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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Sep 14. 2022

ㅅㅅㄷㅂ : 리을 - 라이브

혜화동에 살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늘 공연이 가까이 있었던 거다. 골목 구석구석 좌석 수가 30석은 되겠나 싶은 작은 극장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만 원에서 이만 원이면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좌석 수가 백 단위를 헤아리는 중극장들도 있다. 중극장도 그럭저럭 이용했지만 소극장만한 흥분이 느껴지지는 않아서 대학로에서 사는 팔 년 남짓한 시간 동안은 아마도 한 번 러닝을 마치면 두 번 다시 재연이 없을 작은 극장들의 공연을 자주 보았다.


별로 편하지도 않은 좌석에 앉아서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은 배우들의 눈이다. 

무대 위의 사람들은 때로 내가 이름도 잘 모르는 장치를 쳐다보기도 하고, 객석을 보기도 하는데, 여러 명의 배우가 나와있을 때 배우들끼리 눈을 마주치고 슬그머니 웃거나 모종의 신호를 주고받는 장면을 포착했을 때는 이루 표현하기 어려운 가슴벅참이 느껴지는 것이다.

공연의 내용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냐 여하도 참 중요하겠지만 나는 무대 위의 그런 모습들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그 가슴벅참이 대단히 사무칠 때는 공연장을 나서며 많이 울기도 했다. 


'활'어회나 '라이브' 무대, '생'방송은
좀 더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신선하고, 생생하서, 가지고 있는 기술과 감각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서, 그때가 아니면 가질 수 없어서…….. 

살아있는 것은 살아있어서 이미 좀 더 좋은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이래나저래나 썩 다루기 쉽지 않아서 그럴 테다.


사는 모습을 보는 건 어쩜 이렇게 좋을까.  

지난 주 친구의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가 앉아 정신 없이 현장에 빠져있다가, 돌아오는 길 내내 그 '살아있는' 모습이 좋아 견딜 수 없어 많이 울었다. 이 기분이 아무렴 그 위에 선 사람 만하겠냐마는 그것이 왜 LIVE인가를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벌써 좋다.

살아있어서 그밖의 사정을 따지기도 전에 벌써 좀 더 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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