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Div Oct 04. 2022

그래도 의미 있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

스페셜티커피 세계의 최신 트렌드...

얼마 전 올해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이하 WBC)이 진행이 되었다. 스페셜티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볼만한 대회여서 몇 번 소개를 한 적이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WBC 관련해서 또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올해 인상적인 시연들을 보고 또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올해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는 커피 도시로 유명한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이 되었다. 각 나라에서 진행이 된 내셔널 챔피언쉽 우승자들이 모여서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 자리를 겨루는 대회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올해도 30개국 이상의 나라의 대표 바리스타들이 참가를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디폴트 벨류‘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신창호 바리스타가 한국 대표로 참가를 했다.


 대회의 룰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예선인 Round 1이 진행이 되고 여기서 점수가 높은 1~15위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1명의 와일드카드를 포함해서 16명의 바리스타가 Semi-final에 진출하게 된다. 다시 여기서 최종 6명이 결승에 진출하게 되고 Finalist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된다. 총 3번의 라운드가 있지만 바리스타들은 모두 같은 시연을 하게 된다. 시연은 15분 동안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이를 에스프레소, 밀크 베버리지, 시그니처 메뉴 이렇게 3가지 음료를 심사위원들에게 서빙을 하게 된다. 심사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센서리 담당하는 4명의 심사위원, 바리스타의 숙련도를 심사하는 2명의 테크니컬 심사위원, 그리고 전체적인 프레젠테이션과 심사위원들을 총괄하는 헤드 심사위원이 담당을 하고 이들의 점수를 합쳐서 최종 순위가 정해지는 방식이다. 글로 설명을 하면 조금은 복잡하니 올해 우승자인 호주 대표 Anthony Douglas의 시연을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youtu.be/mULwi814HQ0 


 이번 WBC 우승자인 호주의 Anthony Douglas는 Axil coffee roaster소속의 바리스타라고 한다. 내용을 더 찾아보니 거의 10년 가깝게 이 대회에 도전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양궁이 그렇듯이 커피 강국 중 하나인 호주의 경우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Anthony도 10년 가까이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못하다가 올해 처음 호주 내셔널 챔피언이 되고 첫 참가한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이번 시연은 'Trusst'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농장, 이를 원두로 만드는 로스터 그리고 이 원두를 사용하는 바리스타들 이런 업계 안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부분을 먼저 강조했다. 그리고 이 스페셜티커피 업계가 계속되려면 이런 믿음을 통해 축척된 스페셜티커피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한 바리스타와 고객 간의 믿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3가지의 음료에 담아서 충실하고 유려하게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런 본인의 생각을 잘 구현한 커피 음료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우승은 호주 대표 Anthony 가 차지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시연을 보여준 바리스타는 미국 대표로 출전한 Morgan Ekloth였다. 이미 미국 내셔널 챔피언쉽 대회에서 보여준 시연을 소개했던 적이 한 번 있는데, 이 바리스타는 독특한 이력으로 더 주목을 받는다. 약 3년 전쯤부터 커피 유튜브를 시작해서 이제는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커피 유튜버 중 한 명이 되었다. 본인 채널을 통해서 미국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이번 WBC의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면서 아마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 바리스타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우승을 차지했던 미국 대회에서는 코로나로 달라진 커피 시장의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은 시연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홈카페 시장을 확대를 키워드로 대회를 유튜브를 통해서 시청하는 홈카페인들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본인의 모든 레시피를 미리 공개했던 적이 있다. 이번 WBC 시연은 이런 개념을 더 확장해서 코로나 이후의 '회복'이라는 키워드로 시연을 준비했다. 어찌 보면 이전 미국 대회보다는 약간 재미적인 부분이 떨어질 수는 있었지만 커피 업계가 당면한 위기에 대한 그녀 만의 대답을 가지고 나와서 더 의미가 있는 시연이 아니었을까 한다. 시연 중에 심사위원들에게 서빙을 했던 에스프레소 잔을 망치를 이용해서 산산조각을 내는 퍼포먼스를 넣어서 코로나를 지나면서 어려워진 커피 업계와 기후 변화로 점점 황폐해지는 커피 재배 환경에 대한 현실을 상장적으로 잘 표현한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승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https://youtu.be/agLdXmYYb54


 한 가지 이번 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한국 대표로 참가한 신창호 바리스타의 실격이다. 예선 점수로는 충분히 Semi-final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어서 아쉽게도 실격처리가 되었다.

https://youtu.be/Ku44jeyPXfE

수많은 대회에 참가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신창호 바리스타가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아쉬운 결과를 내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이런 대회들은 두꺼운 규정집을 가지고 있을 만큼 꼼꼼하고 세세한 룰이 정해져 있지만 한 편으로는 룰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지난 한국 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고, 요즘 커피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가향 커피에 대해서도 규정의 해석에 따라서는 사용이 가능하기도 하다고 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이번 신창호 바리스타의 실격 사유는 시그니처 메뉴에 사용된 에스프레소가 대회의 스폰서를 하고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서 추출한 에스프레소가 아니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한국 개발자가 만든 Real Nine이라는 머신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회 주최 측에 메일로 문의를 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결국 대회장에서는 이 부분이 실격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 준결승에 진출하고 더 좋은 결과를 거두었으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에스프레소 머신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신창호 바리스타는 대회에서 시연한 음료를 매장에서 서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매장을 한 번 방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커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대회도 있어? 하는 물음을 하게 되는 게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이다. 하지만 매번 대회 때마다 멋진 시연들이 나오고 새로운 원두나 장비들이 나와서 업계에 영향을 주는 게 또 이 대회이기도 하다. 어느 순가 너무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대회가 돼서 심지어 업계 사람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코로나 그리고 지구온난화 같은 전 세계적인 재난 겪으면서 이 대회도 약간은 톤이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은 충분이 의미가 있는 대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추가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한 호주 대표 Anthony 바리스타가 들고 나온 새로운 디스트리뷰션 툴에 대해서 업계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바리스타 챔피언쉽 경연을 보고 든 생각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