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맛_또는_매운맛_아베 #스가요시히데 #아소다로
아베는 표면상 질병을 핑계로 자진 사임했습니다.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베의 절친이자, 검찰총장에 앉히려고 했던 구로카와 전 검사장.
이 사람의 사임과 연관 있다는 얘기가 가장 신빙성 있습니다.
아베는 절친인 구로카와 전 도쿄 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앉히고 싶었죠. 그런데 구로카와가 아베의 믿음을 저버립니다.
구로카와는 코로나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들어가던, 지난 5월 내기 도박을 한 것이 적발되었습니다. 우리나 일본이나 내기 도박은 불법입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사람이 불법 도박을 했으니, 이 자체만으로 큰 스캔들이죠.
아베와 구로카와에게는 다행인 점은 불법 도박 정도의 스캔들은 아베 정권에서는 매우 사소하고 귀여운 수준이었다는 거죠. 결국 구로카와는 체포되지 않은 채, 스스로 사임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문제는 도쿄지검 특수부가 눈에 불을 켜도 있던 아베의 스캔들이었죠.
아베의 대표 스캔들 또는 비리 중, 두 개 만 짚어볼게요.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아베의 절친 모리토모는 새 학교를 만들고 싶었죠. 아베는 비싼 국유지를 헐값에 그에게 넘깁니다. 정황상 고위공무원이 아베의 지시를 받고 공문서를 위조한 정황이 있죠. 그런데 처벌은 아베 대신 실무 공무원이 지고,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습니다.
[아베의 불법 선거운동 지원]
아베의 절친이 또 등장합니다. 최근 중에서도 탑티어급이죠. 가와이 가쓰유키 자민당 의원(현재는 무소속). 가쓰유키의 아내, 가와이 안리도 참의원에 출마해 당선되었죠.
그런데 안리의 선거 캠페인에 불법 선거자금이 살포된 증거가 포착됩니다. 무려 2억 원 이상의 불법자금이 유권자 매수 등에 사용되었다는 거죠. 남편인 가쓰유키도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나왔습니다.
도쿄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와이 부부는 자민당을 탈퇴합니다. 물론 의원직은 유지한 채요. 결국, 도쿄지검이 이 부부를 체포했습니다. 증거나 명백해 구속에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제 곧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 아베가 도움을 주었다는 증거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이게 문제였습니다.
아베의 수많은 스캔들 중, 도쿄지검이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던 사건이 바로 가와이 선거 부정 스캔들입니다. 모리토모 학원가 가케학원 스캔들도 만만찮지만, 가와이 선거 부정은 너무도 명백한 사건인 거죠.
이걸 막기 위한 방패가 구로카와 검사장이었는데, 이제는 그 방패가 사라졌습니다. 공판과 수사가 진행될수록 도쿄지검과 고검의 창끝은 아베 본인을 향할 것은 틀림없습니다. 지지율이 급락한 현직 총리가 재판정에 증인 또는 피의자로 서는 것만으로도 아베 정부는 붕괴하겠죠. 그런데 정작 문제는 아베가 법정 구속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아베가 문제가 아니라 자민당도 같이 사라집니다.
이걸 막기 위해, 그나마 최선의 시나리오가 아베의 중병설과 자진 퇴임이었단 얘기죠.
일본은 내각제 국가죠.
국가 최고 권력자는 수상, 일본식 표현으로 총리대신입니다. 당연히 일본 국민은 총리 후보 개인에게 투표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하원의원이자 실질적 의회권력의 핵심인 중의원 선거에서 다수 의원을 확보한 정당에서 총리를 선출합니다.
생각보다 총리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그중 으뜸이 중의원 해산이죠. 여론이 여당에 불리할 경우, 중의원을 해산합니다. 그러면 바로 총선에 돌입하는 거죠. 아베는 자민당 해산 없이 퇴임했습니다. 이러면 차기 선출 방식이 복잡해지죠.
보통은 다수당의 의원과 당원 투표로 우리의 당 대표 격에 해당하는 총재를 선출하고, 총재가 총리가 되는 구조입니다. 집권당 계파 중의원과 참의원 그리고 당원이 투표합니다. 당원 투표는 의원 숫자에 맞춰 바로잡죠. 미국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총리 선거인단이 의원과 당원이 같은 숫자로 있는 셈이죠.
이번처럼 긴급한 예외상황에는 하원인 중의원에 상원인 참의원 양원 의원과 지자체 지부의 당원 대표자들이 투표로 결정하기도 합니다.
밀실에서 계파끼리 조정하는 때도 많죠. 최고 권력자를 국민 직접선거로 뽑는 우리 감각으로는 낯설고 신기합니다.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핵심은 중의원입니다. 중의원은 총 465석입니다. 현재 자민당과 자민당 계열 무소속회가 전체 의석의 61%,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6%로 연립여당을 맺고 있죠. 연립여당의 의석 점유 비율은 67%에 달합니다.
그러면 33%에 정도의 야당은 반자민당 계열이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자민당보다 더 심한 극우 계열인 일본유신회가 2.4%, 자민당과 별 차이 없는 극우 정당인 희망의 당이 0.4%입니다. 사실상 일본 국회의 70%가 자민당과 순한 맛 자민당 또는 매운맛 자민당인 셈이죠.
진짜 야당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무소속 포럼 등을 합쳐보면 25% 남짓입니다.
누가 아베 후임이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있죠.
야당에서 차기는 물론 차차기 집권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다음 총리가 누가 될지 몰라도, 순한 맛 아베 또는 더 매운맛 아베가 나올 거라는 점.
먼저 매운맛 아베입니다.
현 부총리이자 재무성 대신입니다.
한국 수출규제에 큰 지분을 가진, 악명 높은 극우 정치인입니다.
아베마저도 순한 맛으로 보이게 할 정도로 극우 성향의 인물이죠. 자신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 이미지로 활동하는데도, 당당히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가 가장 온순한 활동에 속합니다.
우리에겐 ‘아베노마스크’가 유명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소 다로 마스크’도 제법 유명합니다.
코를 내놓거나 턱을 다 가리지 않는 등 삐딱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대표적 정치인이죠.
자신은 절대 괜찮다고 확신하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는 타입입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런 사람이 공직이나 주요 인물이 되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거죠.
일본의 귀족 대학인 가쿠슈인을 졸업했고, 외국 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영어는 물론 일본어의 훈독과 음독을 자주 틀리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것도 기초 한자를 자주 틀리죠. 오죽하면 방송에서 아소 다로의 발언을 유추해서 교정한 자막을 넣곤 하죠. 그런데도 본인은 아주 당당합니다.
아소는 2006년 아베의 첫 번째 총리 취임 이후, 2008년 총리를 지냈습니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로 대표되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무려 –12%의 성장률을 남기고, 쓸쓸하게 실각했습니다.
아소의 유일한 업적이라면, 연이은 실언과 경제 파탄으로 자민당 역사 최초로 야당인 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준 정도라고 할까요. 당시 중의원 해산 후 총선 결과, 총 460여 석인 중의원 의석에서 민주당이 무려 308석이나 차지했죠. 자민당이 창당한 1955년 이후 최초의 참패이자 대패였습니다. 이런 업적을 남긴 아소가 총리에 당선되면 두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가 A 급전 범인 기시 노부스케인 것처럼, 아소는 조선인 강제노역으로 악명 높은 아소 탄광 집안의 인간입니다. 아소 그룹은 여러 탄광을 운영했습니다. 대부분 조선인 광부를 악랄하게 착취한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조선인은 하루 17시간 노동을 했고, 임금은 동일 직종의 다른 조선인 탄광 노동자에 비해서도 60% 정도였죠. 게다가 일본인 관리자들이 폭행도 서슴지 않았음은 물론, 도망친 조선인 노동자는 집단 린치로 사망한 사람도 다수라고 합니다. 일본인 연구자(다케우치 야스토 ‘조사 조선인 강제노동 탄광 편’ 2013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아소 계열 탄광에서 여러 이유로 사망한 조선인이 200여 명이라고 합니다.
아소의 외조부가 그 유명한 요시다 시게루입니다. 일본에서는 2차 대전 패망 후 일본 경제를 재건한 총리로 추앙받지만, 역시 우리에게는 악몽 같은 망언을 남긴 인물이죠. 요시다 시게루의 총리 재임 시절은 1949년~1952년으로, 한국전쟁 시기와 겹칩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이렇게 외쳤다고 하죠.
“これぞ天佑!コレを足掛かりにして日本経済を立て直せる!”
(이건 천우신조야! 한국전쟁을 발판 삼아 일본 경제를 다시 일으키자!)
우리에게 망언으로 가장 유명했던 일본 극우 정치인은 전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입니다. 물론 아베도 만만치 않죠.
단언컨대 아소는 이 둘을 합친 것보다 더한 망언을 쏟아냈습니다.
이 정도면 망언 자판기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죠.
“대만의 높은 교육 수준은 일본의 식민지배의 유산이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은 동기가 옳았다고 해도, 해서는 안됐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바이마르 헌법이 나치 헌법으로 바뀌었다. 아무도 모르게 헌법을 바꾼 나치의 방법을 배우자”
이 정도가 대표적 망언입니다. 역사의식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죠.
한국 관련 망언도 무시무시합니다.
“일본의 경제 재건은 운 좋게 한국전쟁이 발발해서였다”
“위안부 피해자라는 말은 옳지 않다. 그들은 매춘부였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인이 일본에 난민으로 오면 그들을 사살하면 된다”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망언입니다. 이런 인간은 자국민에게는 어떤 망언을 했을까요?
“노인은 어서 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체 언제까지 살아있을 셈이냐?”
“성희롱은 죄가 아니다. (가슴을) 안 만졌으면 된 거지”
만일 아소 다로가 차기 총리에 선임된다면….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다줄지 모릅니다.
현 내각관방장관입니다. 줄여서 관방장관이라고 하죠. 우리식으로 해석하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을 합친 정도의 요직이죠. 총리의 복심 또는 측근 중 측근에 해당하는 직책입니다.
자민당 내에서는 강경파로 분류되는데, 아베나 아소 다로에 비하면 엄청나게 순한 맛입니다. 아베나 아소 다로 또는 고노 다로 등의 극악한 레벨의 극우 정치인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특히 대표적인 친한파 친중파로 꼽히는데요. 주의할 점은 일본 정치인의 친한(親韓)이란 ‘한국에 우호적인 세력’이라기보다, ‘한국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일본 국익을 극대화’하는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좋습니다.
현재 차기 총리에 가장 가까운 입지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아베가 사임을 발표한 직후, 차기 총리 후보군에서 가장 먼저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대 파벌인 헤이세이 연구회와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간사장 니카이가 스가 지지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니까요.
이게 재미있는 게, 각종 여론의 차기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스가는 한참 밀려 있습니다. 몇몇 한국 언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빌려, 명망 높은 중진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의 총리 선임을 점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일본 총리 선출에서 국민 지지도는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당내 계파끼리 합종연횡을 통해 적당한 인물을 선출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스가는 심지어 고노 다로와 고이즈미 신지로에게도 뒤처져 있지만, 자민당 내 여러 계파가 부담 없이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은 스가입니다.
자민당은 물론 극우 정당입니다. 하지만 아베 집권 이후, 막가파식 극우 정치인에 질려있죠. 당내 최대 계파인 헤이세이 연구회는 스스로 점잖고 격식 있는 정통 보수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베나 아소보다 막가파가 될 수 있는 아소 다로보다, 정통성 있는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스가를 지지하는 편이 쉽겠죠.
스가 요시히데가 집권하면, 꽁꽁 얼었던 한일관계가 다소 나아지리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건 아베 시절보다 그리고 아소 같은 막가파식 극우보다는 나을 거로 전망하는 게 타당할 겁니다.
어쨌든 스가 요시히데로 아베류니까요. 다만 보다 순한 맛이라는 점만 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