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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편히 살구에요 Jun 30. 2024

아빠는 배불러, 아들 더 먹어

3주 만에 본가에 왔다. 아빠는 오랜만에 아들이 온다는 말에 뭐라도 먹이고자 하셨나 보다. 한우를 사 오셨다.

집에 도착하자 아빠가 곧장 고기를 구워주셨다.


나는 고기 팩에 붙은 가격표를 봤다. 2팩에 5만 원. 양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쌌다. 월 200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아빠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을 테다.


내가 도착하기 전, 정육점에 가신 아빠는 국산 소고기를 살지, 호주산을 살지 고민하셨을 거다. 가격이 부담되셨을 거다. 그 부담감을 이기고 한우를 사게 만든 건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다. 아들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항상 그렇지만 아빠는 우리와 식사할 때 고기를 거의 드시지 않는다. 특히나 이렇게 가격이 나가는 고기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안 드신다. 본인은 항상 배불러서 그렇다, 먹고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아빠가 덜 먹고, 자식들이 한 점이라도 더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고기를 집어 아빠 그릇에 올려드렸다.


“아빠는 배불러. 아들 더 먹어. “


배부르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아들 사랑한다.라는 서브텍스트가 숨어있다.


아빠가 양보하는 고기 한 점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이렇게 매번 식사할 때마다 양보를 받았으니, 나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라왔다.


가족의 따뜻한 품은 행복한 곳이다. 그러나 아빠와 엄마 모두 늙어간다. 이제 함께할 날이 얼마나 될까. 함께하는 동안 시간을 깊게 향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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