에서 참가) 이 중에서 상위 15등과 심사위원단이 선발한 와일드카드 1명 이렇게 16명이 본선에 오르게 된다. 본선은 오전, 오후로 8명씩 진행이 되고 같은 방식으로 채점을 진행해서 상위 6명이 Finalist로 선정이 되어서 마지막 날 결승전을 치르게 되는 방식이다. Finalist에 오른 6명에 대해서는 모두 시상을 하게 되고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바리스타가 그해의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WBC 2021 Finalist]

 지난해는 코로나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아서 이번 대회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전주연 바리스타가 World Barista Champion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시연 방식은 15분 안에 총 3잔의 음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에스프레소, 밀크 베버리지 그리고 시그니쳐 메뉴 이렇게이고 서빙의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심사는 센서리를 담당하는 4명의 심사위원(이분들만 음료를 맛볼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과 테크니컬 한 부분을 심사하는 2명의 위원과 이들을 관장하는 심사위원장으로 구성된 위원단이 맞게 된다.


 WBC 가 그 해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많은 커피 업계 관계자 또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벤트였었다. 예를 들면 호주의 맷 퍼거 라는 바리스타가 이 대회에서 EK43이라는 그라인더를 사용해서 에스프레소의 향미를 더 잘 발현시켜서 대회 이후 모든 커피 매장에 EK43을 구매하는 일이 있었다거나 (카페를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EK43 그라인더를 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2013년도 우승을 차지한 호주의 샤샤 세스티치가 에스프레소 추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디스트리뷰터를 사용하면서 OCD distributor 가 바리스타에게 필수품이 되고 요즘은 게스트 바리스타로 더 유명한 김사홍 바리스타님이 대회에서 BT Tool을 사용하면서 이것 또한 유행을 시키는 등 대회가 끝나고 나면 업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 케이스가 빈번했다. 하지만 어느 해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WBC가 너무 하이엔드와 컨셉츄얼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커피 애호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9년 전주연 바리스타가 처음으로 WBC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매체에 노출이 되면서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만 코로나로 작년 대회가 취소되면서 이런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필자도 이번 대회가 진행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가 우연히 Youtube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대회가 생중계되는 걸 확인하고 이번 대회를 찾아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회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해 준 시연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먼저는 우리나라 대표로 참여한 파스텔 커피 웍스 방현영 바리스타님의 시연이다.

[WBC 2021 시연 중인 방현영 바리스타]

이 분은 약간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바리스타 챔피언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로스터 챔피언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 분이다. 그래서 이번 시연에서도 본인이 로스팅 한 원두를 사용해서 시연을 진행했다. 이번 시연에서 가장 중심을 둔 것을 파나마 게이샤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였던 것 같다. 로스팅 포인트를 일정하게 가져가고 모든 생두가 고르게 로스팅이 될 수 있도록 동일한 사이즈의 원두를 골라서 세심하게 로스팅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두 본연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Dry Fermentation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점액질을 제거한 상태에서 세심한 건조를 거친 워시드 가공방식을 택한 게이샤를 사용한 부분도 강조했다. 요즘 가공 단계에서 발효라던지 가향을 한다던지 해서 약간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식의 가공방식의 원두를 좋아하지 않아서 방현영 바리스타가 전달하려고 하는 원두 본연의 맛이라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다. 연장 선상에서 밀크 베버리지 또한 커피의 맛을 더 잘 발현시키기 위해 두 가지의 우유를 섞어고 효모 발효를 시켜서 단맛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제조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이런 방식이 실제 매장에서는 바로 적용될 수 없겠지만 더 맛있는 밀크 베버리지를 위해서 기존의 우유를 변형시키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 한 것 같다. 예선에서는 좋은 점수를 기록해서 전체 5위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본선 시연에서 센서리 심사를 맡은 한 심사위원이 낮은 점수를 주는 바람에 본선 15위를 기록하면서 아쉽게도 Finalist에 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방현영 바리스타가 15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다 외어서 자연스럽게 시연을 하려고 하는 노력과 열정은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 대표 방현영 바리스타의 시연]

https://youtu.be/oWmOYBoo1l4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시연은 콜롬비아 대표로 참가한 디에고 캄포스(Diego Campos) 바리스타의 시연이었다. 이 분의 시연을 보면서 신기했던 부분은 처음 들어보는 용어 때문이었다. 시연에 사용할 커피의 품종을 설명하면서 Eugenoides라는 표현을 섰는데 [유지노이디스]처럼 발음이 들려서 제대로 된 스펠링을 찾아보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막상 찾았는데 이거에 대한 설명이 잘 안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중에 필자보다 커피 지식이 더 많은 지인을 통해서 [유게노이데스]라고 풀리는 커피 품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라비카의 종의 부모뻘이 되는 종의 커피라고 한다. 재배하기 너무 까다로워서 쉽게 볼 수 없는 종이라고 하는데 이번 대회 시연을 보면서 여러 나라의 바리스타들이 이 종을 가지고 시연을 하는 것을 보면 재배 방법이 개발이 되어서 어느 정도 수확량이 확보가 되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한다. 나중에 이 원두를 카페에서 보게 된다면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현재는 파나마 게이샤가 가장 각광을 받는 품종이라면 조만간 이 유게노이데스 종도 주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 본다.

 원두 이야기보다 디에고 캄포스 바리스타가 이번 시연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이 더 흥미로웠다. 시연의 주제는 커피 센서리의 경험을 증강시킨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점을 둔 시연은 에스프레소 부분이었다. 증강된 센서리의 경험을 주기 위해서 4명이 센서리 심사위원들 각각에게 데블렛과 헤드폰, 손에 잡을 수 있는 작은 공 모양의 물체, 그리고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방향 기구가 놓여 있었다. 디에고 캄포스는 본인이 특별하게 선별한 유게노이데스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심사위원들에게 서빙하면서 커피의 센서리와 에스프레소의 질감과 덱스쳐 그리고 원두가 제배된 테루아를 같이 설명한다. 그러면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전에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방향 기구를 통해서 향을, 작은 공을 손에 쥐어서 질감과 텍스쳐를, 테블릿의 화면과 헤드폰 속의 음악으로 테루아를 상상하면서 에스프레소의 맛을 보라고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맛이라는 것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올해 읽었던 책 중에 최낙언 교수님이 쓴 <맛의 원리>에 있었던 내용이 떠오르는 시연이었다. <맛의 원리>라는 책 속에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되기 때문이데 우리가 느끼는 맛이라는 것이 혀로 느끼는 5가지 맛, 그리고 코에서 맡는 수천 개의 향이 조합이 된 것이지만 여기에 시작적, 청각적 또는 그곳의 분위기 아니면 누구와 같이 음식을 먹었는지, 개인의 신체적인 컨디션 등 맛 이외의 공감각적인 요소들이 다 모여진 정보를 뇌가 판단을 해서 그것을 맛으로 기억한다는 부분이 이었다. 디에고 캄포스도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이런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시연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스포가 될 수 있겠지만 이번 WBC 2021의 우승도 아마 이런 부분이 심사위원들에게 크게 작용을 해서가 아닐까 한다.


[콜롬비아 대표 디에고 캄포스 (Diego Campos) 시연]

https://youtu.be/m-nmvfAw7bg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연은 마지막으로 소개할 미국 대표로 출전한 안드레아 앨런 (Andrea Allen) 바리스타의 그것이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처음 알게 된 곳인데 미국 중남부에 있는 Arkansas의 작은 도시에서 Onyx Coffee Lab이라는 곳의 창립자이면서 바리스타인 분이라고 한다. 필자의 얕은 커피 지식으로 미국의 커피 하면 서부의 시애틀, 포틀랜드, 캘리포니아 거나 동부의 뉴욕, 뉴저지 아니면 시카고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Arkansas에도 이런 멋진 스페셜티 커피 회사가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Andrea 바리스타의 시연의 주제는 'reclaim hospitality'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인 접촉이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제 팬데믹 이후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카페 산업을 생각하면서 찾은 주제라고 한다. 그리고 전체적이 시연의 스토리를 kindness, flavor, touch로 구분해서 밀크 베버리지, 에스프레소, 시그니쳐 음료 순서로 진행이 되었다. Andrea도 역시 위에서 언급한 유게노이데스 종의 원두를 사용해서 커피를 추출했다. 시연 중에 유게노이데스 종의 센서리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산미가 거의 없고 복합적인 스위트니스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맛일지 상당히 궁금하다. 이 원두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분의 이야기로는 단맛보다는 독특한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번 시연에서 가장 주제에 부합하는 장면은 마지막 시그니쳐 음료를 제공할 때 등장한다. Andrea는 마지막 음료를 제공하고 심사위원들이 음료를 마시기 전에 한 사람씩 찾아가서 장미향의 물로 손을 씻겨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팬데믹 기간 동안에 서로 만날 수 없었던 그래서 고립된 공간 속에서 사람들 간의 접촉이 힘들었을 시기를 견뎌낸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시 서로가 연결될 있는 세계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을 손을 씻겨주는 행위에 담았다고 하면서 시연을 마무리한다. 어떻게 보면 카페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그대로 한다면 너무 과한 제스처가 될 수 있겠지만 Andrea 바리스타의 따뜻한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진실성이 담긴 목소리에서 진심으로 팬데믹을 겪은 여러 카페/커피 업계와 커피 애호가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 같지만 요즘 같이 맛있는 커피를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카페 시장에서 바리스타의 호스피탈리티의 작은 차이가 계속 가고 싶은 카페가 되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가장 큰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해서인지 이번 WBC 중에 Andrea의 시연이 가장 인상이 깊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대표 안드레아 알렌 (Andrea Allen) 시연]

https://youtu.be/pYBsiObg5VY

 이번 WCC에서 진행된 3개 종목의 시연 영상들은 모두 Youtube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 글로 이 대회에 대해서 관심이 조금이나마 생겼다면 그리고 최신의 하이 엔드 커피 트렌드가 어떤지 궁금하다면 시간을 내서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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