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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혼삶 Aug 21. 2020

탐방기 :: <동네를 닮아 아름다운 '셀립 순라'>

HOUSE 3: 동네를 닮아 아름다운 곳, '셀립(Celib) 순라'


  다음으로 찾은 곳은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셀립 순라’이다. 이름이 꽤나 낯설게 느껴졌던 곳이기도 한데, ‘혼자 살아도 나답게’를 뜻하는 ‘셀립’과 조선 시대 때 지어진 길의 명칭인 ‘순라’를 합친 의미였음을 알고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셀립 순라’는 이러한 이름만큼이나, 주변 전경과 내부 분위기가 서로 어우러져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다.


전통이 느껴지는 분위기와 구조

instagram @celib_lifeandstay

  ‘셀립 순라’는 창경궁 옆에 위치해 있어 1900년대의 경성에 온 듯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짙은 갈색의 나무 벽면과 곳곳에 보이는 병풍, 그리고 옛 내음새를 담은 가구들까지… 이 건물만의 독특함은, 정말이지 한국인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위기에 매료된 채 한 발자국씩 걸어가자 우리를 반겨준 것은 탁 트인 카페 공간이었다. 30명은 족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던 카페 옆에는, 신기하게도 입주민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용 부엌이 위치해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카페와 부엌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게 다소 의아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다른 코리빙 하우스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구조라고 생각했다.


편리하게 제공되는 밀 플랜(meal plan)

  뿐만 아니라 이곳 1층에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든 입주민들에게 무료로 저녁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 얘기를 들으니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들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카페의 크기가 컸던 이유는 입주민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고, 부엌이 카페 옆에 있던 이유는 입주민들이 제공되는 저녁과 곁들여 먹을 것을 편하게 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저녁을 제공한다는, 어찌 보면 단순한 서비스로 인해 독특한 공간 구조가 생겨났고, 입주민들이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창경궁을 무대로 한 루프탑

  옥상에 위치한 ‘셀립 루프탑’ 역시 눈에 띄는 공간이었다. 창경궁과 종묘가 한눈에 보이는 루프탑의 전경은 다른 어떤 코리빙 하우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었다. 1층 카페에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친해진 입주민들이 간단히 맥주도 마시고 경치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지, 넓은 루프탑은 테이블과 의자로 빼곡했다. 루프탑 한 구석에서 살짝 더 위로 올라가면 지인들과 프라이빗하게 모여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셀립 순라’의 디테일과 구조 하나하나가, 입주민들을 배려하고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임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살아도 '자유롭게, 완전하게, 나답게 살아가는 1인'을 칭하는
célibataire를 통해, 셀립들의 생활 방식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_'셀립' 홈페이지 소개 중

  처음에는 ‘나 혼자서 살아도 완전하게’라는 ‘셀립 순라’의 슬로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의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를 보고 나니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것들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수납 공간이 적어서 단기 투숙자들의 비율이 꽤 높았고, 개인 공간은 너무 작아서 주거 공간의 느낌이 덜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일마다 입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저녁 식사,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완벽한 루프탑의 구조까지… ‘셀립 순라’가 가진 분위기를 벗 삼아 혼자 지내도 외로움 없이, 자유로우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생활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필자   ∣ 엄세웅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10길 11

운영   ∣ 셰어하우스우주

세대   ∣ 40 세대

가격   ∣ 720,000/월 ~

문의   ∣ celib.kr




> 탐방기 :: <원하는 만큼 윤택해지는 '테이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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