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51부터 255까지

by 여름

251.

엄마

그날 밤은 잊어버려요.

갓난쟁이 내가 울어

수도 없이 깨어났던 밤들만 해도

셀 수 없어 열손가락이 고단한데,

왜 그 밤까지 기억하려고 해요.


엄마

지난 아침은 미안했어요.

손이 붓는데도 토스트 한 조각 만드는 마음

몰라주고

툴툴대는 내가 있던 아침은 잊어주세요.


엄마

5월의 열두시는 기억해줘요.

보물찾기 두 장 쪽지

얹어줬던 엄마 손 위로

쏟아지다 못해 퍼붓던

그 햇살을 꼭 잡아주세요.

제일 예쁘다고 말했던 봄이었잖아요.


지나버린

밤과 아침 그리고 낮도

우리에겐 담아둘 조각보다

재활용 박스에 버려야 할 날들이

더 많이 쌓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밝은 곳에 마른 곳에

작고 밝은 상자를 조금만 열어두면은

요일마다 문 밖으로

버릴 걸 내어 놓으면

다, 괜찮아 질거예요.


엄마

그러니까 걱정 말아요.

그러니까 많이는 울지마요.

아직도 같이 지낼 봄이

보름도 더 남았잖아요.


252.

오랫동안 무엇이 된 적이 없어서 그런가

짧은 어떤 존재로 산 세월이 길어 그런가


차분하고 고요한 때에

털어놓을 수 없게 아팠거나

다시 그 비슷한 공기만 스쳐도

덩그러니 눈물 맺히는

오후가 있다.


잠깐

그 시간을 배경으로 지나던

사람들을 생각해보고


그 사람들이 제자리 찾은

지금을 바라보고

또 그 틈새에서 내가 서 있는 모습을

잠깐 그리면


또 또

슬며시 웃게 된다.


아 이렇게도

바보같은

나라니

심지어 다행이다.


253.

그러니까 보통

내 주변을 보았을 때

아줌마들에겐 오지랖이 있다.


나도 그런 편이다.

나는 아줌마가 아직 아닌데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오지랖이란 젊을 때

니가 뭘 아는데? 라고 말해버리고 싶은

카테고리와는 조금 다른 포인트가 있다.


내가 이미 해 봐서

저 사람은 실수하지 않았으면 해

라고

어디선가 뭉클한 마음을 써 주는

귀여운 신호등같은거다.


그래서

깜박 불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

이 얘기 저 얘기를 해 버릴 수 밖에.


그렇기에

저 놈의 오지랖은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 마음 날씨가

오늘은 어떤가에 따라

평가가 나뉘지 않나 싶다.


물론

애정없는 오지랖은

금방 들통이 나서

모두가 싫어요를 누르지만 말이다.


254.

그러니까 남들이

나에게 대단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사실상


내가

가장 찌질하고 허망하던

포인트를 막 밟고 돌아선

첫 발자국일 뿐이다.


그 누구도 내가

헉헉 거리며 뛰어온 발자국은

모르고 앉아있다가


마지막 발자국이

처음인 줄만 알고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낸다.


적어도 나에겐

평생 받기보다

남을 향해

손뼉을 짝짝 벌겋도록

치는 날이 많을 것 같아서


가끔 눈치없는 박수도

그러려니 고맙게

주머니에 넣어 두어야지


255.

인생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가 없다


고들 한다.



그래서 아름답고 황홀한데


위태로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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