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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장 Oct 13. 2022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나와 너의 교집합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제목만 보고 또 재미있다는 누군가의 말만 믿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구입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제일 편한 자세로 읽어 나갔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저자 채사장이 말하는 나의 세계로 침전되어 갔다. 채사장은 너무나 쉬운 문장들로 나를 유인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나를 건져 내었다.


나는 내가 해석한 세계에 갇혀 산다. 이러한 자아의 주관적 세계, 이 세계의 이름이 ‘지평地平, horizon’이다. 지평은 보통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말하지만, 서양철학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해 자아의 세계가 갖는 범위로 사용한다. 즉, 지평은 나의 범위인 동시에 세계의 범위다. 우리는 각자의 지평에서 산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P33-34


나의 인생에 있어 남편과 자녀 친구들처럼 내가 원한 교집합도 있고 부모와 형제 거래처 고객과 같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교집합도 있다. 이미 나의 세계에 뿌리내려 뽑을 수도 없고 때로는 뽑는데 많은 비용이나 감정 소모가 들어가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교집합들 속에서 행복해하고 슬퍼하고 웃고 운다. 그러다 지쳐 무인도처럼 지도에도 없는 그런 섬으로 살고 싶어질 때 이 책을 보고 또 보면 참 좋겠다.


작가는 40개의 철학적 수필을 이 책에 담았다. 순서를 지켜서 보지 않아도 시간 날 때마다 읽어 보아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나갔다가 지식 가게의 사장인 그 채사장과 짧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그의 은은한 미소와 유쾌한 말이 느껴진다. 인문학은 무엇인가? 자연과학과 대조되는 인간과 관련된 학문. 너무나 광범위하고 한 인간이 다 알고 배우고 소화시키기엔 무리가 있는 학문. 관련된 책을 읽고 봐도 잘 모르겠고 더 알고 싶지도 않은 학문.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게 해 주었고 내가 아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머릿속에 정리해 보지 않았던 사고들 우리 집 고양이가 바라보는 세상 그 녀석이 느끼는 세상과 나의 세상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주었다. 인문학은 학문이 아니라 나의 삶 그 자체였다.


산책을 하듯 철학을 공부했다는 채사장이 묻는다. 누구나 알아야 하는 지식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참 난감한 질문들이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 세상에 그나마 이제야 책이라는 수많은 허들 중 하나 겨우 넘은 나에게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픈 질문들을 그는 쏟아붓는다. 하지만 친절하게 쉬운 언어로 그가 생각하는 답을 바로 이야기해준다. 고마운 사람.


당신과 내가 인생 가운데서 우주가 원하는 아름다운 대답을 찾아낼 수 있기를. 그리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길고도 긴 시간 이후, 영원이라 불러도 그릇됨이 없는 시간을 더 보낸 후에, 하나의 의식 안에서 만나 얼굴을 대면하고 서로가 찾은 지식과 지혜를 즐겁게 나룰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P245


내가 바라보고 느끼고 살아가는 세상보다 결코 타인의 세상이 작지 않음을 매 순간순간 그들과 만나고 인연을 맺을 때마다 그들의 세상을 느끼고 이해하며 나의 파도가 그들 세계에 어둡고 외로운 곳을 씻어줄 수 있는 남은 생을 꿈꿔본다.


#우리는언젠가만난다 #채사장 #웨일북 #독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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