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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하는 작가 May 09. 2021

내 체질은 요가인, 내 몸 사용 설명서EP-2

내 취미가 직업이 되기까지 덕업 일치

"좋아하는 건 취미로 남겨놔. 직업이 되면 또 지루해질 테니깐"

"그래도 한 번은 해봐야지 내 취미가 직업이 되는 일" 




그렇게 나는 첫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했다. 1년이 조금 넘는 짧은 사회생활이었다. 이 마저도 항공사에 다녔던 나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회사의 무급 휴직과 유급휴직을 반복하며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진 못했다. 


사실 친언니가 요가강사의 길을 먼저 걸었었다. 뭐든 좋아하면 끝장을 내고야 마는 성격 탓에 그녀는 2년간 요가 수련을 하면서 지도자 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의 한 요가원에 토요일마다 수업을 나갔다. (물론 수련하는 2년간 같은 집에 살았던 나는 매일 그녀의 아사나 사진을 촬영해주고 티칭 연습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요가에 더더욱 익숙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나의 달콤한 잠을 방해하는 그녀의 요가 호흡(웃자이 호흡) = 승리 호흡이라 부르는 깊은 호흡이 심히 거슬렸다.


 지금은 내가 오히려 언니의 잠을 방해하지만 요가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들을  밤늦게까지 토론하기도 한다. 언니는 나의 영원한 요가 메이트이지 않을까.   


잠시 길을 샜지만, 요가 강사의 길을 먼저 걸었던 언니는 이 직업의 안정성과 임금 등 모든 방면에서 신중히 결정해보라고 했다. 또한 아직 어리니 다시 전공을 살려서 구직 활동을 하면 어떨지 조언해주었다. 


맞다. 사실 많이 흔들렸다. 남 부럽지 않게 돈도 벌고 싶고, 조금 더 안정적인 직장에서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길의 끝에서 다시 돌고 돌아 '요가'로 돌아갈 것 같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사랑한 것을 직업으로 갖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나도 남들이 말하는 그 덕업 일치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퇴직금을 몽땅 털어 국제 요가 강사를 양성하는 요가원의 문을 두드렸다. 매주 서울과 속초를 오가며 수련하고 요가에 대해 하나둘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요가에 진심인데 야속하게도 마음과 달리 몸은 따라가 주지 못했다. 하루에 6시간 이상씩 수련을 하다 보니 몸에서 무리를 한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목표가 있었고, 새로운 분야에서의 도전이어서 그런지 내 마음은 지칠 줄 몰랐다. 가끔은 왜 남들은 잘 찢어지는 듯한 다리가 안 찢어지는지 원망스럽긴 했지만, 나름 공부하고 찾아보며 나만의 방법으로 더디지만 천천히 찢어지기 시작했다. 애증(?)의 햄스트링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해야 하니깐 결국 찢겼다. 나의 햄스트링이 1년 동안은 그렇게 해도 안되더니 이런 게 자본주의라는 걸까.  




어떤 일을 끈질기게 계속하면 점점 더 쉬워진다. 그 일의 성질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우리의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내 몸은 유연성은 물론이고 근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막대기 같은 몸이라고 보면 된다. 그랬던 내가 요가에 진심일 때, 차츰 몸의 변화가 찾아왔다. 어떤 일을 끈질기게 계속했던 결과가 이런 건 아닐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자 세이다.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는 시간이랄까. 특히 파도가 칠 때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 중심점을 잡으려고 애쓸 때 그때 요동치는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말 그대로 혼자만의 내면의 싸움을 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아쉬탕가와 하타와 같은 전통 요가를 하며 내 몸과 마음의 균형점을 찾게 되었다. 우리는 알고 있지만, 잘하지 못하는 것이 내 몸과 마음에 잠시 쉼표를 주는 것이다. 


육체적인 수련만이 끝이 아닌, 정신적인 수련을 계속해서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요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지나고 '요가'라는 열매는 내 안에서 더욱더 무르익었다. 



잘 가고 있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땐, 고집스럽더라도 나는 그저  '가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고 당분간은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바다 앞에서 이렇게 요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그럼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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