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n May 19. 2024

느낀 것

- 시간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도 많았고 읽고 싶은 책도 많았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처음으로 시간이 남는 걸 느꼈습니다. 잠을 줄인 것도 무작정 깨있던 것에 가까웠습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하기 시작해서였습니다.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습니다. 삶이 단순하고 깔끔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 시간은 대체로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그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 '모른다'라는 것에 예민했습니다. 자기 계발 욕구가 강했던 과거의 독서 경향은 비문학에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개인적인 결론에 따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마땅하다 여겨지는 도덕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서는 그 도덕이란 것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도덕은 고정된 관념이 아닙니다. 살인을 하지 않는다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인의(人義)이고, 각 사회의 문화, 환경, 구성원 등에 따라 도덕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도덕은 거시적으로 보이지만 나 또한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미시적 도덕체입니다. 


미시적 도덕은 개인의 양심에 기반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바람직한 것이길 기대됩니다. 


그 '바람직한 것'이란 그야말로 바람직한 것으로 뭉뚱그린 무책임한 표현입니다. 각자의 인생이 각자의 바람직한 것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바람직함은 뭔가 우월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력적인 이야기의 힘을 느낀 요즘엔 소설도 많이 읽고 있습니다.




- 요리에 관심이 없다는 걸 확실히 자각했습니다. 확실히 자각했다는 말은 어렴풋이 느끼는 것과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어 못 박아 놓고 느끼는 것에 차이가 있어 비롯되었습니다.


기준은 '내 생각보다'라서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무관심함을 자각하고 나니 마음 한쪽이 가벼워졌기 때문에, 은연중에 요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오늘 실패하면 영원히 실패한 것이고 내 삶이 망한 줄 알았습니다. 상황이 조금 나빠졌을 때 문득 삶은 계속되며, 그래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는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좌절하고 그대로 좌절의 늪에서 구렁텅이에 빠질 때까지 방관하거나 심지어는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스스로 땅을 팠습니다.


지금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손을 씁니다. 비록 구렁텅이에서 완전히 나올 수는 없을지언정 더 깊은 곳으로 빠지지 않도록 나무뿌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계속 잡아가다 보면 반드시 구렁텅이에서 나와 있습니다.


항상 최적의 상태에 있을 순 없습니다. 분명 삶의 형태는 선이 아니라 굴곡입니다. 그 굴곡을 인정하고 나중에 멀리서 보면 상승하는 선의 모양이 됩니다.




-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는 다음으로 가기 어렵습니다. 영원히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가 아니라 현상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보다 제일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보다 더한 다음으로 가려면, 죽을 만큼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당연히 죽진 않는다. 여기서 실제로 '죽을 만큼'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이지만, 죽을 만큼의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사실은 항상 너무 늦게 깨닫는다고 생각하는데, 애써 지금에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은 것을 나중에 또다시 새롭게 깨닫곤, 이번에야말로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 그때 시작했으면 지금 충분히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다른 것에 조금도 마음 내지 못할 만큼 조급했습니다. 한 눈 팔면 지금 하는 것도 뒤떨어진다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은 이어져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같은 곳을 향했습니다.


이것을 함으로써 내가 얻는 결과를 나는 알 수 없습니다. 그 결과는 결코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만 압니다.




- 경험을 생각할 때, 그때 당시 느낀 게 다가 아닙니다. 어떤 경험은 나중에 다르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내가 기억하는 때마다 다르고 새롭게 해석됩니다. '어떤 경험'이 아니라 '모든 경험'이 그럴 것입니다. 그때들에게 맡기는 마음으로 일단은 지금, 경험을 합시다. 




- 삶은 경험이 전부입니다.




- 뭔가를 욕망한다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살아 있음을 생생히 느낍니다. 





구독자 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