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의 끝은 참혹한 굴복

본격 쇠질 피폐물!

by quietrebel

단 두 달이었다. 비겁하게 운동을 배신하고 도망쳤던 시간은 생각보다 달콤했고, 그 대가는 지독하리만치 가학적이었다.


다시 발을 들인 성전, 폐부를 찔러오는 비릿한 쇠 냄새와 공기 중에 부유하는 뜨거운 열기가 나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차가운 조명 아래 정지해 있는 바벨의 매끄러운 금속광택은 말이 없었으나, 그 침묵은 도망쳤던 나를 비웃는 오만한 시선보다 서늘하게 나의 나태를 증언하고 있었다.


한때는 당연하게 탐닉하던 15kg의 선명한 무게. 하지만 오늘, 나는 그 절반의 무게 아래서도 비참하게 바닥을 기는 노예였다. 고작 10kg짜리 원판을 끼우는 손끝이 수치스럽게 떨렸다.


“겨우 이 정도로 떨다니. 60일 동안 얼마나 천박하게 망가진 거야?”


바벨을 들어 올린 순간, 환청처럼 귓가를 긁는 서늘한 목소리가 나를 짓눌렀다. 자비 없는 쇳덩이는 내 승모근을 사정없이 짓누르며 파고들었다. 뼈 마디마디를 으깨버릴 듯한 압박감 뒤로 위장 깊은 곳에서부터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은 훨씬 더 가혹했다. 비릿한 쇠 냄새와 섞여 터져 나오는 역함. 이것은 가장 노골적인 거부의 몸짓이자 거부 반응이었다.


“삼켜. 네가 자초한 고통이니까, 다 받아내.”


데드리프트를 위해 허리를 숙였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의 파멸을 직시했다. 60일간의 방종이 남긴 흔적, 나태하게 불어난 복부의 부드러운 살덩이가 바벨의 궤적을 철저히 방해하고 있었다.


“이 한심한 살덩이는 뭐야? 얼마나 게으른 짓을 하고 다녔길래 이렇게 추하게 부풀었지? 감히.”


단단하게 조여야 할 코어 대신 탐욕스럽게 차오른 살이 가로막는 생경한 감각 속에서, 무게중심은 자꾸만 앞으로 쏠렸다. 충직했던 척추는 이미 투항하여 무너져 내린 지 오래였다. 중량이 두 팔을 휘감고 뱀처럼 끈적하게 올라올 때마다 허리 가장 깊은 곳을 난도질하는 예리한 통증은, 내 게 새겨지는 가장 확실하고 치명적인 낙인이었다. 제 몸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앞으로 고꾸라질 듯 휘청이는 꼴이 육체의 통증보다 더 깊게 나의 자존을 유린했다.


끝을 알 수 없이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수직의 흐름, 그 정체는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단 10분 만에 온몸의 모공이 열렸고, 땀은 셔츠를 투명하게 적시며 살결에 가식 없이 달라붙었다.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거친 숨은 애원인지 호흡인지 알 수 없는 농밀한 소리로 변해갔다.


“허덕이는 꼴 좀 봐. 예전엔 한 시간도 거뜬히 받아내더니, 이제 20분도 못 버티고 질질 짜는 거야? 이 정도로 가버리면 곤란한데.”


한때는 30분이라는 시간을 가뿐히 비웃으며 정복했던 그 리듬. 하지만 오늘 내게 그 숫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절정이자, 나를 배어버릴 단두대의 칼날이었다. 허벅지는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였고, 폐는 찢어질 듯한 갈증에 허덕였다. 결국 20분. 고작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심장이 늑골을 부술 듯 날뛰자, 나는 기계 밖으로 기어가듯 내려왔다.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내뱉는 나의 모습에 질끈 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거울 속의 나는 처참하게 흐트러져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붉게 달아오른 뺨, 그리고 가쁘게 들썩이는 가슴팍. 비록 오늘 나는 나약해진 체력으로 무릎을 꿇었고, 허리는 부서질 듯한 통증을 선물 받았지만, 내일 이 시간이 되면 나는 다시 이 지독한 고통을 탐하러 돌아올 것이다.


“내일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끝까지 지켜봐 줄 게.”


나를 파괴하는 운동만이 나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다는 이 위험한 계약을, 나는 결코 파기할 생각이 없으므로.

도망, 그 참혹한 대가는 오늘 나의 뼈와 살 그리고 근육에 새겨진 비명으로 지불되었다. 이 지독한 관계의 끝은 결국 멈출 수 없는 탐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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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