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어른이 돌아가셨다. 여든을 넘긴 연세에, 많이 아프시다 돌아가셨다. 형제, 자매가 많은 가족 중 막내였던 친정아빠는 제일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아빠의 기일에는 어른들이 먼저 간 막내 동생을 안타까워하며 와주셨다. 그렇게 서른 해가 되어 가도록 잊지 않고 와주시던 어른들도 연세가 드시고 한분, 두 분 떠나가신다. 내가 아빠와 함께 한 세월은 12년, 그분들은 몇십 년을 함께 하셨으니 나보다 더 많이 아빠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그분들이 아빠의 기일에 와서 해주시는 아빠에 관한 이야기는 작은 것일지라도 소중했다. "너희 아빠가... 을 참 좋아했지." 그냥 별거 아닌 그 말에도 눈물이 났었다. 아빠를 기억해주는 그분들의 마음이 고맙고 좋았다. 그런 어른 중 한 분이셨는데... 아빠를 아껴주셔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아픔 없는 곳으로 가셔서 편히 쉬시기를 기도한다. 이 세상의 삶이 끝나고 다른 세상의 삶이 시작되는 그곳에서 아빠랑 다시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빠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으로 이제 막 아빠를 떠나보낸 사촌언니를 꽉 안아주었다.
이제는 만질 수 없는 아빠의 손으로,
이제는 안을 수 없는 아빠의 어깨로
남은 이들의 손을 잡고 안아본다.
남은 이들끼리 이렇게 쓰다듬고 안아주고 위로하며 주어진 삶을 다정하게 살고 싶다.