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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Jun 23. 2024

다섯 살 아이를 이해시키는 법

차분한 대화가 필요한 때

얼마 전, 청첩장 모임으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청첩장 주인공인 저를 제외하고 눈길을 끌었던 건, 드라마틱하게 몸매가 변한 친구 S였습니다. 다들 아이 엄마가 된 친구들은, 고등학생 1학년 때 만났던 그때와 성격이나 외모 모두 비슷하지만 몸매만큼은 세월을 비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친구 S의 변화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늘 운동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던 친구의 심경 변화가 궁금한 것 또한 묻고 싶은 질문이었고, 워킹맘이면서도 가정대소사를 다 챙기는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 매일 운동하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처음엔 집 밖에 나가는 걸 목표로 했어. ‘일단 나가자’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집 근처에 있는 운동장 트랙을 뛰는데 반바퀴만 돌아도 숨이 턱 끝까지 차더라고. 그래서 일단은 2시간을 목표로 계속 걸었어. 조금 체력이 생기는 것 같아서 반바퀴 뛰어보고, 한 바퀴 뛰어보고. 그러다 보니 2시간 내내 뛸만하더라고?”

꾸준함과 성실함은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한 친구였기에 한 번 달리기를 시작한 김에 마라톤 하프대회까지 나갈까 고민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그녀가 집 밖을 나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건, 아직 엄마가 재워줘야 눈을 붙이고 마는 5살짜리 아들이었습니다. 남편은 한 번도 아이를 재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아이를 맡기고 나올 수 없었다고. 그래서 일단 재우고 밤 9시가 되면 나오는데, 하루는 자다가 아이가 깨서 남편이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자다 깬 아이를 제대로 달래지 못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에 들어가야 했는데, 아이를 달래면서 차분히 얘기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요즘 허리가 아파서 oo이랑 놀아주고, 업어주는 것도 너무 힘들어. 그래서 oo이가 자면 엄마가 나가서 운동하는 건데 이렇게 울면 되겠어? 그러니까 혹시라도 다음에 또 자다가 엄마가 없더라도 울지 말고, 아빠 있으니까 안심하고 자”


그렇게 말했더니 아이가 다음부터는 잠에서 깨도 곧잘 다시 잠에 든다고 합니다. S는 그런 아이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고 합니다. 말하면 다 알아들을 텐데.


5살 아이도 그런데, 성인은 오죽할까요?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면 충분히 알아듣고,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사람 사는 인생은 다 거기서 거기니깐요. 사정없는 사람 어디 있고, 이유 없는 원인은 어디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과 이해라는 것이 관계에는 있어서 충분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게 부담스러워, 어차피 ‘인간은 달라지지 않아’라는 말에 숨어 좀처럼 아무것도 상대에게 설명하지 않고 ‘포기’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역시나’라는 마음보다 ‘혹시나’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저라서 모든 선택에서 ‘포기’라는 선택지가 가장 손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를 갉아먹지 않는 선에서, 괜찮다면 관계를 포기하기 전에 ‘대화’를 권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혹시 압니까?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마음도 말 한마디에 움직이게 될지. 그게 설령 역시나 같은 결과를 내놓더라도. 만약 그렇다면 그때 돼서 포기해도 늦지 않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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