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소위 쿠션어라고 하는 표현을 많이, 자주 쓰게 된다.
“내부 검토 중입니다.”라든지, “여러 제반 사정으로 인해…….”, “유관부서와 협의 후 결정해야할 사항인 듯하여…….” 같은 완곡한 거절의 표현부터 “클라이언트마다 취향이 뚜렷하셔서 백 퍼센트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좋은 반응을…….”, “아무래도 주임님만큼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등의 ‘구명용’ 쿠션어 말이다.
한때 꽤 많은 언론과 매체에서 한국인들이 ‘같아요.’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이유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같은’ 게 뭐냐며 부적절한 언어습관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같다.’를 뜯어고치는 일은 글 쓰고 다듬는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접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특히 인터뷰 녹취록을 들으면서 내용을 정리할 때나 인용구를 삽입해야할 때 자주 보는 표현이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강박적으로 잡아내는 부분이다. 뉴스를 보며 하단에 노출되는 자막에도 ‘~같아요.’, ‘~같습니다.’가 얼마나 보이는지 확인한다.
(한 번 신경쓰기 시작하면 더 이상 흘려보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내가 고치는 것과는 별개로 입에 붙은 습관을 떼어내기가 또 그리 쉽지가 않다. PT를 진행할 때나 회의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말끝마다 ‘그런 면이 분명하게 어필되지 않는 것 같다.’ 식으로 발화를 하게 된다.
“소홀했던 건지 아닌지는 자매님께서 확실하게 판단을 하고 말씀하셔야지요.”
쿠션어를 썼더니 역으로 꾸중을 들었던 곳이 있다. 바로 성당 고해소. 오프라인 행사며 준비할 것이 많아 한 이삼 주 주일 미사를 나오지 못해 “일상생활이 바빠 신앙 생활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더니 건너편에 앉아계시던 신부님이 잠시 침묵하시다가 “소홀했던 거예요, 아닌 거예요?” 하시는 거다.
몰라서 되물은 것이 아니라 털어놓은 말에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껴 하신 말이겠지. 듣고 보니 그렇다. 잘못인지 아닌지 나 스스로도 확실치 않은 것을 고해할 수는 없으니까.
그 이후로는 가급적 ‘~같다.’가 들어갈 자리를 다른 표현으로 대체한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러하다는 의사는 분명히 전달되어야하므로, 이를테면 “~라고 생각해요.”, “~인 것처럼 느껴져요.”라고 주체를 ‘나’로 뚜렷하게 두고 말하는 것이다.
평소 언어습관이 워낙 거칠고 직설적이다 보니 부모님께는 제발 말 가려서 하고, 너무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도록 우회적으로 표현하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듣는데 요즘처럼 나의 ‘같아요.’ 사용 빈도가 부쩍 신경쓰이는 즈음에는 차라리 기꺼운 말씀이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직무가 직무라 ‘아무래도 그런 면이 없잖아 있는 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