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복귀 일지

by quietrebel

‘지랄’ 맞았던 2025년이 끝나고 있다. 12월 26일 오후 4시. 천장의 무늬를 세며 여전히 누워있다. 두 달의 운동 공백기. 비대해진 뱃살과 글러먹은 정신상태.


지난 월요일, ‘갱생’을 다짐하며 헬스장에 다시 등록했다. 새 몸, 새 마음, 새 인생. 그러나 이틀간 ‘크리스마스’라는 행복감에 겨워 출석 거부권 행사. 오늘도 기온은 영하 10도. 헬스장까지 도보 7분. 날씨 이슈. 콧물을 흘리며 가는 게 맞는가. 그게 맞았다.


뜨거운 물로 몸을 지진다. 커피는 차가운 것으로 마셨다. 드디어 정신이 좀 깨어난다. 옷장을 열어 스우시를 찾아본다. 나이키 플리스 바지, 나이키 레깅스, 나이키 양말, 나이키 모자, 써마핏 패딩. 거의 셀프 스폰서십. ‘인간 나이키’가 되고 싶다. 다만 헬스장 운동화는 뉴발란스. 미스매치가 잠시 나를 주눅 들게 했다.


요네즈 켄시의 ‘Kick Back’을 틀고 아파트 단지를 나선다. 볼때기가 시렸다. 털 크록스 사이로 한기가 스몄다. 변온동물도 아닌데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좀 더 빠르게 걸었다.


아직은 낯선 나의 새 헬스장에 입성한다. ‘관장님’이 있는 고수의 바이브. 여기저기 찢어진 벤치와 정감 있는 안내 문구. 나름 힙한 맛이 난다. 기구 동선은 쾌적하고, 수건에서는 갓 삶아 건조기에 돌린 냄새가 났다. 좋았다. 다행히 아직은 눈길이 가는 남자도 없다. 그게 당연했다.


체스트 프레스 머신에 앉았다. 가장 낮은 무게에 핀을 꽂았다. 플라이 머신에 앉았다. 역시 가장 낮은 무게에 핀을 꽂았다. 곧바로 뒤돌아 앉아 리어 델트 플라이를 진행한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무게를 한 칸 올렸다. 근육들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팔이 갓 태어난 기린의 다리처럼 덜덜 떨렸다.


덤벨 존으로 넘어간다. 2kg 덤벨을 들었다. 서서히 사람이 많아질 시간, 벤치를 차지하는 게 미안했다. 실은 미안하지 않았다. 앉아. 운동하러 왔잖아. 내일 조져질 하체를 위해 고블릿 스쿼트, 스티프 데드리프트로 예열을 마쳤다.


마지막 관문 유산소, 천국의 계단에 올랐다. 체력 역시 사망한 상태였다. 5분 경과,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맛이 올라왔다. 에스컬레이터 타기를 시전 하며 가까스로 20분을 채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보 7분도 유산소에 포함시킨다.


구토감, 어지럼증, 피비린내, 근육통. 그리고 배고픔. 당분간 이 고통스러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일단 오늘의 첫끼인 야채찜과 닭가슴살을 먹는다.


이제 곧 새해의 1월, 작심삼일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인간들이 한 무더기로 나타날 것만 같다. 일주일 먼저 등록했다고 텃세를 부리고 싶다. 그렇게라도 운동한 티를 내고 싶다. 오늘은 꽁꽁 가렸다. 다음 주에는 좀 벗어볼까 생각한다. 내 몸 어딘가에 박힌 ‘머슬 메모리’를 믿는다. 실은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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