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卽生 必生卽死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한 말로 인용되어 유명해졌지만 원래는 삼국지와 오자병법에서 나온 말이다.) 이를 응용하여 나는 지금 '전쟁을 준비하는 자는 전쟁을 피할 것이요 평화를 준비하는 자는 침략을 당할 것이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지금 지구상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 한반도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테러집단이 아닌 한 국가로서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며 미국은 역사상 본토를 공격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일본도 하와이 섬을 공격했을 뿐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도 북한의 실질적 도발이 있기 전까지는 함부로 북한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여론이 베트남과 이라크의 전철을 북한에서 밟기를 원치 않을 것이며 더욱이 수천만 남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을 일으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남한에 무기를 팔아먹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더 부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 역시도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들도 멸망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이 완료되면 그것으로 미국과 남한을 위협하면서 자신들의 원하는 경제적 원조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여 정권을 유지하고 남한을 지배 수탈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며 남한 정권이나 중국도 우선은 전쟁보다는 현 상태 유지가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가능성이 낮아도 전쟁은 한번 터지면 그 피해가 엄청나며 우발적 사건이나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군비경쟁이 전쟁의 가능성을 더 키운다는 주장도 있지만 평화는 상대방이 군비감축에 동의해 주어야 가능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평화를 주장하며 무장을 해제하고 우호적으로 대한다고 해서 군비경쟁이 멈추어지고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다. 평화란 오로지 '힘의 균형' 아니면 '굴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Azar Gat의 '문명과 전쟁'에 따르면 인류에게 전쟁이란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으로 전 세계에서 수렵채집인부터 현재까지 인간 집단은 약한 집단의 재화를 지배하고 수탈하거나 이에 맞서기 위해서 끊임없이 전쟁을 해왔다. 사실 이는 인간만의 본성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진화를 해왔다. 따라서 평화를 원하면 무기를 버릴 것이 아니라 무기를 들고 자신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안보에 대한 견해차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적 당파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의 침략 가능성에 대해서 당시 야당이었던 황윤길의 서인들은 전쟁의 가능성을 내세워 국면전환을 노렸고 김성일이 속한 동인들은 이를 저지하여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했으며, 김상헌 등이 후금을 배척하고 인조가 이를 지지하여 결국 병자호란을 당하게 되어 국토가 유린되고 수많은 백성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이들이 국제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명분만을 앞세운 탓도 있지만 광해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그들이 광해군의 명-청 등거리 실리 외교를 승계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남한산성'에서 묘사하듯이 주전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이 노선만 달랐을 뿐 모두 충신이라는 견해는 잘못된 것이다. 설령 동기의 순수성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정치적 판단의 잘못과 그에 따른 국가이익의 손상과 백성의 피해의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심정적으로 결과보다는 동기에 따라 면죄부를 주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김성일의 경우에도 고의가 없었으며 이전의 덕행이 있다 하여 임란이 일어난 이후에도 요직에 다시 등용되었는데, 공이 있다고 하여 전쟁의 참화를 막지 못한 과오가 씻어지는 것은 아니다. 임종석 등 운동권 출신들은 자신들이 민주화에 공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훈장처럼 내세우며 모든 면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근거로 삼으려 하지만 북한의 핵이 공격용이 아니라 북한 체제 유지용이라는 그들의 주장과 그에 따른 대북 원조가 오히려 북한에게 핵을 보유할 수 있는 돈과 시간과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결국 힘의 균형이 깨져서 전쟁이나 굴종으로 종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니 주사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독립운동에 더 공이 많았다는 이유로 이승만의 남한보다는 김일성의 북한의 정통성을 더 인정하며 자본주의의 빈부격차의 모순을 강조하며 그 번영보다는 사회주의의 평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그 체제가 더 인간을 중시한다고 보고(소위 사람 중심의 경제) 민족주의와 자주독립을 명분으로 삼아 미국의 패권에 의한 세계질서 유지와 대북견제를 제국주의로 보기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나 남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북한정권과 공존하면서 평화보장을 구실로 자신들의 정권 연장을 내심 바라고 있을 수 있다.
1차 한국전쟁 때도 자유당정권이 실질적 군사력은 키우지 않으면서 명분만으로 복진통일을 주장하여 결국 침략을 당했듯이 한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를 통털어 보면 평화는 그 어떤 명분이나 당위성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었을 때에만 지켜지는 것이다. 그래서 힘이 부족하면 외교를 통해 동맹을 맺어서 연합을 하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방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공동이익이 되는 부분을 만들어 내야 하며 때로는 미국이 군비경쟁을 통해 소련을 무너뜨리고 경제력 경쟁과 교류를 통해 서독이 동독을 무너뜨린 것처럼 냉전을 통해서라도 위협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정확한 정세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당파보다는 국가이익을 우선하여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평화적 해결이라는 이상만 내세우며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도 (아직은 red rine을 넘지 않았다는 궤변만 반복하면서) 북한에게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 북한이 핵을 질적 그리고 수적으로 충분하게 보유하게 되고 북한이 남한을 삼킬 수 있다고 오판하여 전쟁을 일으키거나 핵을 믿고 소규모 국지도발을 계속하더라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남한마저 북한 독재정권이나 그 하수인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되고 그 결과 우리가 그동안 애써 이룬 번영과 자유와 미래를 잃게 될까 봐 걱정이다.
제발 나의 이 걱정이 기우이길 바라고 그게 아니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깨어서 북핵과 그에 따른 불행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