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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Apr 18. 2024

01. 설렘

시작



설렘 / 2024년 / 42X29.7 / Oilpastel on paper



01. 설렘 _ 시작


출산은 책임을 짊어지고 태어나 엄마를 우주로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뜨거운 아이를 안고 걸어갈수록 그녀는 까마득히 사라져갔다.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그녀의 방으로 들어와 함부로 파도쳤다. 무리하게 요구하고 들어주지 못하면 비난했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너저분하지 않게 글로 쓸 수 있을까? 밤과 밤 사이로만 이어진 마음을 유영하듯 헤맸다.


그래!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샤아아 토독 톡! 톡! 배스킨라빈스의 슈팅스타처럼 머릿속에 별들이 튀었다. 이제 갓 태어난 보잘것없는 감정이 온 힘을 다해 반짝거렸다. 그렇게 우주에 깃든 첫 숨은 '설렘'이었다. 설렘은 까만 밤을 밝게 수놓았다. 알 수 없는 음표로 노래 부르며 춤추듯 뛰어올라 마음을 간지럽혔다. 한껏 꿈꿔도 괜찮아, 내가 나의 편이 되어줄게라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하지만 달콤함은 사르르 짧은 빛을 내며 사그라들었다. 하나둘 별이 떨어지자 다시 어둠이 짙어질까 무서웠다.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불타오르며 떨어지는 별을 응시했다. 그리고 불이 다 꺼져 보이지 않는 마음을 바라보려 애썼다. 한참을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낮은 고요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 너머로 진 줄 알았던 별 하나가 얼비췄다. 찬찬히 손가락을 들어 별이 내린 길을 이었다. 그 끝에는 언젠가 어린 소녀가 그렸던 꿈이 기록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굳은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리고 별의 잔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설렘' 작업 노트>


한줄의 문장이 쓰이지 않아 오랜 시간을 헤맸다. 글처럼 그림도 보이지 않아 수없이 선을 그어댔다. 애써 외면했던 마음속 아이는 그리 쉬이 한 줄의 선이 되지 않았다. 나란 사람은 한없이 어두워 보이지 않지만, 쓰고 그리려 한다. 나에게 내가 있어야 더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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