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소비의 자유와 가치
출퇴근이 자유로운 직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생동안 직장에 매여 사는 월급쟁이로 살다 보니 사장님이나 자유직종이 부러웠다. 그래서 코로나로 일거리가 줄어든 틈에 배달 일을 좀 해 보았다. 자유롭긴 했다. 언제든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돈 자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부지런히 뛰어봐야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이기에 먹고살려면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하고 쉬고 싶어도 호출이 있으면 그게 바로 돈이라 $5의 유혹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택시운전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나는 모아둔 돈이 좀 있어서 끝까지 얽매어 끌려가지는 않아도 되었지만 여러 가지 비감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주스 한 잔을 들고 17km를 20분 달려가서 배달한 일이었다. 배달비는 $11. 주스 값 자체보다 비쌌다. 수령인은 20대 피부 관리원 직원! 배보다 배꼽이 크고, 가까운데 다른 주스 집도 있었는데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꼭 그 주스를 먹어야만 했을까? 자기 돈 자기가 쓴다는데 할 말은 없고 나는 돈만 벌면 되지만 그래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음식을 배달할 때의 보람 같은 것은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자유는 상당히 중요하다. 거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제한을 두기 시작하면 그것이 사회주의 통제경제의 시작이 되는 것이고 결국 사회와 개인의 자유와 역동성에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공멸로 가는 길이 된다. 방종도 나쁘지만 통제도 안 된다. 항상 균형이 문제다. 나는 아직도 운동권에서 배운 사회적 가치 개념이 남아 있어서 개인의 소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의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한다. 그걸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남에게도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주문을 하고 돈을 안 주면 그건 범죄이지만 정당하게 돈만 낸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자유인 것이고 그 내막이야 내가 어떻게 알 것인가? 일전에 맥도널드에서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던 시리아 난민 일가족을 보았는데 비록 $1 짜리 아이스크림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캐나다에 와서 느끼는 새 삶과 희망의 상징이었듯이 그 주스가 그 사람에게는 하루 중 유일한 행복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섣불리 함부로 겉만 보고 남의 삶을 평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